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매광장>의대 정원 확대, ‘특권’ 아닌 ‘국민 생명권’
박문옥 전남도의원(안전건설소방위원회)


전공의 8,800명 이상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8,000여명의 전공의가 근무지를 이탈했다는 내용이 종일 방송과 신문을 통해 보도된다. 수련의가 있는 전남 화순과 순천, 여수도 70여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이제 의료대란은 의과대학이 없는 전남에까지 확산되는 분위기다.

현재 우리나라 의대 정원은 3,058명이다. 지난 2006년 동결된 이후 2020년 문재인 정부에서 매년 400명, 10년간 4,000명을 늘릴 계획이었지만 당시 코로나19 국면에서 의료계가 총파업으로 맞서 실패로 돌아갔다. 필수의료 인력 확대와 의료격차 해소를 위해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하는 국민이 76%가 넘고, 의료인력 부족으로 인한 고통은 전 국민이 받고 있음에도 일부 의사들의 반발과 밥그룻 챙기기는 왜 항상 제자리인가?

필수의료 살리기 최우선

의대 정원을 늘리려는 가장 큰 이유는 필수의료 살리기다. 돈이 되는 피부과, 성형외과 등 진료 과목에만 의사들이 몰리고 필수의료 분야인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는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이 문제인 것이다. 특히 지방의 경우 소아과 진료를 위해 새벽부터 오픈런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고 여러 응급실을 돌아다녀야 하는 응급실 뺑뺑이 현상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었다.

둘째, 지방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함이다. 전국 상급종합병원 절반가량이 수도권에 몰려있는 실정이며 지방과 수도권의 의사 수 격차는 수도권 원정 진료를 대거 발생시키고 있다. 이와 같은 수도권 의료 집중 현상은 지방 의료상황을 악화시키고 결국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의 소멸을 가속화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셋째, 의사 수 부족으로 인한 의료의 질 저하도 그 이유이다.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6명으로 OECD 평균인 3.7명에 못 미친다. 의사 수가 부족한 만큼 의사에게 돌아가는 업무는 과도해질 수 밖에 없다. 당연히 진료 시간도 짧아지고 의료의 질 저하를 의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나라가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만큼 의대 정원 확대는 필수 불가결한 조치이다. 일본의 경우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2008년부터 의대 정원을 늘려왔다. 2007년 7,625명에서 올해 9,403명이 된다. 지난해부터는 지방 의사 부족 문제에 대응해 지역별 정원을 늘려 의사의 지역적 편중을 해소하고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데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의대 정원 확대 논의가 지지부진한 사이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들은 고령화 추세에 맞춰 의대 정원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으며 우리나라와 인구가 비슷한 영국(6,708만 명)은 지난 2020년에 8,639명을 뽑았다.

전 세계적으로 의사가 집단행동을 한 사례로 임금 인상을 제외하고는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파업에 나선 나라는 없다. 일본 의사회 역시 지역을 지키고 환자를 지킨다는 사명감이 있었기 때문에 파업과 같은 행동을 한 적은 없었다. 일본 정부와 의사협회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함께 참여하고 의대 정원 논의를 꾸준히 이어온 결과이다.

국민 위한 의료체계 구축

그러나 우리나라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정부와 의료계의 논의는 사라지고 서로 대치하는 상황만 남았다는 점이 문제다. 정원을 확대하겠다는 쪽에서는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하고 정원 확대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사직서도 불사하겠다고 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정부와 의료계의 극한 대립이 장기화될 경우 국민들의 피로만 누적될 뿐이다.

그동안 의료계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파업, 동맹휴학 등으로 맞서왔다. 그때마다 필수의료를 둘러싼 본질적인 논의는 묻히곤 했다. 이제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투쟁을 반복하는데 신중해야 한다. 오히려 의료 수가 체계 등 필수의료 시스템 전반을 개선할 기회로 삼는다면 진정성 있는 호소로 들릴 것이다. 정부 또한 의사들의 의견을 경청하며 합리적인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 이와 함께 의료계에서도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되새기며 의사로서의 본분을 다해 국민 모두와 우리나라 미래를 위한 의료체계가 만들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