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주도해도 더디기만 하다. 전국의 지자체가 발 벗고 나서도 제자리 걸음에 그치고 있다. 앞다퉈 내놓는 정책마다 신통치 않다. 대신 신안군에서는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꿈만 같다. 기적 같은 일이다. 인구증가다. 지난 한해만 179명이 늘었다. 올해도 77명이 전입했다. 귀농, 귀촌, 귀어 등 문의는 빗발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국내 인구감소지역 89개 중 9개 지역만 인구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발표했다. 전남에서는 유일하게 신안군이 이름을 올렸다. 산업단지 조성에 따른 넉넉한 일자리 확보도 아니다. 행정기관 이전, 혁신도시 등 도시계획 또한 없다. 미증유의 사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성과다. 남이 가지 않은 길을 쉼 없이 재촉해 온 결과물이기도 하다. 공직자들은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을 보여줬다. 훌륭한 파트너쉽을 보여주고 있는 신안군의회도 높이 살만하다. 섬이어도 인구가 는 이유다. 신안군이 지닌 특별한 힘이다.

전국 최초로 시행한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제(햇빛연금)의 성공과 신재생에너지 협동조합 결성이 큰 몫을 했다. 실제로 분기별 햇빛연금 수혜를 입고 있는 안좌면과 자라도, 지도읍, 사옥도, 임자면의 인구 증가가 두드러진다. 지도읍, 임자면, 안좌면 주민들은 분기별 10만~68만원까지 지급받고 있다. 올해 비금면, 내년 증도면, 신의면 등 전 읍·면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햇빛연금은 신안군의 풍부한 자연 자원인 햇빛, 바람을 이용한 태양열, 풍력 사업의 개발 이익을 공유하는 제도다. 지난 2021년 4월부터 지역 주민들에게 햇빛연금을 지급하기 시작해 3년 만에 1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전체 인구의 35%에 해당하는 총 1만775명이 햇빛연금 혜택을 받고 있다.

전국 최초로 시행한 햇빛 아동수당도 호응을 얻고 있다. 햇빛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지역의 18세 미만 아동 2천여명에게 상·하반기에 걸쳐 8억5백만원을 지급했다. 내년부터는 연간 최대 120만원까지 지급할 목표도 세웠다. 인구유입과 주민소득증가, 부모 양육비 부담 완화 등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다.

군민들에게 바람연금을 지급할 날도 다가오고 있다. 해상풍력이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2030년까지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할 계획으로 전력을 쏟고 있다. 성공적으로 가동이 되면 4만명의 군민 모두에게 개인당 연간 600만원의 바람연금까지 지급할 수 계획이다.

문화, 예술이 꽃 피는 신안군을 위한 대표적 프로젝트인 1섬1뮤지엄 사업도 인구 증가의 대표적 사례다. 세계적인 예술가들이 참여하고 있는 5개의 뮤지엄을 비롯, 총 26곳의 문화 공간 조성이 한창이다. 올라퍼 엘리아슨이 도초면에 세우고 있는 ‘대지의 뮤지엄’이 오는 6월 말 선보일 예정이다. 야나기유기노리가 안좌면에 조성중인 ‘플로팅 뮤지엄’은 9월 준공을 목표로 마무리 단계다. 비금면에는 세계적인 철 조각가 안토니 곰리의 ‘바다의 미술관’, 자은면은 마리오보타와 박은선 조각가의 ‘인피니또 뮤지엄’ 건립 공사도 순조롭게 진행중이다. 군민들에게 자긍심을, 방문객들에게는 감동과 선사를 줄 것으로 확신한다.

하나의 섬에 꽃과 나무, 숲을 조성하고 하나의 정원을 만드는 1섬1정원화 사업 또한 인구 유입을 견인하고 있다. 퍼플 섬, 수선화의 섬, 맨드라미 섬, 수국의 섬에서 성공적인 꽃 축제를 열듯 섬 전체를 품격 있는 정원으로 일구는 중이다. 계절을 달리해 피는 꽃을 테마로 열고 있는 섬 꽃 축제는 무려 16개다. 증도면 ‘향기의 축제’, 지도읍 라일락축제, 임자도 홍매화축제, 고이도 갯국축제, 우이도 백서향 축제를 열기 위한 정원 조성에도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섬을 찾아오는 모든 이가 공감하고 행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함이다.

인구 유입을 위한 통 큰 정책도 통했다. 월 1만원의 임대주택을 제공해 집 걱정을 덜어줬다. 청년· 신혼부부의 경제적인 부담 또한 확 줄였다. 최근 전남형 만원주택 공모 사업(150억원)에 선정돼 탄력을 받게 됐다. 청년·신혼부부들을 위한 주택을 신축해 보증금 없이 월 1만원의 임대료로 최장 10년간 안정적인 주거 공간을 제공한다. 사업 대상지인 압해읍은 교육, 문화, 복지시설이 갖춰져 있고, 출·퇴근 등 접근성 용이해 청년들이 정착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공직사회도 특별한 현상이 일고 있다. 전출 갔던 공무원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어서다. 최근 6명의 공무원이 신안군으로 전입했다. 이중 3명은 전출을 갔다 온 이들이다. 한때 ‘공무원 양성소’라는 오명을 씻어 낸 이유 있는 변화다.

신안의 사계절은 꽃과 함께 맞는다. 최근 작은 섬 선도에서 수선화 축제, 임자도에서 튤립 축제가 열렸다. 10만여명의 관람객이 발걸음했다. 방문객들은 꽃길을 타박타박 걸으며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껏 힐링했다. 코 끝을 간지럽히는 매혹적인 꽃 내음과 귀가를 스치는 파도소리와 함께다. 바다 위의 꽃 정원답다. 축복이 흐르는 땅이다. 일년 내내 축제를 즐길 수 있는 곳, 신안군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섬으로 우뚝 설 날이 머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