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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잘살길 원한다. 생활 환경이 좋아지고 생존 기간이 늘어나게 되자 웰빙(well-being)은 시대의 화두가 되었고 그러기 위해선 건강한 식습관, 규칙적인 운동, 정신적인 안정 같은 여러 요소들이 웰빙을 만든다며 너나없이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거기에 새로운 개념으로 웰빙의 진정한 완성은 웰다잉(well-dying)이라며 웰빙과 웰다잉을 후반기 인생의 최대 목표로 하고 있다. 잘 사는 것, 잘 죽는 것이 인생의 최상 목표란 말인가. 그럴 것이다. 잘 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잘 죽는 것일 수 있다. 해서 의미 있는 죽음을 위해 죽음은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맞이하는 것이라며 고인(故人)이 되어서 치르는 장례가 아닌 임종 전 가족, 지인들과 함께 평소에 좋아하는 음식을 장만해 추억으로 간직하고자 치르는 생전장례식(生前葬禮式)으로 살아생전에 미리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일도 늘고 있다. 회고록이나 자서전의 출판기념회를 겸하여 생전장례식을 하기도 한다.
마지막이란 말 속엔 거역할 수 없는 큰 힘이 담겨있다. 해서 사람들은 어떤 경우에도 마지막이라고 하면 한 번 더 생각하고 더러는 엄숙하거나 진중해진다. 삶에서도 그 마지막이 어땠느냐에 따라 살아온 모든 삶 곧 전 생애를 평가하기도 한다. 해서 잘 사는 것과 잘 죽는 것 사이에서 또 하나 등장한 것이 버킷리스트(bucket list)였다.
버킷리스트는 중세에 자살하는 사람들이 목에 밧줄을 감고 양동이를 차 버리던(Kick the Bucket) 행위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스스로 생을 정리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후회와 원망과 절망과 갈등 그리고 고통과 아픔의 삶이 있었을까. 어디에다 하소연이라도 해보고 억울함을 맘껏 소리쳐 보기라도 하고 싶지 않았을까.
버킷리스트는 죽기 전에 원 없이 해보고 싶은 일들의 리스트다. 일회성인 삶이기에 보다 아름답고 유익한 의미 있는 삶이 되게 하기 위해선 최소한 진정으로 해보고 싶은 것은 해보자며 그 목록을 작성 하나하나 실천해 가는 것이다. 웰빙의 완성이 웰다잉인 것처럼 그 죽기 전의 마지막 삶도 잘 사는 것 멋지게 사는 것으로 만들고자 함이다.
최근엔 버킷리스트와 상대적이라 할 수 있는 더킷리스트(duck it list)가 등장했다. 버킷리스트가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들, 해야 할 일들인데 반해 더킷리스트는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정리해 놓은 목록’이다. 하다 보면 멋지고 신나는 일일 수 있는 것이 버킷리스트라면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의 목록은 별로 유쾌하지도 신이 나지도 않을 수 있잖은가. 그런데 굳이 그런 걸 왜 따로 목록까지 만들어 관리해야 하는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한데 나는 버킷리스트보다 더킷리스트가 훨씬 의미 있는 일로 생각된다.
버킷리스트가 마지막 삶을 멋지게 아름답게 장식하여 원 없이 살다 죽는 것이라면 더킷리스트는 은은하게 잔잔하게 맑게 그러면서 격조 있는 고고한 우아함의 마감이라고 할까. 곧 나를 최대한 가볍게 단촐하게 하므로 보다 많은 여백을 만드는 깨끗한 여유로움의 마감이다.
버킷리스트가 희망 바구니, 소망 목록, 희망과 상상과 바램을 적은 내 삶의 방향성으로 내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상대방도 대접하라는 황금률(golden rule)이라면 더킷리스트는 내가 당하기 싫은 일은 상대에게도 행하지 말라는 은률(silve rule)이라 할 수 있다. “무언가를 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워내야 할 것들을 비워낼 때 삶에 더 큰 공간이 생긴다”는 울림이다. 진정한 자기를 위한 죽음의 준비 그리고 죽음 이후에 남을 사람을 위한 준비까지로 더 나은 죽음의 과정을 만들어 보라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버킷리스트도 만들어 보지 못 했지만 더킷리스트는 만들어 보고 싶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못 하더라도 내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하지 말아야 할 것 아니냐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그 또한 쉽지 않을 것 같다. 나는 죽기 전에 이것만은 꼭 해보고 싶다 하는 것도 별로 생각나지 않지만 꼭 이것만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것도 생각이 나질 않기 때문이다.
버킷리스트도 내 욕심이고 더킷리스트도 욕심이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욕심의 실천 그걸 굳이 해야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내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내가 하기 싫은 것일 테고 그렇다면 남들도 다 싫어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면 하고 싶은 내 욕심은 접어두더라도 남에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내가 싫어하는 더킷리스트는 더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