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그늘 전남, 평생교육이 미래다
특별기고

고령화 그늘 전남, 평생교육이 미래다

은퇴 이후 삶 고민·대응 시급
지역특성 반영 정책 전환해야
■강정일 전남도의원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2025년부터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초과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라남도는 이미 2023년 기준으로 고령 인구 비율이 26%를 넘어서 전국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2030년에는 고령 인구가 전남 전체 인구의 3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고령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은퇴 이후의 삶을 단지 생존이 아닌 ‘삶의 질’ 측면에서 어떻게 채워나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적 고민과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해지고 있다.

고령화는 단순한 인구 구성 변화에 그치지 않고, 사회 전반의 구조적 재편을 요구하는 중대한 과제다. 고령 인구의 급증은 일자리, 의료, 복지,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근본적인 대응을 필요로 하는 복합적이고 전방위적인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교육 영역은 지금껏 초·중등 및 청년층 중심의 정책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초고령사회에서는 고령층을 위한 교육, 즉 평생교육이 삶의 질을 결정짓는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평생교육은 단순히 여가를 보내거나 취미를 즐기기 위한 프로그램에 그치지 않는다.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평생교육에 꾸준히 참여한 고령층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우울증 발병률이 낮고, 치매 예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평생교육에 참여하는 고령자는 사회적 만족도가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1.6배 높게 나타났다. 이는 평생교육이 단순한 학습의 범위를 넘어, 고령층의 정신 건강을 지키고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과거와는 다른 양상의 ‘신노년층’이 증가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한 이들은 학력과 소득 수준이 높고, 자기계발과 사회참여에 적극적이다. 은퇴를 단절이 아닌 새로운 출발점으로 인식하는 이들의 등장은, 고령층 평생교육 수요의 폭과 질이 함께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전남의 현실은 이러한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전라남도교육청의 2025년 평생교육 관련 예산은 91억원으로, 이는 전체 예산 대비 0.17%에 불과하다. 평생교육 예산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은 고령 인구 비율을 고려할 때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더구나 현재 평생교육 프로그램은 접근성이 낮고 특정 분야에 과도하게 편중돼 있어 고령층의 다양한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농촌 지역의 경우 교통과 시설 접근성 문제로 인해 교육 참여가 더욱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고령층의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제 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평생교육은 복지의 보조 수단이 아니라 고령층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사회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적 공공서비스이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며 활용도가 떨어지는 기존 교육시설을 평생학습 시설로 재편성하고, 프로그램의 질적·양적 확대가 요구된다. 특히 디지털 교육, 직업 재교육 프로그램 확대는 고령층의 경제적 자립과 사회적 참여를 높이는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전남도 역시 기존의 초·중등 중심의 교육 체제에서 벗어나, 생애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적 평생학습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예산의 재조정뿐만 아니라 정책의 우선순위를 새롭게 정립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제 지역사회와 정부가 힘을 합쳐 이 변화를 적극적으로 선도해야 한다.

고령화 사회에서 평생교육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평생교육 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정책 수립과 실천이 지금 바로 필요하다. 이는 전남이 지속가능하고 품격 있는 사회로 발전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다. 전라남도의 평생교육이 활발해질 때 비로소 모든 세대가 공존하는 미래가 현실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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