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매광장>아이들 웃음소리로 넘쳐나야 할 대한민국
박문옥 전남도의원(안전건설소방위원회)

아파트 놀이터에는 오늘도 찾는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다. 날이 추운 탓도 있겠지만 언젠가부터 우리는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좀처럼 보지못했다. 그만큼 동네와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사라져버렸고 놀이기구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40대 후반인 필자의 어린시절, 동네 어디든 아이들이 넘쳐났다. 매섭도록 찬바람이 부는 날에도, 쌓인 눈이 종아리를 넘어 발이 푹 푹 꺼져도, 심지어 감기를 달고 다니는 허약체질에도 늘 밖에서 동네 또래들과 어울려 놀았다.

합계출산율 0.6명대 하락 우려

내가 살던 섬초등학교는 한 반에 40명을 넘어 45명 정도였지만 인근 도시의 경우 각 반당 인원은 항상 50명을 넘었고, 한 학년에 1반부터 10반 심지어 12반까지 아이들의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학생 수가 많은 학교는 오전반·오후반으로 나눠 수업을 진행했고, 반을 헷갈려 본의 아니게 수업에 결석해도 선생님은 그 학생이 나왔는지 안나왔는지 모를 정도로 아이들로 넘쳐났다.

지금 들으면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때 당시 우리 사회에서는 ‘둘만 낳아 잘 기르자’를 인구 정책 구호로 삼고 일상 캠페인을 벌였다. 반세기도 지나지 않아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2024년 현재 대한민국은 2023년 합계출산율 0.7명마저 무너져 올해와 내년에는 0.6명 대로까지 떨어질 걸로 암울하게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의 생산인구 감소, 교육현장 붕괴, 소비 위축 및 지역소멸,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존재까지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부 대책은 인구 활성화 대책들을 봇물 터지듯 쏟아부어도 좀처럼 출생률을 높이는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께서도 직접 나서서 챙기겠다고까지 했지만 출생율 제고는 요원해 보인다.

이에 반해 지자체에서는 출생장려금을 통해 한 아이라도 더 태어나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인천시에서는 “18세까지 1억 원 지원”이라는 인천형 출생대책 ‘1억 플러스 아이드림(1억+i dream)’을 발표했다. 부모급여, 아동수당, 첫 만남 이용권, 초·중·고 교육비 등 7,200만 원에 더해(+), ‘천사(1,040만 원)지원금’, ‘아이(i)꿈 수당’, 임산부 교통비 등을 합쳐 2,800만 원을 추가로 확대해 18세까지 모두 1억 원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강진군은 7살이 될 때까지 매월 60만 원, 최대 5,000여만 원의 육아수당을 지원한다.

전남도에서도 한부모 가족 아동들이 만 18세가 되더라도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양육비를 지원하며‘인구청년이민국’까지 신설해 지방소멸 위기 극복에 나서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남도는 “올해를 지방소멸 극복 원년으로 삼아, 새로운 미래 100년”을 만들겠다면서“인구청년이민국 신설과 셋째 아이 이상 출산가정 총 1억 원 출산지원금 검토와 전남형 만원주택 신축 공급 추진”까지 강력한 지방소멸 극복 의지를 표방했다.

필자는 2022년 10월 도의회 도정질문을 통해 ‘전남형 출생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2021년 기준 전남의 합계출생율은 1.1명으로 2015년 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든 현실을 지적하며 이런 추세로 간다면 2023년에는 7,000명대 후반의 아이들이 태어날 것이라고 전망했고, 2040년에는 젊은이와 청소년·아이들을 지역에서 만나는 것조차 힘든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우려했었다. 그러면서 출생과 양육, 교육 등 아동·청소년 전(全)주기에 걸친 장기적인 지원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소위 ‘아이를 낳으면 전남이 키운다’는 전남형 출생정책 마련을 강력하게 주장했었다. 당시 일각에서는 ‘출생 정책은 국가의 문제’라는 인식이 강해 마치 정부 차원의 정책을 도정질문으로 하는 게 맞는지 반문한 적이 있었다.

출생률 정책이 지자체와 정부를 따질 차원의 문제인가. 지자체 또한 지역민에게는 정부와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차지하고라도 한가지 안타까운 점은 지자체의 인구 위기 극복을 위한 피나는 수많은 정책들에도 불구하고 종국에는 아이들이 취학연령이 되면 교육을 위해 다시 대도시 중심으로 옮겨간다는 것이다.

출생·양육·교육 모두 책임져야

그러면 이제 우리의 출생률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까. 출생률은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한 미래의 바로미터이다. 합계출생율 1.0명 대 붕괴는 대한민국 존재에 대한 ‘재난’상황으로 지자체와 정부할 것 없이 머리를 맡대고 정책을 발굴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출생률 정책이 단순히 지역소멸 극복이라는 차원으로 지자체에 맡겨서는 안된다. 아이를 낳으면 국가가 ‘출생에서 양육, 교육까지 모든 걸 책임진다’는 마음으로 나서야 침몰해가는 대한민국을 건져낼 수 있다.

대한민국 모두의 축복 속에 아이들이 태어나고 그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사회 시스템적으로 양육이 이루어지며 양육과 교육에 있어 모든 국민이 동등하게 혜택을 누릴수 있도록 인구정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의 출생정책을 총괄 전담하는 인구전담 부처를 신설하고 출생과 양육, 보육과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무를 선언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