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비 소식에 4일 하루 앞서 초등학생 자녀 둘과 충장로 나들이를 나온 양지현씨(42)는 고물가를 체감하고 혀를 내둘렀다. ACC 광장에서 피크닉을 즐기기 위해 치킨 프랜차이즈 전문점의 투게더팩과 피자 전문점의 피자 한 판을 포장한 가격이 무려 6만원에 육박해서다.

“포장 메뉴라 가볍게 생각했는데, 간식 가격이 패밀리 레스토랑 샐러드바 이용 가격이나 비슷하더라구요. 며칠 뒤엔 어버이날인데 외식보다는 현금으로 드려야 할 것 같아요.”

5월 가정의 달을 앞두고 일제히 오른 외식 물가에 어린이날 연휴를 보낸 소비자들이 당장 쪼그라든 지갑 걱정을 토로하고 있다.

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은 3.0%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2.9%)보다 0.1%포인트 높다. 외식 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을 웃돈 현상은 2021년 6월부터 약 3년째 이어지고 있다.

1년에 한 번 있는 날인 만큼 5월 가정의 달엔 즐겁게 외식하고 용돈이나 선물도 챙겨주려는 가정이 많지만 줄줄이 인상된 물가에 마음과 달리 계획이 수정되기 일쑤다.

특히 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외식 메뉴 물가가 크게 뛰어 고물가는 당장 피부에 와닿는다. 지난달 돼지갈비는 3.1%, 오리고기는 4.0% 올랐고, 피자는 5.0%, 떡볶이는 5.9%가 올랐다. 비빔밥(5.3%), 김밥(5.3%), 햄버거(5.0%), 도시락(4.7%), 칼국수(4.2%), 냉면(4.2%) 등 순으로 올랐다.

외식 세부 품목 39개 중 절반 정도인 19개가 평균을 상회했으며, 물가가 내린 품목은 없다.

가정의 달에 앞서 지난달 김밥 프랜차이즈 바르다김선생이 바른김밥 등의 가격을 인상했고, 국민 간식인 버거·피자·치킨도 가격 인상을 마쳤다.

맥도날드는 지난 2일 16개 메뉴 가격을 평균 2.8% 올렸고 피자헛도 같은 날부터 갈릭버터쉬림프·치즈킹 등 프리미엄 메뉴 가격을 인상했다. 고피자와 미스터피자, 도미노피자도 합류했다. 고피자는 단품 가격을 1,000원씩 올렸고, 미스터피자는 음료 가격을 21,4%(300원) 인상했다. 도미노피자는 배달비를 1,000원 올렸다.

치킨 프랜차이즈인 굽네는 9개 메뉴 가격을 1,900원씩 올렸고, 교촌치킨도 오리지날 메뉴를 18.7% 인상했다.

한편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도 2021년 12월부터 지난 1월까지 26개월째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을 웃돌다가 2월에 역전돼 지난달까지 석 달째 전체 평균을 하회 중이다.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1.6%로 전체 평균보다 1.3%포인트나 낮다. 가공식품 세부 품목 73개 중 35.6%인 26개는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설탕이 18.6%로 가장 높고 이어 소금(17.4%), 양주(10.6%), 건강기능식품(8.7%), 발효유(6.7%), 우유(6.2%) 등 순이다. 소주(-1.3%)와 밀가루(-2.2%), 라면(-5.1%), 김치(5.5%) 등 26개 품목은 물가가 내렸다.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외식 물가 상승률이 평균 아래로 떨어지는 현상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본다. 식품·외식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둔화세에 제동이 걸리고 있어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제품 가격 인상을 억제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붙잡고만 있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원재료 가격이 올라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기업들이 줄줄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연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