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흥선 관장 /김태규 기자 |
-지난해 9월 제13대 국립광주박물관장으로 취임하고 6개월이 지났다. 광주박물관장으로서 지난 6개월을 돌아본다면.
△국립광주박물관은 1976년 수중발굴이 시작된 신안해저문화유산을 비롯한 호남지역 문화유산을 수집·보관하고,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1978년 12월 6일 개관했다. 호남지역의 첫 박물관이자 광복 이후 우리 손으로 지은 최초의 지역 국립박물관이라는 역사가 있는 곳에 오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올해는 광주박물관에 있어서 의미가 있는 해로 기록될 것 같다. 도자문화관이 드디어 오는 12월 문을 연다.
△건축물을 짓는 과정이 힘들긴 하지만 지금부터가 진짜 중요하다. 건축물을 세운 뒤에 그 건축물을 어떻게 채우고 마감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현재 도자문화관 건축물은 최초 설계자의 의도대로 잘 지어졌다. 지금부터는 큐레이터들의 시간이다. 그동안 미국, 남미, 중동 등의 세계적인 전시기법들을 벤치마킹해왔고 최근 트렌드도 살펴왔다. 국외의 경우 수몰선에서 나온 대량의 도자기들을 어떻게 전시하고 있는지도 조사해왔다. 이제는 창의성을 뽑아내야 하는 시간이다.
-지난 2020년 13번째 국립박물관인 국립익산박물관 개관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엔 광주박물관장으로 도자문화관을 개관하게 됐는데 책임감이나 느낌이 남다를 것 같다.
△도자문화관 건립이 추진된 지 5년이 지났다. 이 사업의 시작은 내가 아니었지만, 결실을 맺는 가장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됐다. 국립광주박물관 취임 전부터 관심 가졌던 사업이지만, 막상 총책임자로 개관을 앞두고 있으니 신경쓸 것도 많고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이전부터 전체 로드맵에 따라 박물관의 담당자들이 맡은 분야에서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도자문화관이 광주에 문을 여는 의미를 설명한다면.
△국립광주박물관이 위치한 광주·전남지역은 강진 고려청자, 광주 충효동 분청사기 등 오래전부터 도자기 생산의 중심지였다. 또한 국립광주박물관에는 신안해저문화유산의 대부분이 보관돼 있는데, 이는 전세계적으로도 희귀한 매우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이러한 지역적 특성을 대표하는 국가기관인 국립광주박물관은 2018년부터 ‘아시아 도자문화 교류의 거점’ 특성화 사업을 시작했다. 도자문화관은 국립광주박물관의 목표와 비전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기점이 될 것이다. 국가 차원의 최초 도자 전문 전시관으로 앞으로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생각한다.
-도자문화관 개관 준비는 중앙에서 지원을 받는지 아니면 광주박물관 자력으로 준비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최대한 광주에 있는 인력이 소화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기관들도 해야 하는 일들이 있는데 그걸 제외하고 우리를 도와달라고 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도자문화관 신안실 같은 경우 만점 이상이 전시될 텐데 이렇게 도자기를 만점 이상 전시한 사례가 없다. 대부분 2,000~3,000점 정도의 전시였다. 이번에는 만점 이상 최대한 1만5,000점까지 전시를 하려 한다.
-만점 이상의 도자기가 한번에 전시된 모습이 장관일 것 같다.
△그것이 연출 기법이다. 그리고 도자기를 신안선에 어떻게 실었을지 당시의 모습도 재현해서 보여드릴 생각이다. 아마 당시에는 신안선 지하에 박스별로 도자기가 담겨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도자기가 신안선에 실리고 또 광주로 오게됐는지를 연출하는게 핵심인 것 같다.
-도자문화관이 개관하면서 아시아 도자문화 교류의 거점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어떤 도자 작품들을 볼 수 있게 되는지 궁금하다.
△도자문화관의 상설전시는 크게 한국 도자기와 신안해저문화유산으로 나누어 전시할 예정이다. 한국도자기는 광주 무등산을 비롯해 강진, 고흥 등 우리 지역에서 만든 도자기를 중심으로 한국 도자 문화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살펴본다. 신안해저문화유산실에서는 1975년 신안 앞바다에서 발견된 신안해저선 출수 도자기와 각종 물품을 보여준다. 그중 중국 원나라의 용천청자는 전 세계에서도 국립광주박물관에 가장 많은 수량이 보관돼 있다. 이러한 중요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14세기 동아시아 해상교류 및 문화사를 소개할 예정이다.
-고해상도의 몰입형 영상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한 신기술융합콘텐츠실도 관심을 끈다.
△신기술융합콘텐츠실은 수준 높은 공공 문화자원 서비스 향유 기회를 제공하고 도자 문화유산을 더 가까이에서 생생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마련한 공간이다.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자연과 도자기, 문화유산을 함께 다룬 몰입형 영상을 즐길 수 있다. 향상된 ICT 기술을 활용해 콘텐츠 몰입도를 강화하는 동시에, 다수가 동시 체험이 가능한 반응형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다.
-도자문화관 편의시설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들었다. 시민들을 위한 공간 마련에 대한 계획을 설명한다면.
△광주박물관은 조경이 굉장히 잘 돼 있다. 근 50년 동안 수목이 자라면서 매우 잘 가꿔진 상태다. 그래서 도자문화관 2층을 박물관 정원과 어울리는 곳으로 꾸미려고 한다. 도자문화관 2층에서 보면 본관도 보이고 정원도 보일 것이다. 1층에서 도자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하고 지식을 쌓은 다음 2층에서 힐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박물관이 배움의 공간이기 전에 바쁜 일상에서 쉼의 공간이 되길 바란다.
-도자문화관 건립과 함께 박물관 본관 건물도 보강이 된다고 들었다. 어떤 변화가 있나.
△현재 박물관 본관에 있는 아시아도자문화실이 도자문화관으로 통합되면서, 본관도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아시아도자문화실 대신 본관에는 광주·전남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지역문화실이 신설된다. 이 전시실은 국립광주박물관에서 조사한 학술연구성과를 바탕으로 특별한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 첫 번째 전시는 우리 선조들의 먹을거리를 주제로 준비하고 있는데, 아마 2026년에 찾아뵐 수 있을 것 같다. 또 기획전시실은 지금보다 더 넓고 쾌적한 공간에서 개최될 수 있도록 환경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도자문화관 건립이 올해 박물관의 가장 큰 업무지만 다른 사업들도 지속이 된다. 올해 전시와 행사들을 소개한다면.
△도자문화관 개관에 맞춰 특별전시도 도자기와 관련된 주제로 준비했다. 5월에는 고흥분청문화박물관에서 국보순회전 ‘모두의 곁으로: 분청사기(가제)’를 개최한다. 작년 처음 시작한 국보순회전은 국보, 보물과 같은 중요 지정문화유산을 문화 취약지에 전시해 지역민들이 이전보다 수준 높은 전시를 관람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하반기에는 도자문화관 개관을 기념한 순회전 ‘푸른 세상을 빚다-고려 상형청자’를 연다. 이 전시는 2024년 국립중앙박물관이 개최한 특별전시를 소속박물관에서 개최하는 순회전이다. 고려청자의 정수인 다양한 상형청자를 한자리에서 만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앞으로 광주박물관을 찾을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광주시민들이 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더 노력하겠다. 역사는 매우 중요하다. 역사의 과거를 이해하고 배우고 인식하면서 우리의 뿌리를 알게 된다. 뿌리 없이 나오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광주시민들에게 뿌리에 대한 든든한 백그라운드를 제공하는 역할에 충실하겠다. 박물관은 항상 이 자리에 있다. 항상 같은 자리에 있기 위해서는 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깊은 역사의 베이스가 탄탄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박물관의 역사가 꾸준히 이어질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겠다.
최진화 기자
약력
△전북 임실 출신 △전북대 고고인류학과 졸업 △전북대 대학원 사학과 박사 수료 △국립제주박물관 학예연구사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 △국립익산박물관장 △국립중앙박물관 유물관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