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 등 서민이 즐겨찾는 음식에 오르는 배 고명이 당분간 사라질 수도 있을 전망이다. 올 들어 사과와 배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햇과일이 나오기 전까지 두 과일의 물량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8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관측 5월호 과일’ 보고서에 따르면 이달부터 7월까지 사과와 배 출하량이 1년 전보다 각각 29.1%, 84.3%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지난해 봄철 냉해와 여름철 잦은 호우에 더해 병해가 확산하며 생산량이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햇과일이 본격 출하되는 추석까지는 가격이 높은 수준을 보일 수 밖에 없다.

농경연은 사과의 경우 여름 사과가 나오기 전인 다음 달까지 출하량이 작년 동기보다 29.1% 감소한 약 4만4,000t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에 나오는 사과 중에서 비정형과(못난이 과일) 등 저품위 사과 비중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량 감소로 이달 사과 도매가격은 10㎏에 7만7,672원으로 1년 전(4만5,399원)보다 71.1% 증가하고, 평년(3만4,980원)과 비교해 122.0%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평년 가격은 2019년부터 작년까지 가격 중 최대·최소를 제외한 3년 평균치다.

농경연은 배의 경우 이달부터 햇과일이 나오기 직전인 7월까지 출하량은 4,000t으로 1년 전과 비교해 84.3% 감소할 것으로 에상했다. 특히 각 농가에서 시장에 배 물량을 앞당겨 공급해 온 만큼, 출하를 조기에 종료한 농가가 다수일 것으로 내다봤다.

농경연은 공급량 감소로 이달 배 도매가격은 15㎏에 11만1,080원으로 1년 전(3만8,925원)과 비교해 185.4% 오르고, 평년(4만7,674원)보다 133.0% 비싸질 것으로 예상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런 상황과 관련해 “배는 냉면 등 음식에 들어가기 때문에 꼭 찾는 수요처가 있는데, 사과보다 배가 더 올랐다”고 우려했다.

다만 사과의 경우 현재까지 과일 생육이 양호한 상황으로 알려져 내년 ‘금(金)사과’ 사태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농경연 관계자는 “사과는 개화기 저온 피해가 없었고 병해충 발생이 전반적으로 감소해 생육 상황이 작년 대비 양호하며, 배는 개화기 적절한 기상으로 인공수분 작업이 원활해 생육 상황이 양호하다”고 밝혔다.

과일 가격이 강세를 보이자 정부는 수요 분산을 위해 수입 과일을 직수입해 할인된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달 수입 과일 도입량은 1년 전과 비교해 품목별로 최대 두 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지난달 바나나 수입량은 4만6,916t으로 작년 동월과 비교해 56.6% 늘었고 파인애플 수입량은 9,324t으로 72.6% 늘었다.

또 망고 수입량은 5,976t으로 78.5% 확대됐으며 키위(6,946t)와 오렌지(2만4,826t) 수입량은 각각 131.7%, 23.8% 증가했다.

농경연 관계자는 “할당관세 적용 등으로 이달에도 신선과일 수입량은 작년 동월보다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연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