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어린이날 연휴에 내린 깜짝 폭우로 보리류 식용작물 가격이 인상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국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전남 곳곳의 보리류 재배 농가에 도복 피해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다행히 현재 곡류에 치명적인 침수피해까지는 번지지 않아 현 상황이 유지된다면 가격에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2~3주 내 또 폭우가 쏟아진다면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7일 전남농협과 전남도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지난 4~6일 동안 호우 피해로 전남 지역에서 1,364㏊ 규모 농림 도복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 작물은 보리·밀·귀리 등 보리류로 해남에서 1,200㏊, 12억원으로 피해가 가장 컸고 강진(145㏊·1억4,500만원), 순천(18㏊·1,800만원), 보성(11㏊·1,100만원) 등 순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지난 어린이 날 연휴 광양·진도·구례·강진·완도 등 많은 비가 내렸던 걸 감안하면 피해를 입었음에도 지자체에 신고하지 않은 농가도 많은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기준 전남의 보리류 재배 면적은 전국의 40%, 생산량은 37%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쌀보리는 절반 가량인 6,370㏊, 맥주보리는 68% 수준인 4,068㏊다. ‘밀’ 재배 면적도 4,572㏊ 전국에서 두번째로 넓다.

전남도는 이번에 접수된 피해 작물의 현재 기울기를 약 45도로 보고 있다. 이는 이전 사례에 대입하면 전체 생산량은 4% 가량 감소할 수 있는 수치로 도·소매 가격에도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추후 2~3주 안에 또 다시 많은 비가 쏟아져 작물이 완전히 쓰러진다면 생산량은 10% 이상 줄어든다. 또한 현재 맥류는 생육이 상당 부분 진행돼 수확 시기를 앞두고 있는데 침수까지 된다면 변질로 생산량이 크게 감소하고 가격 상승까지 이어질 확률이 높다.

보리류 가격이 오른다면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수입산에서 가격경쟁력이 크게 밀려 국내산 맥주보리와 밀 사용량이 감소하고 수입 의존도가 높아질 우려도 나온다.

전남도 관계자는 “가격 결정에는 생산량 뿐만 아니라 수요·재고 등 다른 변수들도 많다”면서 “5월 말부터 6월 초 밀 수확 시기까지 또 폭우가 내려 작물이 완전히 쓰러지거나 침수가 되지 않는 이상 이번 비로 맥류 가격이 크게 뛸 가능성은 적다”고 설명했다. 홍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