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대증원 규모를 조정할 수 있게 해달라는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일부 수용키로 했으나 의료계 내부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의사 관련 단체들이 의대 증원 방침을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기류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의료 공백 장기화로 환자들의 불편은 물론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 등 의료인력 양성 시스템 붕괴 등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정부는 최근 "내년도에 한해 각 대학이 증원분의 50∼100%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의대 정원을 정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6개 비수도권 국립대 총장들이 건의한 내용을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의료계 내부의 반응은 '증원 방침 전면 백지화'를 주장, 사실상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이번 의료사태의 핵심이랄 수 있는 전공의들 사이에선 부정적 입장이 더욱 크다는 것이다. 기존 입장만 재확인한 셈이어서 안타까움이 크다.

정부가 의대 증원 조정에서 증원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은 일종의 절충안이라 받아들일 수 있다. 따라서 의협도 증원 규모를 비롯한 쟁점 상황에 대해 정부와의 탄력적인 대화나 협상 등에 나서야 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쟁점에 대한 논의조차 해보지 않고 기존 입장만 고수한다면 의료 공백 사태의 해결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것이 불문가지인 때문이다. 무엇보다 의대생 휴학 등으로 유급 위기에 처해 의료시스템 붕괴로 이어진다면 이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기에 더욱 그렇다.

두 달이 다 돼 가는 의료공백 사태의 피해는 오롯이 환자와 국민들의 몫이 돼버렸다. 따라서 의대 증원 문제를 놓고 줄다리기를 계속한다는 것은 의-정 양측 모두의 손실은 물론, 국민들의 피해만 가중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특히 일단 임박한 내년 입시 일정을 감안할 때 내년 입시에 한해 한시적인 절충안을 찾도록 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순 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양측이 전향적인 자세로 대화의 장에서 만나 의-정 갈등의 해법을 도출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