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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는 어두운 세상에 불을 밝히려는 듯이 밤하늘에 등불을 켜고 소리 없이 날아다닌다. 반딧불이가 반짝이는 것은 꽁무니에 발광기가 있어 짝짓기를 하기 위해 생체 발광으로 열이 없는 빛을 내기 때문이다. 반딧불의 빛으로 공부를 하여 형설의 공(螢雪之功)을 이뤘다는 고사가 있다.
반딧불이는 전 세계에 2000여 종이 있다. 예전에 해외여행 때 뉴질랜드 와이토모 동굴과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서 본 반딧불이는 환상적이었다. 한국에는 애반딧불이, 운문산반딧불이, 늦반딧불이 세 종류가 서식하고 있다. 무주군 설천면의 반딧불이 서식처는 천연기념물로 ‘무주 반딧불 축제’는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2025 아시아 친환경 축제’에 선정됐다.
풀벌레들이 노래할 때 개똥벌레는 노래하지 않는다. ‘개똥벌레’ 노래는 가수 신형원이 1987년 2집 음반에 발표했다. 이 노래로 신형원은 ‘MBC 아름다운 노래대상 금상’을 수상했으며, 한국문인협회로부터 ‘한국가요 좋은 노랫말 대상’을 수상했다. 그녀는 민주화를 열망하던 1980년대에 개똥벌레 같은 민중들에게 청아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 심금을 울렸다.
‘개똥벌레’ 노랫말은 “아무리 우겨봐도 어쩔 수 없네. 저기 개똥 무덤이 내 집인 걸 / 마음을 다 주어도 친구가 없네. 사랑하고 싶지만 마음뿐인 걸. 나는 개똥벌레 어쩔 수 없네. / 오늘밤도 그렇게 울다 잠이 든다.” ‘개똥벌레’ 노래는 어쩔 수 없는 현실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애처로운 모습을 노래하고 있다.
‘개똥벌레’ 노래가 유행하던 무렵에 완도 외딴 섬에서 중학교 선생을 할 때였다.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귀가하는 학생들에게 이 노래를 부르며 가도록 했다. 그들은 개똥벌레 같은 환경이지만 희망과 용기를 갖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남녀 학생들은 갯바람 부는 어둔 밤길을 걸어가면서 “저기 개똥 무덤이 내 집인 걸”이라고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갔다.
황가람이 2024년에 리메이크한 ‘나는 반딧불’이라는 노래가 있다.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 몰랐어요 난 내가 개똥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나는 빛날 테니까. / 하늘에서 떨어진 별인 줄 알았어요. 소원을 들어주는 작은 별”
황가람은 20년이나 무명가수로 노숙생활을 하던 40살의 개똥벌레였다. 그런데 ‘나는 반딧불’이라는 노래로 히트를 쳤다. 그는 비록 무명가수일지라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자신이 반딧불처럼 빛나는 별이 될 것이라고 자성예언처럼 노래했다. 그 꿈이 ‘나는 반딧불’이라는 노래로 실현되었다.
유행가는 그 시대의 현실을 반영하며, 많은 사람들이 노래한 인기가요는 세월이 흘러도 추억 속에 남아 있다. 또한 가수가 히트곡을 수없이 부르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동화되어 노랫말처럼 운명이 바뀌게 된다. 즐거운 노래를 부른 가수는 장수하고, 이별이나 죽음을 노래한 가수는 단명했다. 히트곡이 가수의 운명과 같은 경우가 91%였다고 한다.
이제 ‘개똥벌레’ 노래는 잊혀져가고, ‘나는 반딧불’을 노래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 세월의 나이테가 켜켜이 쌓이다보니 지난날 즐겨 불렀던 노래도 멈춰버린 시계처럼 가사가 생각나지 않는다. 더구나 반딧불이의 파리한 불빛이 도깨비불처럼 나타났다가 가뭇없이 사라지듯이, 개똥벌레 같은 사람들의 꿈이 사라진다 해도 어쩔 수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