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안전지킴이집 제도가 시행 16년째를 맞았지만 경찰의 관리 부재와 시민들의 무관심 속에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반면, 보호시설에 대한 인지도는 저조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지킴이집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광주경찰청 등에 따르면 아동안전지킴이집은 지난 2008년 경기도 안양시의 한 초등학생 유괴·살해 사건을 계기로 시행된 민·경 합동 치안시스템이다.

학교 주변 통학로나 공원에 위치한 문구점, 편의점, 약국 등 인근 업소에서 위험에 처한 아동을 임시보호하고 경찰에 인계하는 보호자 역할을 한다.

하지만 학령인구 감소 여파로 문방구 등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지난 2021년 303개소였던 아동안전지킴이집은 현재 268개소로 감소했다.

자치구별로는 동구 23곳, 서구 68곳, 남구 36곳, 북구 73곳, 광산구 68곳이 남아있는 상태다.

아동안전지킴이집은 주로 문구점·약국·편의점 등 학교 주변 시설 가운데 아동 보호 및 제도 운영에 자발적 참여 의지가 강한 업소가 참여한다.

지킴이집으로 위촉된 업소는 어린이가 외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외벽에 작은 간판을 부착·설치하며, 우수 수범 사례가 있는 업소에는 감사장 및 기념품, 신고보상금 등을 지급한다.

그러나 홍보·관리 부재로 인해 초등학생과 학부모들은 안전지킴이집을 모르는 경우가 많았고, 위급한 상황에 놓인 아동을 임시 보호하는 역할도 제구실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남구 양림동 학강초 앞 문구점에는 ‘아동안전지킴이집’ 간판이 걸려있었지만, 문구점 앞을 지나가는 초등학생들은 지킴이집에 대해 전혀 모르는 모습이었다.

문방구에서 필요한 학용품을 살 뿐 제대로 된 운영 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었다.

비슷한 시각 동구 동명동 한 초등학교 인근의 경우 아동안전지킴이집을 단 한 곳도 찾아볼 수 없었고, 학생들은 ‘지킴이집을 아느냐’에 대한 질문에 하나같이 고개를 내저었다.

김모군(9)은 “아동안전지킴이집에 대해서 처음 들어본다”며 “학교랑 가까워 문방구를 자주 오지만, 위험한 상황이 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문방구를 운영하는 이숙자씨(73)도 “40여년 동안 문방구를 운영하면서 아동안전지킴이집을 10년 이상 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긴급하게 아동을 보호하고 그런 적은 없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아동안전지킴이집이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어 제도 도입 취지에 부합하는 활성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3년간 안전지킴이집을 통해 경찰에 신고접수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을 정도로 유명무실화되고 있어 교육기관과 연계한 홍보 대책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호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 문현철 교수는 “강력 사건에 비해 소홀한 아동 관련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생활 치안을 강화해야 한다”며 “아동들의 동선을 고려해 학교, 아파트 등 지역 상가와 은행을 아동안전지킴이집으로 선정해 2021년 7월 시행된 자치경찰 시스템과 연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아동 실종사건 등 아동 상대 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위급상황에서 아이들이 우선으로 대피할 수 있는 아동지킴이집에 대해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며 “아동안전지킴이집 업주분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경찰의 방문 빈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