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자녀들이 바빠서 어버이날이 쓸쓸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이런 잔치가 마련돼 이웃들과 웃으며 보낼 수 있어 행복하네요.”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오전 10시께 광주 서구 상무2동 시영종합사회복지관 대강당.

복지관에서는 제52회 어버이날을 기념하기 위한 장수잔치가 열렸다. 이날 행사를 마련한 복지관 사회복지사들과 자원봉사자들은 이른 시간부터 어르신들에게 전달할 상품과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행사 시작 시간이 다가오자 인근에 거주하는 많은 어르신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면서 준비됐던 150여 좌석이 금세 가득 찼다. 자리에 앉은 어르신들에게는 자원봉사자들이 일일이 다가가 붉은 카네이션을 가슴 한쪽에 달아줬다.

이번 행사는 복지관 인근에서 혼자 살며 외로움을 느끼는 어르신들의 고독감을 해소하고 지역 주민 간 관계를 형성해 나가자는 취지에서 마련됐으며, 지난 1992년 복지관 개관과 동시에 매년 진행되고 있다.

이날 장수잔치는 공연으로 시작됐다.

행사 시작에 앞서 빛소리나눔문화예술단이 트로트 가요와 민요, 현대무용, 색소폰 연주 등 어르신들의 흥을 돋우기 위한 무대를 선보였다. 공연이 시작되자 어르신들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고, 중반부에 다다르자 몇몇 어르신들은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춤사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어진 행사에서는 85세 이상 고령 어르신들에게 카네이션을 전달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이웃 주민들이 직접 카네이션을 달아주며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등 덕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이후 복지관 사회복지사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무대에 올라 ‘어버이 은혜’를 합창했다. 노래를 감상하던 어르신들은 흐뭇하게 듣다가도 감정이 북받쳐 코끝과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행사에 참여한 이모씨(74)는 “어버이 은혜 노래를 들으니 어릴 적 힘들게 키워주셨던 부모님이 생각나 눈물이 났다”며 “부모님이 살아계셨을 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를 하지 못한 게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여자 박형임씨(83)는 “복지회관에서 어른들에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이런 자리를 만들어 주고 이웃 주민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줘서 너무 고맙다”며 “이번 어버이날은 타지에 사는 자녀들이 바빠서 올라오지 못해 아쉬웠는데, 덕분에 즐겁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미소지었다.

준비된 행사가 끝나고 어르신들은 복지관에서 준비한 무병장수를 뜻하는 오색 국수와 과일 등 선물 가방을 손에 쥔 채 웃으며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는 불고기와 김치, 각종 나물이 올려진 한 상이 차려져 있었고, 어르신들은 식탁에 둘러앉아 시시콜콜한 농담을 건네고 웃으면서 식사시간을 이어갔다.

시영종합사회복지관 남국희 관장은 “지역 특성상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은 어버이날에 외로움을 더 크게 느끼는 경우가 많아 잔치를 통해 소외감을 해소시켜 드리고자 계획하게 됐다”며 “어르신들께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며 인생 선배로서 존경심을 전할 수 있는 자리가 돼 기쁘다. 앞으로도 어르신들과 소통하고 함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