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의과대학 신설을 위한 전남도의 공모 방침에 순천지역의 거센 반발 등 ‘평행선 대립’이 이어지면서 서둘러 돌파구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지역주의에 기반한 지역 내 갈등과 분열, 반목을 털고 상생의 윈윈전략을 마련, 전국에서 가장 열악한 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치적·전략적 결단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는 것이다.

동·서부권 통합과 사회적 합의 도출 등 난제 해법의 키를 쥔 김영록 지사의 갈등 조정 능력과 정치력이 어느때보다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 3월 대통령 민생토론회와 총리 담화문을 통해 ‘전남 의대 신설’과 ‘정부 차원의 신속한 추진’이 공식화됐으나 추천대학 공모를 둘러싸고 이견이 맞서면서 공모 절차는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대통령과 총리의 약속, 열악한 의료현실, 대입 전형 일정 등을 담보로 도는 ‘추천대학 공모’를 최선책으로 보고 관련 절차를 진행중이지만, 순천시와 순천대 등은 ‘전남도 주도 공모는 법적권한이 없다’며 독자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전남도가 오는 12일을 목표로 추진중인 5인 회동(김영록 지사·박홍률 목포시장·송하철 목포대 총장·노관규 순천시장·이병운 순천대 총장)에 순천시장과 순천대 총장이 거듭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이해당사자 간 첫 논의 테이블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전남도는 순천대 총장과 순천시장이 공식 논의 자리에 나올 수 있도록 계속 설득한다는 입장이지만, 최악의 경우 의대 신설을 둔 도내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남도가 전략적으로 판단해 의견을 제시하라는 요구도 나오고 있지만, 김 지사가 “전략적 판단은 도민 신뢰를 받기 어렵고 나중에 감당하기 힘들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이 역시 쉽지않은 상황이다.

이에 지역사회에서 동·서부권간 갈등을 털고 더 늦기전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전남이 17개 시도 중 유일하게 국·공·사립 의대가 단 한 곳도 없고, 노인·장애인 비율 전국 1위, 의사 없는 유인도 전국 최다, 1인당 의료비 전국 1위, 중증응급·외상환자 유출률 전국 최고 등 열악한 의료 지표가 넘치는 점도 돌파구 마련의 시급성을 더하고 있다.

정부가 의대 신설을 확언한 상황에서 집안싸움으로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점도 괘를 같이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지역 정·관가 등에선 전남도가 제시한 ‘2026학년도 의대 신설 및 정원 200명 배정’를 1차 목표로 하되 의정 갈등을 감안해 신설 의대 정원은 100∼150명으로 줄이는 대신 목포대와 순천대에 50%씩 배정하고 추후 국립대간 통합 과정에서 단일 의대로 합치는 방안도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동·서부권의 특성을 감안, ‘특화형 의대’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남권(목포대)에는 노인 인구와 일반 응급환자가 많은 만큼 노인과 도서, 농어촌 특화 의대를, 대규모 산업단지와 생산기지가 밀집한 동부권(순천대)에는 산업 재해 특성화 의대를 만드는 게 ‘윈윈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비슷한 처지의 경북에서 국립 안동의대는 지역인재 육성, 포스텍은 연구중심 의대를 신설하는 방안을 동시 추진중인 점도 참조할 대목이다.

지역사회에선 특히 지역 내 갈등으로 34년 숙원인 의대 신설이 물거품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김영록 지사의 갈등 조정 능력이 발휘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역정가 관계자는 “의대 증원 자체도 불투명한데 지역 간 갈등으로 의대 신설이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크다”며 “김 지사가 갈등을 완화하고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능력을 보여줘야 하며, 순천대와 순천시도 대승적 차원에서 공론의 장에 나서는 등 기존 주장을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간이 지체될수록 뚜렷한 대안이 없는 전남도와 순천지역 모두 최악의 상황으로 몰릴 수 밖에 없다”며 “접점을 찾기 위한 물밑대화 등 노력에 더해 법적 대응 운운 등 불신의 골을 깊게하는 언사도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