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이 실종되자 사과값이 뛴다. 자칫 상관없어 보이는 두 사건은 기실 환경이라는 거대한 유기 구조 안 긴밀한 상관관계로 얽혀있다. 많은 이들은 이 상관성의 원인을 기후위기 때문으로 본다. 기후변화로 꽃의 수정을 담당하던 꿀벌의 개체수가 줄어들자 과수가 열매를 맺지 못하고, 결국 부실한 작황에 사과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게 됐다는 것이다. 인류를 위협하는‘침묵의 봄’이 어느덧 당면한 현실이 되었다.

자연의 역습이 경제적 부담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진화한 모양새다. 탄소국경세(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수입된 제품에 부과되는 관세)가 본격화되는 국제정세가 시사하듯, 환경에 대한 책임감을 더 이상 후손을 위한 사명감 유무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후위기는 이미 인간의 삶과 경제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더 나아가 국가경쟁력과도 직결된 전 세계의 화두다.

전남도의회는 이 같은 사회적 흐름에 발맞춰 기후위기 대안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필자가 대표 의원으로 있는 의원 연구단체인 ‘기후대응과 정의로운 탄소중립 전환 연구회(이하 연구회)’를 중심으로 나날이 심각성을 더해가는 기후위기 문제와 관련해 선제적 대응에 전력하고 있다. 작게는 일상 속 실천 가능한 기후행동 캠페인부터 넓게는 산업구조 변화로 발생하는 환경문제에 대한 직·간접적 피해 구제 대책 마련까지 공론화의 장 마련과 용역연구 추진 등 전방위적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3월 연구회는 ‘2024 전라남도 탄소중립 기후행동보상제 포럼’을 개최해 큰 호응을 얻었다. 아직 우리에게 낯선 개념인 기후행동보상제는 말 그대로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공익적 활동에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다. 기후위기를 염려하는 시민들의 자발적 실천과 노력이 사회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이를 증폭시킬 제도와 정책이 절실하다는 점에 착안해 만들어졌다. 기후대응과 관련해 ‘손실과 피해보상’을 넘어 ‘예방과 전환에 대한 보상’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지와 열망을 담고 있다.

특히 ‘전남지역의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기후행동보상제 고찰’을 주제로 진행된 이번 포럼은 기후행동보상제의 실질적 효과를 사례 중심으로 짚어보는 유의미한 시간이 되었다. 서울시 도봉구의 ‘탄소공감’ 마일리지, 광명시의 ‘기후의병’ 탄소중립 포인트제, 서대문구 ‘기후모아’, 인천 신비의 보물가게 등 기후행동의 사회적 가치를 환산해 앱에서 포인트로 적립 받고 지정된 사용처에서 소비하는 선순환 성공 사례들을 전반적으로 훑어볼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도봉구의 ‘탄소공(Zero)감(減)마일리지’ 시책이었다. 탄소공감마일리지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일상생활에서 41가지 탄소중립 활동을 실천, 전국 최초로 지역화폐를 인센티브로 받을 수 있도록 도봉구에서 자체 개발한 환경마일리지다. 보상의 소비처를 지역화폐 유통처와 연계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정책으로 독창성, 주민 체감도, 지속가능 발전성까지 모든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시책이다. 현재 구민 가입자 수가 무려 6,000여 명에 달하는 등 제도의 효용 가치를 인정받은 만큼, 전남도 지역 실정에 맞춰 도내 지차체들에서도 발전·확산시켜 나가봄 직한 우수한 선진 사례였다.

물론 현재 전남도에서도 2050 전라남도 탄소중립 비전을 선포하고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수립,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조례 제정, 탄소중립지원센터 지정 운영까지 탄소중립에 대한 적극적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기후행동을 위한 동기 부여와 자발적 실천이야말로 가장 기본으로 전제되어야 하는 만큼 도민의 적극적 참여를 독려할 수 있도록 기후행동보상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추진방향을 정립해 나가야 할 것이라 생각된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명확한 해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실천하는 시민의 연대야말로 병든 지구를 구하고 후손의 미래를 담보하는 가장 큰 동력이 될 것이다. 기후위기 시대, 시민 솔루션의 새로운 대안이 되어줄 기후행동보상제가 우리 사회 속에 성공적으로 안착해 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