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의 일부 핵심 쟁점사항을 수정,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직권 조사 권한 및 압수수색 영장 청구권의 삭제와 특조위 구성 및 활동 기간, 조사방식 등 주요 쟁점 사항에 대해 여야가 주고받는 식으로 합의 통과시킨 것이다. 소위 채상병 특검법과 전세사기특별법 등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여야가 일단 '협치'의 물꼬를 텄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소위 이태원참사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된 것은 국민의힘이 '특조위에 무소불위 권한을 부여한다'며 독소조항으로 지목하고 삭제를 요구해온 쟁점 사안에 대해 민주당이 이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일부 수정은 됐지만 특별법이 여야 합의 하에 통과됐다는 점에서 만시지탄이지만 의미가 크다고 평가할 수 있다. 159명의 희생자를 낳은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에 첫걸음을 뗄 수 있게 됐기에 더욱 그렇다.

다만 이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만큼, 이젠 특조위가 이른 시일 안에 독립적인 구성과 설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적극 협력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조사위원 추천·구성은 물론 특조위 설치와 운영 과정에서도 정부와 국회가 역할을 성실히 이행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각 기관 역시 특조위의 자료 요청에 성실히 임해야 마땅하다고 본다. 여기에 여야의 이번 합의가 협치의 디딤돌을 놓은 만큼, 그동안 여야간 이견을 보인 나머지 쟁점 법안들에 대해서도 합의 처리가 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태원특별법은 159명의 무고한 희생을 낳은 사회적 참사에 대해 야당이 지난 1월 국회에서 단독으로 처리하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여야가 맞서 온 사안이다. 따라서 이번 합의 처리는 의미가 크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당장 전세사기특별법, 채상병사건특별검사법 등에 대해선 합의하지 못한 채 처리가 됐다. 21대 국회 임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만큼, 남은 기간 시급한 민생 법안 처리가 더는 미뤄지지 않도록 대승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