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재정 확충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가 전남에 성공적으로 안착했지만 정작 기금 활용은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도와 22개 시군마다 전담조직과 조례 제정 등 적극적 홍보에 나서 전국에서 가장 많은 기부금을 모았지만, 여태 기금사업을 확정하지 못한 지자체가 13곳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발굴한 사업도 유사·중복되면서 미흡한 기금 활용이 자칫 고향사랑기부제 참여율 저하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일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도와 22개 시군이 모금한 고향사랑기부금 총액은 143억원으로 전국 1위를 기록했다. 광역 자치단체 중 기부금이 100억원을 넘긴 곳은 전남이 유일하다.

22개 시군 중에선 담양군이 22억4,4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고흥군 12억2,900만원, 나주시 10억6,700만원 등 3개 시군이 10억원 이상을 모금했다. 전남도의 모금액은 6억3,300만원이다.

전남도는 이 기금을 활용, 고향사랑 마을 활성화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도내 농어촌 체험 휴양마을을 대상으로 마을 특색을 반영한 체험 상품이나 제품 개발을 지원하고, 개발된 상품은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으로 활용해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 밖에 목포·나주·광양·담양·곡성·보성·장흥·영암·장성군 등이 다양한 기금사업을 추진 예정이거나 진행 중이다.

특히 영암군의 ‘엄니, 영암 극장 가시게’ 사업은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고, 목포시의 ‘보호종료아동 교육비 지원’ 사업은 보호종료아동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데 든든한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 반해 여수·순천·구례·고흥·화순·해남·강진·무안·함평·영광·완도·진도·신안 등 13곳은 기금사업을 확정조차 못한 채 기부금을 예치해 놓고 있다. 통장에 잠자고 있는 기부금만도 69억여원에 이른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이 정한 기금 활용목적과 거리가 먼 사업을 추진해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나주시가 3,000만원을 투입해 추진하는 반려동물 친화도시 문화축제와 담양군이 1억원을 들여 추진하는 상인 전기료 지원·야간 거리행사는 기금 사용 목적인 취약계층 지원 및 청소년 육성·보호, 주민 문화·예술·보건 증진 등과는 거리가 멀다.

또 전남도가 추진 예정인 ‘마을공동 빨래방 운영’ 사업은 나주시의 ‘100원 빨래방 마을공동 운영’과 중복된 데다 이미 목포·고흥·곡성·화순·영광·구례·함평·무안군 등에서 자체적으로 또는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지역자활센터 등을 통해 시행하고 있다.

고흥군 관계자는 “지난해 기금사업 발굴을 위해 부서별 여론수렴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발굴했는데 기존의 시책 또는 다른 지자체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사업들이 많아 올해까지 기금을 모아 지역을 상징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지난해 총 모금액의 절반 가까이가 12월에 몰리면서 시군에서 기부금을 모아 사업을 추진하려고 해 늦어진 측면이 있고, 계획 수립 등 행정 절차로 인해 사업을 검토중이거나 심의중인 시군도 있다”며 “지자체가 주민복리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기금사업을 발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자신이 낸 기부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없다면 참여율도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지속적인 기부로 이어질 수 있도록 특색 있는 기금 활용 사업 발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