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도 위험한데 아이 혼자서 어떻게 보내겠어요. 등교 때만이라도 데려다줘야죠.”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주·정차가 금지된 지 2년이 지났지만, 광주 도심 곳곳에서는 여전히 불법 주·정차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운전자의 안일한 안전 의식으로 인해 어린이의 안전이 뒷전으로 내몰리고 있어 경각심 제고를 위한 단속·처벌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서구 등에 따르면 스쿨존은 유치원, 초등학교 등 교육 시설 출입문에서 반경 300m 이내 도로에 지정돼 학생들의 안전한 통학 공간을 확보하는 제도다.

지난 2021년 10월부터 시행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따라 어린이 보호구역 내 주·정차가 전면 금지됐다. 적발된 차량은 승용차 12만원, 승합차 13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최근 3년간(2021~2023년) 광주지역 스쿨존 불법 주·정차 단속 건수는 11만 1,210건으로, 연도별 단속 건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 이전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 개정 이전인 2021년 2만 9,298건 적발됐으나 2022년 4만 8,140건, 2023년 3만 3,772건으로 늘었다.

또한 지역 스쿨존 상당수가 보행로 부재로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어 어린이들의 등하굣길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광주 서구 풍암동 금당초등학교 앞 스쿨존에는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는 표시가 무색할 정도로 차도와 인도가 분리돼 있지 않았고, 도로 양 옆으로는 불법 주정차 차량들로 가득했다.

특히 주정차된 차량들로 비좁아진 스쿨존은 차량 한 대가 지나가기 버거워 보였고, 학생들은 마주 오는 차량을 피해 갓길에 세워진 차량들 사이로 몸을 숨기기도 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성 모씨(39)는 “평소에도 불법 주정차가 많은 구간인데 등굣길에는 차량이 더 몰려들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항상 데려다주고 있다”며 “법적으로 스쿨존은 주차뿐만 아니라 정차도 금지돼 있는데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시민들이 꼭 지켜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서구 광천동 광천초등학교 인근도 마찬가지.

등교 시간이 다가올수록 스쿨존 내에는 아이들을 등교시키기 위한 차량들로 북적였다.

스쿨존에는 차량을 잠시 정차하는 것도 불법이지만, 학부모들은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차에서 내려 아이를 배웅하고 있었다.

또한 안전한 등하교를 위한 안전펜스나 방호울타리 등 시설물이 없었고, 차도와 인도 구분이 없어 불법 주정차 차량 옆을 아슬아슬하게 비켜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학교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 모씨(52)는 “항상 불법 주정차로 인해 문제가 있는 곳인데, 작년에는 이 길을 지나는 운전자가 작은 학생을 보지 못하고 사고가 날뻔한 적도 있었다”며 “학생 통행도 많은데 주정차 단속을 강화해 하루빨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관할 자치구의 단속 만으로는 불법 주정차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안전시설 확충과 운전자들의 안전의식 제고가 우선시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창영 광주대 방재안전학과 교수는 “어린 아이들은 차량이 오면 알아서 피해줄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움직이기 때문에 사고에 대한 위험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며 “현재 스쿨존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낮은데, 과거 안전벨트 단속을 강화해 벨트 착용이 하나의 문화로 정착됐듯 지자체에서 스쿨존 내 과속과 불법주정차 등 단속을 강화하는 등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구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주민들에게 계도와 과태료 부과 조치를 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어린이보호구역 내 불법 주정차가 성행하고 있다”며 “법적으로 조치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민들 스스로가 금지구역에 차량을 세워놓을 경우 아이들이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