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 용도 변경을 둔 견해차로 수년째 답보상태에 빠진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이전 사업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이전 사업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관련 법률이 개정된 데 이어 공장 이전 주체인 광주 광산구도 인근 지역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연구용역에 나섰다. 여기에 지역 정치권에서도 이전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고, 호전되고 있는 금호타이어의 경영상황도 호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7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광산구 소촌동에 위치한 금호타이어 공장은 시설이 노후화하고 생산성도 낮아 지난 2019년부터 함평 빛그린산단 부지로의 이전을 추진했다.

하지만, 공장부지 용도 변경을 두고 광주시와 금호타이어간 입장이 크게 엇갈리면서 이전 작업은 지금껏 답보상태에 머물러왔다.

금호타이어는 공업 지역인 공장부지 용도를 주거·상업 지역으로 변경한 뒤 1조2,000억원으로 추산되는 이전 비용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광주시는 관련법에 따라 공장 가동 중단 후 용도 변경을 고수해 왔다.

수년간 팽팽히 맞서던 양측의 주장은 최근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낳고 있다.

개정된 국토계획법의 핵심은 토지의 기능(주거·상업·공업 등)에 따라 용도와 밀도를 제한하고 있는 도시계획 규제를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개정법에 따라 광주시가 금호타이어 부지를 직접 도시혁신 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고, 용적률과 건폐율 등도 정할 수 있게 되면서 ‘선 공장 이전’ 이외의 또 다른 선택지가 생긴 셈이다.

이런 가운데 공장 이전의 당사자 격인 광산구도 사업을 촉진할 연구용역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광산구는 올해 말까지 예산 4,000만원을 들여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주변지역 도시환경 영향 기초조사 및 발전 방향 모색’ 연구 용역을 실시한다.

대상 지역은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중심 반경 2km 내(광주공장, 소촌산단, 광주공항, 송정역세권 등)다.

과업에는 △도시환경 실태 조사(광주공장 설립 이후 변화 분석) △경제 유발효과 분석(공장 운영 대비 복합시설 유치 비교) △국내·외 공장 이전 사례 및 정책 검토 △거버넌스 운영 △공장 유지 및 이전에 대한 비전 제시 등이 담겼다.

광산구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영향권 6개 동·3만여 세대(광산구 인구 18%)는 수십년간 환경피해에 장기간 노출돼 관련 민원이 지속해 발생하고 있다”며 “과학·실증적 분석이 이뤄지는 이번 용역을 통해 공장 이전 타당성을 입증하고 주민 생활 안전권 보장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정치권에서도 송정역세권 발전을 위한 공장 이전 촉구 성명을 발표하는 등 이전작업에 힘을 보태고 있다.

광산구의회 의원 15명은 올해 초 성명을 통해 “송정역세권 발전을 위해서는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이전이 필수선결의 조건이다”며 “지속 가능한 발전 방향으로 시가 구상 중인 거점복합환승센터 건립 추진을 위해서도 부지가 확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금호타이어 측에 구체적인 이전계획 수립과 매수인 확보 노력을, 광주시에는 협의체 구성을 통한 송정역세권 발전 마스터플랜 제시를 각각 요구했다.

금호타이어 경영 상황이 점차 좋아지고 있는 점도 공장 이전 작업의 호재로 여겨진다.

금호타이어의 지난해 매출액은 4조414억원, 영업이익은 4,11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2% 올랐고 올해 매출 목표액도 4조5,600억원 가량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경기 침체와 건설 경기 악화 등으로 매수인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은 이전 사업의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자본인 금호타이어 측이 막대한 공장 매각 자금만 챙기고, 신규 투자나 공공 기여 등에는 소극적일 수 있다는 소위 ‘먹튀’ 우려도 여전하다.

민주당 박균택 22대 총선 광주 광산갑 국회의원 당선인은 “국토계획법 개정이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지만, 결국 대주주인 더블스타의 공장 이전 의지가 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본다”며 “금호타이어 이전은 군공항 이전 문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최적의 방안을 고민해 보겠다”고 밝혔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광주시에서 요청한 자료는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며 서로 입장 차이를 좁혀가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부지 매입을 희망하는 곳이 없어 관련 논의가 잠시 멈춰선 상황이다. 제반 조건들이 어느 정도 성숙돼 매입 희망자가 나타날 경우 공장 이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