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월 초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을 발표한지 100일을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의료계와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사태의 시발점은 정부의 엉성한 정책 추진 방식이었다.

정부는 의대 2,000명 증원의 과학적 근거를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정부는 증원 근거로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보건사회연구원, 서울대 교수팀의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급속한 노령화로 의료 수요가 급증해 2035년엔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또 의료계와 수차례 대화했다고 하지만, 회의록은 공개하지 않았다.

의료계에선 정부의 근거가 부실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서울고등법원은 지난달 30일 정부에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의 과학적인 산출 근거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의대 교수, 전공의, 의대생 등 18명이 낸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 심문에서다.

보건복지부는 이같은 요구에 오는 10일까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회의록을 제출하기로 했다.

정부의 증원 산출 근거를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하는지에 따라 정책 추진의 결과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의사와 정부의 출구 없는 갈등에 남은 의료진과 환자들의 병만 키운 형국이 됐다.

전공의가 집단 이탈한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은 교수들의 극심한 피로 호소에 주 52시간 준법 투쟁을 이어가면서 휴진은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의료진의 공백에 전남대병원은 외래 진료와 수술량은 20~50% 줄었고, 4개 병동이 폐쇄됐다.

조선대병원은 평상시 대비 병상가동률과 수술이 60~80% 줄었다.

대학병원들의 의료 공백 기간 오히려 다른 병원에선 외래 환자가 증가했다.

지역 2차 병원인 광주기독병원의 일일 외래 환자는 최근 2주간 40~50% 이상 폭증했고, 병상가동률도 20% 이상 늘어났다.

환자들의 의료에 대한 수요가 꾸준하다는 것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 국민을 걱정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양측이 진심으로 국민을 걱정한다면 의료계는 조속히 집단행동을 멈추고 정부는 이번 의료 개혁으로 위태로운 필수·지역의료를 무조건 살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