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은 한자어로 복(鰒) 또는 포(鮑)라고도 한다. 예로부터 맛과 영양이 특별해 바다의 보물, 복어(鰒魚)라 불리었고, 조선시대 임금의 수라상에 오르는 귀한 음식 재료였다.

전복양식은 1990년대 말까지도 생산량이 100톤 수준을 넘지 못했으나 2000년대에 접어들어 완도군을 중심으로 내파성 가두리 양식 기술이 개발되면서 시설이 대형화됐고, 2001년 8월부터 전복 가두리 면허제도를 시행하면서 전복양식 산업은 급속도로 발전했다. 이러한 양식 기술의 발달이 2010년 6,000톤의 생산량에서 10년 만에 2만162톤, 2022년에는 2만2,078톤을 기록했다. 수산정보포털에 따르면 양식업의 경우 2023년 국내 생산액 기준으로 1위는 넙치류(6,856억원)이고 2위 김류(6,311억원), 3위 전복류(5,459억원), 4위 뱀장어(5,045억원)로 집계됐다. 이처럼 전복 생산량은 국내 수산 양식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수산업 전반에 걸쳐 큰 활력을 불어넣었다.

한편, 전복양식 산업의 급속한 성장에 따른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데, 더욱 빨라지는 조기 종자생산 시기와 무분별한 배합사료 공급, 배합사료의 중국산 의존도 증가, 종자를 생산하는 어가(漁家) 간에 발생하는 과잉 경쟁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과도한 양식 시설과 밀식으로 조류가 차단되고 장기간 연작에 따른 어장 황폐화로 인해 일부 어장의 경우 전복의 60%까지 폐사가 발생하고, 이러한 원인으로 폐사 이전에 입식 2년 차 이하에 조기 출하함으로써 전복의 가격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그 밖의 문제로 집중호우로 인한 해수 저염분화와 계절별 저·고수온 등 빈번한 자연재해로 매년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점, 가공·유통 기반이 부족해 홍수 출하 시에 수급 안정화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가격 하락 및 소비 감소를 억제할 수 없는 점, 60세 이상의 어업 인구 비중이 49%를 차지해 미래 인재의 양성이 시급한 점 등이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생산성 향상을 위해 종자, 유통, 가공, 수출, 양식시설 등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

첫 번째, 안정적인 전복 생산을 위해서 지역별 특성과 양식장 여건에 적합한 우량종자 보급이 시급하고, 활전복 위주 단순 제품에서 탈피, 젊은층을 비롯한 다양한 소비층 확보를 위한 간편식 소포장 제품 등을 개발해 경쟁력을 높임과 동시에 가공품의 수출 증대 시켜야하고, 전복 유통은 기존 비계통 출하로 인해 발생하는 공급과 수요 불안으로 인한 가격 변동을 계통 출하로 유통 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

두 번째, 어장 밀식 및 시설 노후화로 생산성이 저하되고 있다는 점이다. 2023년 기준 가두리 시설량은 107만7,417칸, 연간 2만3,000톤을 생산하고 있으며 전복 먹이를 가두리 면허지 내에서 양식을 병행하고 있어 조류소통 불량으로 폐사량이 증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단순히 불법시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기보다 시설비 지원과 어장 간 거리 확보 등 어업인과 인식을 함께하며 어장 재배치를 확대하고, 갯지렁이와 해삼 살포, 퇴적물 개선제 등 오염된 저질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세 번째, 증가하는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대비 재해보험 가입률은 여전히 저조해 문제시되고 있다. 저조한 이유는 인지도 부족과 1년 단위로 갱신되는 소멸성 보험이라는 한계점 등이 있다. 양식재해보험은 2008년 도입돼 초기 가입률 80%에 달했으나, 보험료 인상에 비해 보상범위 축소함으로써 20%까지 급격히 감소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보험료 지원 및 보상범위 확대를 지속적으로 건의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네 번째, 국내 65%의 양식장이 국산 배합사료(6~7만원/20㎏)에 비해 1만원 이상 저렴한 미검증 중국산 배합사료(5~5만5,000원/20kg)에 의존하면서 집단 폐사 가능성은 높아만 가고 있다. 저가 중국산 배합사료의 대안으로 저비용, 고품질 친환경 배합사료를 개발하고, 원료 확보가 쉽도록 건조시설 및 배합사료 공장 건립이 요구된다. 이에 올해 2월 국·도비 포함 사업비 54억원을 투입한‘청해진 전복먹이 공장’이 준공돼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리고 친환경 양식수산물 국제인증(ASC) 도입을 통한 사료, 수질, 항생제 검사 등 안전한 먹거리 제공으로 내수 소비는 물론‘K-푸드 열풍’에 동참해 수출 확대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전남도에서는 경쟁력 있는 친환경 양식산업 육성을 위해 올해 예산 630억원을 편성해 양식 생산 지원 등 24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스마트 양식시설 구축, 양식시설 자동화, 사료 급이 자동화 시스템, 어류양식 관리시스템 구축 등 첨단화 설비 지원을 확대하고 수산재해 예방사업과 지역특화품종을 집중 육성해 어촌 고령화와 인구감소에 대응함으로써 양식산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목표다.

특히, 해양수산과학원에서는 목포대학교와 함께 수산종자사업(GSP)으로 전복 피해 저감을 위한 고수온에 강한‘슈퍼왕전복1·2호’를 개발해 현장 적응 실험을 진행하고 있고, 더불어 전남 해역에 적합한 맞춤형 우량전복 발굴에 힘을 기울이고 있으며, 그와 별개로 수급 안정을 위해 새조개 등 전복 대체 품종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또한, 전남의 주요 양식장에 수질 환경 자동 관측시스템 ‘전남바다알리미’를 설치해 양식어가에 수질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수산 가공 T/F팀을 구성해 다양한 가공식품을 개발 및 공급함으로써 그동안 활전복 위주의 유통시스템을 재편하는 등 경쟁력을 높여나가고자 한다.

이처럼 정부·지자체·어업인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면 전복산업의 재도약을 통한 어촌 활성화와 인구감소 극복은 꿈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