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방법
특별기고

폭염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방법

장동언 기상청장
국민 일상·생명 위협하는 재난
광주기상청, 폭염 취약성 연구

장동언 기상청장
‘역대 최고기온’, ‘최악의 폭염’과 같은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됐다. 지난해 6∼8월 전국의 평균 기온·최저기온이 역대 1위, 평균최고기온은 역대 2위를 기록했다. 9월 중순까지도 고온 현상이 이어지면서 추석 연휴에는 유례없는 폭염과 열대야가 나타나기도 했다. 폭염이 일상화되면서 여름은 ‘더운 계절’을 넘어 ‘뜨거운 계절’로 변해가고 있는 듯하다.

폭염이 심화되면서 그에 따른 피해도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신고현황 연보에 따르면, 국내 온열질환자 수는 2020년 1,078명에서 2024년 3,704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고, 온열질환 사망자 수는 9명에서 34명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폭염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 생명을 위협하는 재난이 된 것이다.

폭염 피해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질병에 취약한 고령층, 냉방이 어려운 환경에 처한 취약계층, 고온의 작업환경에 노출된 야외 근로자 등에게 집중되고 있다. 폭염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폭염 자체를 완화하려는 노력과 함께, 취약계층과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한 대응이 필요하다.

폭염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현재 폭염 정책은 두 가지 측면에서 추진되고 있다. 하나는 폭염의 강도를 줄이는 저감 정책, 다른 하나는 폭염 상황에 대처하는 역량을 키우는 적응 정책이다. 녹지 확대, 도로 살수차 운영, 무더위쉼터 마련, 취약계층 냉방비 지원 등 다양한 대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이들이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어디에’, ‘어떤’ 대책을 적용할지를 전략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그 해답은 폭염 현상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지역의 취약점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서 출발한다.

광주지방기상청은 지역의 폭염 정책 수립을 지원하기 위해 폭염 현황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기상과 사회·경제 데이터를 융합해 폭염 취약성을 파악하는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광주시를 대상으로 한 이 연구에서는 위성영상과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해 지역 내 기온 분포를 30m 격자 단위로 상세화하는 모델을 개발했으며, 현재는 지표 특성을 반영한 상세 열 지도를 제작하고 있다. 도심 내에서도 건물, 도로, 녹지 등 토지피복 유형에 따라 열 분포에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열 지도를 활용하면 폭염 ‘핫스폿’을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올 하반기에는 광주 지역의 상세 열 분포와 고령 인구수, 응급의료기관 접근성, 버스정류장 현황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해 행정동과 집계구 단위의 폭염 취약성 지수를 산출할 계획이다. 지표별로 폭염 취약성이 높은 지역을 선별해 우선 대응이 필요한 구역도 함께 제시해, 지역 맞춤형 폭염 정책 수립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고령층의 폭염 피해 위험이 큰 지역에는 어르신들이 낮 시간대에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무더위쉼터를 확충하고, 기온이 높은 지역에 있는 버스정류장 중 이용객이 많은 곳에는 냉방시설이 설치된 스마트 정류장을 조성하는 등 과학적 자료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폭염 대응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광주시의 기후변화 대응 연구와 정책 지원을 전담하는 광주기후에너지진흥원과 협력해 추진 중이다. 연구 결과물인 광주 상세 열 지도와 폭염 취약 지수는 진흥원이 운영하는 도시평가모델 시스템과 연계돼 광주시 정책의 주요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앞으로의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21세기 후반, 광주의 폭염일수는 지금보다 적게는 33일, 많게는 97일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변화의 흐름을 멈추기는 어렵지만, 지피지기의 지혜를 발휘해 폭염에 전략적으로 대응해 나간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는 있을 것이다. 기상청은 지역과 협력해 상세한 폭염 정보를 지원하는 등의 노력을 이어감으로써 국민의 안전을 지켜나갈 것이다. 기후 위기 시대, 모든 국민이 폭염과 기후 위기로부터 안전하고 무탈한 일상을 보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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