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오후 대통령실 2층 집무실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의 첫 영수회담에서 A4용지 10장에 달하는 원고를 15분간 읽으며 민생, 채해병 특검법, 이태원 참사특별법 등 각종 현안에 대해 작심발언을 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대한 유감 표명과 함께 가족 및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에 대한 정리를 요구했다. 이는 김건희 여사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관련 특검법 수용을 압박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비공개 영수회담에 앞서 직접 준비한 A4 용지 10장 분량의 메시지를 읽었다.

이 대표는 “오늘 만남이 국민들께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드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제1야당 대표로서 국정 최고책임자에게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들의 뜻을 전달해드리려고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윤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정부의 성공이 국가와 국민에게 유익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안보 모든 영역에서 위기들이 노출되고 있고,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삼중고를 포함해 국민들의 민생과 경제가 어렵다”고 전제한 뒤, “그런 가운데서도 최근 정부 비판적 보도에 대해 중징계와 압수수색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모범적 민주국가로 평가받던 대한민국에 대해 스웨덴 연구기관이 독재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 뜻은 잘못된 국정을 바로 잡으라는 준엄한 명령이다. 정부 2년에 대한 평가의 일면이다”며 “민생의 어려움 국가적 위기를 해결하는 유능한 국정, 모두가 법 앞에 평등한 공정하고 상식적인 국정, 편 가르기나 탄압이 아닌 소통과 통합의 국정을 주문한다”고 강조했다.

민생회복지원금과 관련, “이제 국정 동력을 민생위기 극복에 집중할 때다. 민생경제가 어렵다. 그중에서도 서민들, 소상공인, 자영업자, 골목이나 지방이 더 어렵다.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면서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민생회복조치를 적극 검토해달라.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언급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의료개혁과 관련해서는 “의료개혁 정말 중요한 과제다. 그런데 의정갈등이 심화되면서 의료현장이 혼란을 겪고 국민들도 피해를 입고 있다. 정부의 전향적 태도 변화, 의료진의 즉각적 현장복귀, 전공필수 지역의료 강화라는 3대 원칙에 입각해 대화와 조정을 통한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며 “민주당이 제안했던 국회공론화특위에서 여야와 의료계가 함께 논의한다면 좋은 해법 마련될 것 같다. 의대 정원 확대와 같은 의료개혁은 반드시 추진해야 될 과제이기 때문에 민주당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또 “대한민국은 삼권분립 국가다. 대통령이 국회를 존중하고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해주면 좋겠다”며 “사실 지난 2년간 정치는 실종되고 지배와 통치만 있었다는 평가가 많다. 어렵게 통과된 법안들에 대해 과도한 거부권 행사, 입법권을 침해하는 시행령, 인사청문회 무력화 같은 조치는 민주공화국의 양대 기둥인 삼권분립과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일이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관련, 이 대표는 “유감 표명과 함께 향후 국회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약속을 요청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제1책무다. 이태원 참사, 채 해병 순직 사건 진상을 밝히기 위한 특별법과 특검법을 수용해 달라”며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가족분과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들도 정리하고 넘어가면 좋겠다”고 압박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 또한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 가치 중심의 진영외교만으로는 국익도 국가도 지킬 수 없는 만큼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독도, 과거사, 핵 오염수 같은 대일관계 문제에서 국민들의 자긍심이 훼손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미래 의제로 저출생, 기후위기, 재생에너지 등을 들며 “결혼, 출산, 양육, 교육, 취업을 아우르는 포괄적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기후 위기, 그리고 에너지 전환 시대를 맞아 정책적 변화가 필요하다.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이날 회담에는 대통령실에서는 정진석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민주당에서는 진성준 정책위원회 의장과 천준호 대표비서실장, 박성준 수석대변인이 배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