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경기장~옛 도청 4.5㎞ 행진…“오월 광주정신 계승”
사회

무등경기장~옛 도청 4.5㎞ 행진…“오월 광주정신 계승”

■ 45주년 5·18민중항쟁 민주기사의 날
포니·포터 택시 등 70여대 참여
민주주의 구호 외치며 각오 다져

20일 제45주년 민주기사의 날 차량시위 재현 행사에 참석한 전국 민주택시노동조합 택시들이 금남로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45년전 계엄군이 무차별적으로 학살한 광주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80년 광주를 지킨 택시 기사를 위해 올해도 차량 시위를 재현합니다.”

20일 오후 3시께 광주 북구 임동 무등경기장 앞 도로는 45년전 계엄군의 만행에 분노한 택시 기사들의 차량 시위를 재현하기 위한 택시 노동자들로 가득 찼다. 민주기사의 날 행사는 5·18민주화운동이 국가기념일로 제정된 지난 1997년부터 28년째 이어오고 있다.

이날 행사는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가 주최하고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광주지역본부와 민주기사동지위원회가 주관했다.

70명의 택시 기사들은 무등경기장 앞에서 사전대회 이후 무등경기장~광주역~금남로 5가~옛 전남도청까지 4.5㎞ 구간의 차량 행진을 진행했다.

차량 시위 재현 행사에는 광주시민 200여명과 택시 45대, 일반 차량 25대 총 70대의 차량이 참여했다.

사전 행사는 국민의례를 시작으로 오월 영령과 민주열사에 대한 묵념, 경과보고, 시상식, 대회사, 기념사, 추모사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순으로 진행됐다.

올해 민주기사 상에는 민주택시 경기지역본부 조경태, 충북지역본부 김희설, 광주지역본부 안건일·김재경 조합원이 수상했다.

기념식이 끝난 뒤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지자 참가자들은 일제히 주먹을 흔들며 ‘5·18 광주정신 계승하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차량에 탑승했다.

광주 출정가를 부르며 초록색 스텔라 택시와 파란색 포니 트럭이 맨 앞장을 섰고, 70여대의 차량이 그 뒤를 이어 비상등과 80년 당시 민주 기사들의 상징인 상향등을 켜고 광주 도심을 향해 출발했다.

택시 기사들은 차 안에서 광주 출정가를 따라 부르며 비장한 표정으로 운전했고, 행진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환호성과 함께 핸드폰으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느라 여념이 없었다.

윤남식 5·18 민주화운동공로자회장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택시와 버스로 시민들의 부상자 후송에 헌신적으로 참여해주신 민주 기사님들이 계셨기에 5·18 시위가 더욱 확산할 수 있었고 더 큰 불행을 막을 수 있었다”며 “그분들의 노고가 5·18의 중요한 시작점이 됐음을 기억하고 역사 왜곡과 폄훼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행기 민주기사동지위원회 전 위원장은 “80년 5월이 생생히 기억되는 날이다. 80년 5월 그 잔혹했던 계엄군과 참혹한 시내의 모습들이 지금도 우리 앞에 벌어진 일처럼 느껴진다”며 “45년이 지난 지금도 오월을 폄훼하고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있다. 오늘날 민주기사의 날은 당시 계엄군과 맞서 싸우고 차량으로 시민들을 병원으로 이송하는 등 민주화를 위해 싸운 이들을 기억하고자 준비한 행사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를 폄훼하는 사람들을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는 처벌법을 만들어 민주 기사들에게 최소한의 상처를 회복시켜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규연 5·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 회장은 “1980년 뜨거웠던 항쟁의 순간,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시민 곁을 지킨 택시·버스 기사님들의 용기를 기억한다”며 “이 행진은 단순한 재연이 아닌 5월 정신이 오늘의 광장으로, 내일의 민주로 이어지는 외침이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모두 오월 정신을 실천으로 계승하자”고 강조했다. 이수민 기자

20일 제45주년 민주기사의 날 차량시위 재현 행사에 참석한 초록색 스텔라 택시와 파란색 포니 트럭이 전일빌딩 앞을 지나가고 있다.
20일 제45주년 민주기사의 날 차량시위 재현 행사에 참석한 택시가 금남로를 행진하고 있다.
20일 제45주년 민주기사의 날 차량시위 재현 행사에 참석한 택시가 금남로를 행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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