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세평> 나라의 흥망, 사람에게 달려있습니다
화요세평

<화요세평> 나라의 흥망, 사람에게 달려있습니다

강성두 법무법인 이우스 대표변호사
계엄 발단은 엉망진창 인사 정책
능력있는 자에게 자리 물려줘야

사마천은 '사기'에서 나라가 발전하거나 흥하려면 반드시 상서로운 징조가 나타나는데 군자는 기용되고 소인은 쫓겨난다고 하였습니다. 나라가 망하려면 어진 사람은 숨고 나라를 어지럽히는 간신들이 귀한 몸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마천은 나라의 흥망은 군주가 어떤 명령을 내리느냐에 달려있고 나라의 존망은 인재의 등용에 달려있다고 말합니다. 정치에 있어 어떤 사람을 중용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입니다.

지난겨울 어리석은 권력자의 망상에서 촉발된 어지러운 세태가 국가의 새로운 대표자를 뽑는 선거로 귀결되고 있습니다. 저마다 국민을 섬기고 정직한 정치를 하겠다고 여러 가지 솔깃한 희망을 제시하고 있습니다만 솔직히 한두 번 속은 것도 아니어서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들이 별로 없을 듯합니다. 지난 정부의 과오를 다시 언급하는 것이 무슨 쓸모가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하겠지만 잘못을 되돌아보지 않고서는 바꿀 수 없기에 생각하기조차 싫은 지난 정권의 잘못을 따져봅니다. 가장 큰 폐해는 두말할 것도 없이 세계 경제 10위권인 나라의 위신을 바닥으로 내동댕이친 계엄령이지만 그 발단을 쫓아 올라가 보면 결국 엉망인 인사 정책을 꼽지 않을 수 없습니다.

거대 야당의 의회 권력 남용으로 사사건건 반대를 일삼아 국정 운영을 어떻게 해볼 수가 없었다고 변명하고 있지만 지난 정부는 30명에 가까운 장관을 국회의 동의 없이 임명하였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30명이 넘는 장관을 국회 동의 없이 임명하였기 때문에 똑같다고 얘기할지 모르나 면면을 들여다보면 국회의 동의를 얻지 못한 사유에 차이가 있습니다. 지난 정부의 인사에서 가장 큰 문제는 후보자들의 편협하고 왜곡된 역사관과 납세의무 등 국민의 기본의무조차 이행하지 않았다는 데에 있습니다. 장관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청문회에 출석하여 자신과 관련된 자녀들의 자료에 대해서 개인정보를 이유로 거부하는 것은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하여도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공직자로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겠다는 사람들이 보통 사람들과 동일한 기준으로 접근한다면 이것은 권리만 누리고 의무는 다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미국에서는 공직자 후보에 대하여 FBI 신원조회, 국세청 세무조사, 백악관 인사국 등을 통해 후보자 개인은 물론 그 가족들까지도 샅샅이 조사한다고 합니다. 조사내용은 세금납부, 교통범칙금 등 경범죄 위반 여부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평판과 학창 시절 및 이성 관계 등 사생활까지 모두 들여다 보는 것입니다. 이렇듯 세세한 부분까지 조사하고 검증을 하므로 시류에 따라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가 권력자의 눈에 들어 공직자가 될 수 있는 구조가 아닐 것입니다. 작은 회사에서조차 관리자가 되려면 최소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경쟁과 평가의 관문을 통과하여야 하는데, 누군가 강조했던 것처럼 "일국의 국무위원"이 되려는 자들이 저 정도의 검증도 통과하지 못한다면 일반 국민이 그런 사람을 어떻게 공직자로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중국의 전설 시대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만 요임금은 자신의 왕위를 자신의 친자식이 아닌 순임금에게 물려주었습니다. 신하들이 자기 아들을 추천하자 요임금은 "한 사람의 이익을 위해 세상 모든 사람이 손해를 볼 수 없다. 내 아들은 임금의 그릇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왕위를 물려받은 순임금도 아들이 아닌 우임금에게 자리를 물려주었습니다. 자신의 가족이라거나 친하다는 이유가 아니라 능력이 있는 자에게 자리를 물려준 것입니다.

선거가 끝나면 누군가 새로운 대통령이 됩니다. 그 자리는 수십 명의 장관과 그보다 더 많은 고위 공직자를 임명할 권한이 있습니다. 선거에 있어 공이 있는 자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리를 탐하여 도와준 자라면 그 공이 있다고 하여도 중용하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사람을 두는 것이 나라의 흥망을 좌우하는 첫걸음이 된다는 것을 잊지 않길 바랍니다. 그토록 거대한 권력을 누리면서 쓴소리 한마디 듣기 싫어서 내 입맛에 맞는 사람만을 쓴다면 말로가 어떻게 된다는 것을 이제는 그만 경험해도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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