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기
다린공동탕전원 대표, 그린요양병원 대표원장
‘철부지’란 말이 있다. 철없는 아이란 지칭이다. 사리 분별을 하지 못하고 어린아이처럼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사람이다. 원래는 ‘계절을 모르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농경사회에서는 계절을 안다는 것은 중요했다. 씨를 뿌릴 때와 거둘 때를 알아야 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 지혜와 어리석음의 경계에는 계절과 시간이 있었다. 새해다. 철부지와 나이로 몸 공부를 해보자.
인간의 몸은 계절에 순응하며 진화해 왔다. 지리상의 여건도 큰 기준이었다. 지역은 기후와 풍토에서 각각의 특징이 있다. 그 지역의 사람에게도 지역적인 특징이 각인되어 있다. 그래서 피부와 체격 등의 다양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더불어 질병이나 면역력에서도 마찬가지다. 지역적인 특징과 편차가 있는 것이다.
계절과 기후는 인체에도 영향이 크다. 여름에는 체온이 급상승하기에 에너지 소모가 많다. 땀의 배출이 많다. 탈진하기 쉽다. 미생물의 증식도 쉽다. 면역력도 저하되는 시기이다. 겨울도 나름의 존재 이유가 있다. 국수를 찬물에 담그면 쫀득해진다. 추운 기운을 접하면 신체는 대사활동을 최소화한다. 각종 장기는 휴지기처럼 응축된다. 쉬면서 보충하며 인내한다. 면역력이 증대된다. 질병에 대한 적응력도 키워진다. 체력이 단단해지고 지구력이 높아진다. 한국인들의 우수한 체력에는 4계절의 변화도 큰 몫을 했다. 계절이 수상하다. 겨울이 만만해졌다. 봄과 가을이 없어지고 겨울이 매섭지 못하다. 지구의 온난화가 실감 난다. 각종 이국의 과일이나 채소가 이 땅을 지배한다. 기후가 어찌 동식물에게만 영향을 미치리오. 인간도 영향을 받는 것이다. 더불어 시간은 흐른다. 나이를 먹어간다.
나이란 사람이나 동·식물 따위가 세상에 나서 살아온 햇수다. 세계의 모든 나라는 현재는 만(滿) 나이란 것을 쓰고 있다. 출생과 더불어 셈을 하면서 돌이 지나야 한 살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10년을 배 속에서 자란다 해도 출산을 하지 않으면 나이를 셈해주지 않는다. 그런데 조상님들의 셈법은 다르다.
이미 없어졌지만, 한때는 ‘세는나이’가 있었다. 보통은 한국 나이라고 불렀다. 태어나자마자 한 살을 더해준다. 동아시아의 한자 및 유교문화권에서 사용하기도 했었다. 왜 조상님들은 세는나이를 만들었을까? 서열의식을 강조하고 싶어서? 숫자 개념이 없어서? 아니다. 모두가 태아에 대한 존중이었다. 태아는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와 생명체였다는 것이다. 세는나이의 한국 나이가 존재한 이유이다. 태아에게 중요한 덕목이 하나 있었다. 바로 태교다.
인간 발육의 최초의 장기는 심장이다. 심장은 박동해야 한다. 그런데 심장의 박동은 무박자의 엉터리 반주가 아니다. 자신만의 리듬을 갖는다. 그럼 심장은 어디에서 리듬을 배울까? 초기의 박동 모델이 있다. 바로 엄마의 심장박동이다. 쿵덕거리며 진동을 전해준 것도 엄마의 심장박동이었다. 즉 태아는 엄마의 심장박동을 모방하는 것이다. 태아 때 모방해서 연습한 리듬이 평생의 심장박동 리듬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태교의 중요성이 나타난다.
태교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흔히 태교는 금하는 것이 많다. 이것은 하지 마라. 저것은 하라! 하고 규제하는 것들만 연상한다. 그러나 이는 태교의 일부일 뿐이다. 태교는 엄마의 심장 리듬이 안정되는 것이 핵심이다. 안정이란 행복하고 편안해야 가능하다. 엄마가 행복할 때 안정된 심장박동이 된다. 엄마의 안정된 심음은 태아 심장박동의 악보가 되는 것이다. 태아의 심장은 엄마의 뱃속에서 일생을 좌우할 리듬을 형성한다. 10개월 동안 연습한 태아의 심장 리듬은 출생 후에 평생 본인의 특징이 된다. 태교와 한국 나이는 긍지를 느낄 만한 문화요 생명존중의 실천이다.
새해가 밝았다. 생명을 주시고 리듬을 선사한 조상님들께 감사하자. 인생은 철들기에는 너무나 짧다.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니 철부지의 한 해였다. 흔히 사회의 지도자라고 하는 이들조차 어리석은 철부지의 모습을 찾기에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한 살이라도 더 먹었으니 이제는 더이상 철부지가 되지 말자. 사리 판별하는 능력을 키우자. 시간과 계절과 자연에 순응하자. 더불어 나이가 들수록 더욱 몸에 대해 관심을 갖자. 건강하자! 아니 건강 하고자 노력하자. 이왕이면 보약도 한 재 드시라. 건강은 공짜가 아니다. 투자다. 건강은 순환, 순환은 리듬! 새해가 햇살 가득 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