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라는 이름의 무게 인식…‘광주다운’ 행정·정치할 것”
전남매일인터뷰

“‘광주’라는 이름의 무게 인식…‘광주다운’ 행정·정치할 것”

절망을 희망으로 ‘더 단단한 민주주의’
우리에게 닥친 위기·아픔 잘 극복할 것
저성장·트럼프 보호무역·탄핵 삼중고
확장 재정·조기 추경으로 방파제 마련
광주 찾고 머무는 소비자 늘리는데 주력
■강기정 광주시장

지난해 광주는 계엄과 참사라는 큰 일을 겪었다. 가족의 마음으로 현장을 오가고 상주를 자처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강기정 광주시장은 새해를 맞아 엄청난 일을 겪은 광주시민이 기댈 수 있는 언덕이 되는 시정을 약속했다. 광주가 그저 하나의 지명이 아니라 인간 존엄을 향한 불굴의 의지, 나눔과 연대의 정신을 상징하는 만큼, 광주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더 단단한 민주주의를 이루겠다는 각오다. 저성장 고착화·트럼프 보호무역·탄핵정국 삼중고를 이겨내기 위해 더 따뜻한 민생경제를 챙길 것과 기업하기 좋은 도시·수도권 기업도 찾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2025년 새해를 맞아 강기정 시장으로부터 시정 현안과 계획을 들어봤다.



-얼마 전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로 많은 분이 무거운 마음을 안고 새해를 맞았다.

△2024년 마지막 달인 12월은 계엄으로 시작해 여객기 참사까지 공포와 분노로 시작해서 비통함으로 마무리된 힘든 시간이었다. 사고가 발생한 12월 29일부터 지난 4일까지 국가 공식 애도기간이었는데 연말연시 일상이 사라지면서 대한민국도 광주도 많이 아팠다.

하지만 광주는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낸 도시다. 이번에 닥친 어려움 역시 시민과 행정의 힘을 모아 반드시 극복해 낼 것이다. 전체 희생자 179명 중 85명이 광주시민이었다. 한 다리 건너면 모두가 희생자의 가족, 지인, 친구, 동료였다. 남겨진 가족 중에 돌봄이 필요한 분들의 경우, 광주다움 통합돌봄과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탄핵정국이다. 비상계엄에서 탄핵 소추안 의결까지, 이번 과정을 지켜본 광주시장으로서 소회는.

△1980년 5월 항쟁이 2024년 ‘빛의 혁명’으로 거듭났다. 횃불은 응원봉으로, 주먹밥은 선결제로 부활했다. 1980년 신군부와 똑같은 ‘쌍둥이 포고령’, 군홧발로 국회를 짓밟은 일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시계를 44년 뒤로 돌린 사건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늘 국민이 나서서 국난을 극복해왔다. 계엄이 선포되자마자 국회로 달려가 계엄군을 막은 것도, 추운 겨울 아스팔트 위로 나선 것도, K-팝과 응원봉으로 신나고 평화로운 시위를 창조한 것도 국민이다. 이것이 계엄선포 11일 만에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킨 저력일 것이다. 광주는 그저 하나의 지명이 아닌, 인간 존엄을 향한 불굴의 의지이자 나눔과 상생의 정신이다. 광주라는 이름의 무게를 인식하고 ‘광주다운 행정·정치’를 해나갈 것을 다짐한다.



-새해 각오와 핵심 추진 사업을 설명한다면.

△ 계엄과 참사라는 엄청난 일을 겪은 광주시민에게 기댈 언덕이 되는 시정을 펼쳐나가겠다.

새해 시정의 화두는‘더 단단한 민주주의-더 따뜻한 민생경제, 당신 곁에 광주!’다. 지금 전 세계가 대한민국을 지켜보고 있다. 정치·경제·외교·안보 전 분야에 나타나는‘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전환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신속한 대통령 탄핵을 통한 헌정질서의 회복이다. 불법 계엄 책임자와 가담자들도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역사의 교훈을 남기는 일과 분열된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일도 중요한 과제다. 광주는 그저 하나의 지명이 아니라 인간 존엄을 향한 불굴의 의지, 나눔과 연대의 정신을 상징하는 가치다. ‘광주’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내서 ‘더 단단한 민주주의’를 이룰 것이다.

민생경제도 챙겨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저성장 고착화·트럼프 보호무역·탄핵정국 삼중고를 겪고 있다. 시민들이 먹고사는 일이 중요한 만큼 광주 경제에 돈이 돌게 하고, 소비의 그릇을 키워야 한다. 확장 재정·조기 추경으로 삼중한파를 막을 방파제를 마련하고, ‘광주 방문의 해’로 광주를 찾고 머무는 소비자를 늘리며, 물리적 시장의 한계를 뛰어넘어 온라인을 통해 소상공인들의 새로운 소비자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또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수도권 기업도 찾는 도시로 만드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작년 국회 감액예산안 통과로 AI 2단계 사업 등 지역 현안사업의 국비 추가 증액 요청이 반영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는데 후속 계획은.

△국비 확보도 사업 진행도 이상 없다. 전년도에 이은 정부의 긴축재정 방침과 지방 세수 감소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지난해 8월 정부 예산안에 국비 3조 3,244억원을 반영했고, 국회에서 국비 614억원을 추가 확보한 최종 3조 3,858억원을 확보했다. 이는 전년 대비 4.4%(1,412억) 증가한 수치다.

다만, 비상계엄 등 혼란한 정국 속에서 정부 예산이 증액 없는 감액예산안으로 국회를 통과, 추가 증액에 대한 우리 시와 국회의 소통으로 예산협의를 마친 사업들이 반영되지 않아 아쉽다. 아직 예산에 반영되지 않은 AI 2단계 사업은 정부와 여·야 모두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으며, AI영재고도 수시 배정이 풀리면서 후속 절차를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다. 추경이 실시되면, 주요한 사업들의 얽힌 매듭이 풀릴 것으로 확신한다.



-광주는 지난해 투자유치 지방자치단체 평가에서 광역시 중 유일하게 우수 지자체로 선정됐다. 그 비결과 2025년 기업 투자를 위한 방안은.

△민선 8기 들어 222개 기업과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최근에는 수도권에서 이전한 2개 기업의 1,300억원 재투자 및 모빌리티·에너지·인공지능 분야 해외 3개 기업 582만 달러 투자 등 광주를 선택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투자협약 체결 후 1년 안에 실제 투자한 비율이 47%다. 그동안 미래차국가산단 지정, 첨단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 유치 등 ‘AI’와 ‘미래차’라는 고부가가치 신산업을 중심으로 투자환경을 개선한 것이 결실을 맺은 결과다.

지난해 11월 빛그린산단 68만6,797㎡(20만7,000평)는 모빌리티 분야, 첨단3지구 52만3,560㎡(15만8,000평)는 AI 분야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됐다. 이곳에 투자하는 기업들은 정부와 우리 시로부터 세제지원, 지방투자보조금 지원비율 가산, 근로자 정주여건 개선 등 각종 혜택을 받게 된다.

호남권은 친환경·재생에너지가 풍부한 강점이 있다. 전력 생산량은 많은데 전력수요는 적은 수요·공급의 불균형 상황이다. 잉여 전력의 저렴한 공급 등 효율적인 활용을 통해 더 많고 우수한 기업을 유치할 수 있다. 투자기업 전 단계에 걸쳐 맞춤형 지원과 사후관리를 통해 광주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



-대·자·보(대중교통·자전거·보행) 도시 진행 과정은.

△기후위기 시대, 대자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광주는 1980년대 독재 타도를 위해 대자보를 썼던 그 마음으로 이번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대자보를 내걸었다. 지난 1일부터 반값 대중교통 카드 G-패스가 시행됐다. G-패스는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습관을 키워줄 것으로 확신한다. 지하철 2호선 1단계 공사도 올해 완공되는 만큼 시내버스 노선 전면 개편을 통한 편리한 대중교통체계를 구축할 것이다. 내년 지하철 2호선 1단계 개통에 맞춰 지하철 중심으로 시내버스 노선을 전면 개편할 예정이다. 걷는 길도 단계적 오픈 및 개선된다. 광주공원 포장마차 거리를 ‘청춘 빛포차 거리’로 조성해 이달 중 개방 예정이고 영산강의 문화·자원을 연결하는 ‘서창 감성 조망길’ ‘ACC 주변 보행특구’도 개발 중이다.



-오는 9월 광주에서 열리는 세계양궁선수권대회는 오랜만에 광주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국제대회다.

△지난해 말 광주 2025 세계양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창립총회로 본격적인 대회 준비에 돌입했다. 양궁은 우리나라의 품격을 높이고 국민의 자부심을 높여주는 스포츠다. 양궁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어떤 상황에서도 품격과 여유를 잃지 않는 진정한 1인자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광주는 전 세계로부터 주목받는 도시가 되고 있다. 양궁선수권대회 결승전을 5·18민주광장에서 개최해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으로 다시금 전 세계에 알려진 오월 광주를 전 세계인에게 각인시키는 계기를 만들 계획이다.

희박한 가능성이지만, 북한선수단과 예술단 초청을 위한 노력도 지속할 것이다. 가장 ‘비정치적 활동(이벤트)’이 가장 정치적 역할을 해내는 일이 많다. 생수병 대신 텀블러, 홍보 전단지 대신 QR코드 등 일회용품 사용 억제로 플라스틱 없는 대회를 치를 생각이다. 소나무 966그루 식재 효과가 기대된다.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지난해 광주에는 큰 성과도 많았지만 대한민국을 뒤흔든 계엄과 탄핵, 그리고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까지 큰 기쁨과 큰 아픔이 공존했다. 광주는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내는 도시다. 우리에게 닥친 위기와 아픔을 잘 극복하겠다. 광주에서 산다는 것이 시민에게 자부심이 되고, 광주라는 이름이 대한민국의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새해, 저와 공직자들이 더 많이 더 열심히 뛰겠다. 시민 여러분의 가정에도 직장에도 행복과 건강이 넘치는 새해를 맞으시길 소망한다.

길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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