"돌봄 공공성 강화…성평등 광주공동체 실현에 최선"
전남매일인터뷰

"돌봄 공공성 강화…성평등 광주공동체 실현에 최선"

올해 남성 참여형 성평등 시책 발굴 등 성과
정부 방침·재정난 여파 가사수당 논의 중단
전문성 있는 여가부장관 선임 기능강화 절실
정책환경 변화 선제 대응 현장 중심 시책 발굴
■김경례 광주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

김경례 광주여성가족재단 대표가 주요 현안과 향후 기관 운영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태규 기자
남녀 대립과 혐오가 확산하고 성평등 백래쉬가 강화되는 등 여성가족 생태계가 위기에 처했다.

정치·경제적 위기 속 지역 유일 성평등 정책 전문기관인 광주여성가족재단의 역할과 중요성은 그 어느때 보다 커지고 있다.

김경례 광주여성가족재단 대표는 “여성가족부 기능 약화, 예산 삭감, 계엄 선포, 탄핵 정국 등 정치·경제적 위기로 여성가족정책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며 “대내외적인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시책을 발굴하는 등 성평등 광주공동체 실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유일의 성평등 정책 정책 전문 기관으로서의 역할은.

△광주여성가족재단은 성평등 광주공동체 실현을 목표로, 2011년 설립된 광주시 출연기관이다. 지역 유일의 성평등 정책 전문기관이자 여성가족정책 플랫폼으로서 여성가족정책 연구, 성평등·젠더폭력 예방교육, 양육지원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성별영향평가와 성인지 통계, 성인지예산 모니터링을 통해 성평등 관점의 시정이 구현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민선8기 광주시 공약인 가사수당제도 추진 상황은.

△지난해 재단은 가사수당제도 도입을 위한 시민인식조사 및 추진 방안 설계 연구를 진행했다.

광주시민 1,000여명(만19세 이상 만64세 미만 1,045명)을 대상으로 한 인식 조사에서‘가사노동은 가족과 사회를 유지ㆍ재생산하는 필수 노동’이며 ‘가사노동의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는 답변이 97.2%, 96.9%로 각각 나타났다.

특히 가사수당제도 도입은 80.5%가 찬성(7.5%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나 정책적 수용도가 매우 높았다. 지급대상과 지급규모에 대해서도 상대적으로 가사노동의 강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모부양 및 자녀 양육을 동시에 수행하는 세대인 40-50대 가정에 월 10만원 이하의 지급이 합리적이라는 결론이 도출됐다.

연구 결과를 토대로 올해 시범사업을 시행할 계획이었으나 정부의 현금성 지원정책 불가 방침과 광주시 재정난이 맞물려 관련 논의는 중단된 상황이다.



-올 한해 주요 사업 성과는.

△지역 맞춤형 현안 과제 발굴 및 환류시스템을 강화하고 남성 참여 및 유관기관 협력 사업 확대가 빛났던 한 해였다.

가부장제 사회의 구조적 성차별에 대한 남성들의 공감을 위해 성평등정책 발굴 연구를 수행했고 남성 성평등 전문강사와 광주 여성길 남성 역사문화해설사를 양성·배출했다.

부성권 확보를 위해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 방안도 연구했으며, 육아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는 아빠! 육아 도전 골든벨, 아빠 참여 가족 캠프를 개최해 돌봄의 공공성 강화와 일상 속 남성 양육 분담 문화 확산에 기여 했다.

또한 기존의 행정과 의회와의 젠더거버넌스에 더해, 교육청, 경찰청 및 자치경찰위원회, 공공기관, 전국 여성정책네트워크, 5개 구 여성새로일하기지원센터 및 가족센터, 지역 대학, 장애 및 복지관련 기관, 여성인권단체, 여성경제인단체 등과의 협업 및 연대체계를 강화했다.

청소년지도자 처우개선 방안과 장애위험 영유아의 조기발견 및 지원체계 수립 연구의 경우 곧바로 시정에 반영되기도 했다.

이밖에 아이키움 플랫폼 광주아이키움, 여성친화마을 코칭지원, 아픈아이 긴급병원동행서비스, 삼삼오오 이웃돌봄 등도 큰 성과를 냈다.



-광주 성평등 지수에 대해 평가한다면.

△지난해 여성가족부의 발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광주시는 대전, 서울, 세종, 제주와 함께 성평등 수준 상위지역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성평등의식, 문화 영역은 하위권이며 복지 및 가족, 문화 및 정보 분야의 성평등 수준은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사노동시간, 셋째아 이상 출생성비, 가족관계 만족도, 육아휴직자 등의 지표로 구성된 가족분야는 지속적으로 최하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성평등 의식 수준 향상과 더불어 가족 분야의 개선 노력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사회는 여전히 여성의 고위직 진출과 경제·사회참여가 어려운 구조다.

지자체 간의 성평등 수준을 비교 분석한 성평등 지수에서 광주시가 성평등 실현이 이뤄지고 있다는 착각을 지양해야 한다. 전반적인 성평등 수준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노력과 우리 지역이 타 지역에 비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온·오프라인에서 남녀 대립과 혐오가 확산되고 있다. 해결책은.

△현 정부 들어 성평등에 대한 왜곡과 백래쉬, 여성혐오 문화가 확대되고 있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선언과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20·30대 남성들의 경제적, 사회적 박탈감을 자극해 젠더 갈라치기로 집권한 현 정부는 지속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대립과 혐오를 부추겨 왔다. 국제 및 국내 전문기관들은 한국사회에 성차별과 성별 격차, 여성 인권 및 안전 등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고 대다수의 남성들 역시 일상과 구조적으로 작동하는 성차별 문제에 공감하고 있다.

성평등은 여성우월주의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시민이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소외와 배제, 차별을 경험해서는 안된다.

성평등의 가치에 대한 오해와 왜곡을 개선하고 모든 시민이 일상 속에서 실천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성가족부의 기능 약화로 여성가족정책 생태계가 위기에 빠져있다.

△성평등 및 여성가족정책의 콘트롤타워인 여성가족부가 장관도 선임되지 못한 채 기능도 약화돼 식물부처로 전락하고 있다.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 및 기능약화 시도에 따라 지자체의 여성가족정책 생태계도 큰 위기에 처했다.

영남권과 충청권의 여성가족재단들은 통폐합 수순을 밟았고 전문성 없는 수장 선임과 기능약화의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성평등 민주주의는 최소 10년 이상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상계엄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조기 대선이 예상되는 내년에는 전문성 있는 여성가족부 장관의 선임과 여성가족부의 기능강화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성인지 교육의 효율화 방안은.

△성평등 인식의 개선을 위해서는 성인지 및 성평등, 젠더폭력예방 교육의 활성화가 매우 중요하다.

현재 젠더폭력예방교육은 의무화로 규정돼 있지만 성평등 및 성인지 향상 교육은 권고 사항에 그쳐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교육의 대상 확대와 교육내용 및 방법의 개선 노력도 요구된다.

재단은 대상별 맞춤형 교육 콘텐츠 및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 중이며 교육 내용도 시대적 변화를 반영한 구체적인 사례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교육방법도 온라인이나 대형 강의로 진행되는 형식적 교육보다는 전문 강사를 활용한 토론·체험식 교육으로 전환해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저출생 극복 방안은.

△광주의 출생아 감소율과 청년인구 유출 비율이 심각하다.

정부도 인구절벽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비상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저출생을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 대책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출산율을 높여 인구 숫자를 늘리겠다는 기존의 인구대책은 실패했다.

저출생 극복을 위해서는 출산 당사자인 청년과 여성의 삶이 안정적이고 행복해야 한다.

임신과 출산 이후의 지원책이 아니라 청년과 여성이 자신의 삶을 안정적으로 꾸려나갈 수 있는 비전을 가질 수 있는 사회적 여건과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무한 경쟁 교육과 높은 사교육비,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 치솟는 부동산 가격과 전세 사기를 걱정해야 하는 주거 불안, 성별임금격차, 만연한 성차별과 젠더 폭력, 결혼 및 출산과 함께 당연시 되는 경력중단 등의 사회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청년들은 연애·결혼·출산을 선택하기 어렵다. 저출생 극복 대책은 단기간의 출산율 반등에만 급급해서는 안되며 청년과 여성들의 삶의 질 증진을 위한 구조적인 전환을 수반해야 한다.



-향후 기관 운영 방향은

△여성가족정책기관들의 대내외적 상황이 녹록치 않다. 비상계엄과 탄핵정국, 여성 및 성평등 정책에 대한 백래쉬 문화 확산, 예산부족 등으로 인해 내년에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단은 성평등민주주의와 돌봄의 공공성 강화라는 가치를 기반으로 지역과 공감하는 여성가족 정책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임직원과 함께 충실히 수행해 나가겠다.

정책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시책 발굴 ·연구와 성주류화 제도 실효성 강화, 현장중심 돌봄체계 구축, 지역사회 협력 기반 강화,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해 더욱 더 정진하겠다.



-지역민께 한 말씀.

△정치·경제적 위기 상황 속에서 시민들의 삶이 많이 고단하시리라 예측된다. 민주·인권도시 광주가 성평등민주주의의 선도도시로 도약할 수 있도록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재단도 시민과 함께 성평등민주주의 실현과 돌봄의 공공성 강화를 통한 성평등 광주공동체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길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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