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야구장의 함성이 프로리그를 지배했던 1980년대와 1990년대 초. 이 시절 우리는 무등야구장에서 경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고, 경기장에서 승리 후 부르는 ‘남행열차’에 자부심을 느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 프로야구는 미국과 일본의 선진화된 운영시스템과 경기시설들을 벤치마킹하면서 양적인 면과 질적인 면이 급성장했다.

예를 들면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기점으로 야구는 국민스포츠로 자리매김했고, 박찬호, 추신수, 류현진, 김하성 등 야구의 성지인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인정을 받을 만한 우수한 선수를 배출했다. 아울러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 삼성 라이온즈 파크, 창원 NC파크, 고척돔구장 등 야구장 시설들도 현대화되면서 프로야구 산업은 거침없는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다.

최근 개막된 2024년 프로야구에서 KIA 타이거즈의 초반 돌풍이 예사롭지 않다. 심지어 몇몇 전문가는 벌써 KIA 타이거즈의 12번째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이러한 경기력에 힘입어 개막 3주 만에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는 세 번째 매진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만 벌써 두 경기나 우천 취소되면서 경기 관람의 기대감을 갖고 경기장을 찾았던 KIA 팬들은 아쉬움의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2023년에만 보더라도 10개 구단 중 KIA 타이거즈의 우천 취소 경기가 9경기로 가장 많았고, 우천 취소로 인한 잔여 경기를 9월에 모두 치르는 강행군의 일정을 소화하면서 최종 순위 6위로 정규리그를 마쳤다. 결국, 우천 취소는 경기를 기다리는 팬들에게는 아쉬움의 하루로 기억되며, 선수들에게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경기력의 하락을 가져오고, 구단에서는 수입 하락과 추가 운영비용의 지출까지 이어지게 된다.

아마 우리는 스포츠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였을지 모르는 기후 변화라는 얄미운 불청객 앞에 최초로 서 있는 세대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환호하고 즐거워하는 프로야구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우천으로 취소된 경기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홈팀 선수가 나와서 비 내린 경기장 방수포 위로 미끄러지는 슬라이딩에 마냥 즐거워하며, 아쉬움을 안고 발걸음을 돌려야만 하는 것일까? 아니면 폭염과 폭우에 대비한 경기장 시설을 준비해야 할까?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몇몇 독자들은 완공된 지 얼마 안 되는 멀쩡한 경기장을 두고 새로운 돔구장을 짓자고 이야기하는 건가? 하면서 이 글에 물음표를 던질지 모른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리 광주는 그러한 재정적 여력과 확보된 건립부지가 없으니 안심하셔도 된다.

필자는 오랜 시간 지역의 스포츠산업을 연구하면서 프로스포츠가 가진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22년 미국 LA 출장에서 아이스하키 경기를 보기 위해 크립토닷컴(미국은 대부분 경기장 명칭이 기업 이름으로 되어 있음) 아레나를 방문한 기억이 있다. 이곳의 팬들은 경기가 시작되기 전 삼삼오오 모여 경기장 주변을 둘러싼 펌에서 맥주잔을 기울이며, 당일 경기에 대한 예상을 하기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것이 바로 경기 전 이루어지는 0차 소비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경기 관람과 함께 경기장 내에서 구매하는 각종 굿즈와 식음료들의 1차 소비, 경기가 끝난 이후 경기장 밖에서 이루어지는 2차 소비 등 프로스포츠 한 경기만으로도 지역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상당함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미국과 같은 경제효과는 아니지만 프로야구에서는 상당한 지역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창출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기후 변화로 인해 우리가 좋아하는 스포츠를 보는 날들이 줄어들지 모른다. 아열대성 기후는 더 많은 비를 내리게 만들고, 한여름의 폭염은 뛰는 선수뿐만 아니라 보는 관중들에게도 유쾌한 경험을 선사해주지 못한다. 아마도 프로야구가 가진 지역의 경제적 파급효과도 급격히 줄어들지 모른다. 그렇다면 이제 야구의 도시 광주는 어떻게 기후 변화에 대비해야 할까? 이제부터 필자는 기후 변화에 대한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의 현실적인 대비책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프로스포츠가 발달한 나라는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이다. 이들 나라의 최근 경기장 건립 트렌드를 보면 확실히 실내 경기장 위주로 가고 있거나 지붕을 개폐식으로 설계하면서 기후 변화에 따른 운영 효율성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면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는 향후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2022년 미국 LA 방문 당시, 필자의 눈을 사로잡았던 시설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2020년에 완공된 소피 스타디움이다. 이곳은 현재 LA램스라는 미식축구팀의 홈구장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미국에서 유일하게 경기장과 지붕을 각각 분리한 이중 구조로 건립됐다. 그러다 보니 경기장과 지붕 사이에는 공기가 통하는 공간이 있었으며 통풍과 습도 조절에도 강점이 있다고 시설 관계자는 밝혔다. 또한, 경기장과 지붕이 분리되어 있어 지진에 견디는 능력도 탁월하다고 했다. 경기장을 먼저 건립하고 지붕을 씌웠기 때문에 어쩌면 이 경기장이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의 기후 변화에 대비한 미래의 답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을 현지에서 강하게 받았다.

하지만 체육시설의 건립은 막대한 예산이 수반되기 때문에 광주시는 향후 기후 변화에 대비한 야구장의 운영계획수립, 시설설계, 예산확보 등의 다양한 의사결정의 절차가 필요할 것이며, 지붕의 높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타구 높이의 시뮬레이션이 요구된다.

따라서 지금부터 준비하더라도 공론화와 완공까지 5∼10년은 족히 걸리는 중장기적인 사업일 될 것이다. 아울러 광주시의 정무적 판단도 요구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앞으로 기후 변화에 대비한 체육시설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점이다. 세계적인 건설기술을 보유한 우리나라, 그중에서도 광주에서 국내 최초로 세미 돔구장의 건립이 현실화되는 희망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