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에 올리브 빛 물결이 이루는 시기에 사람들이 모두 꽃놀이 갔나 보다. 평소에 놀이터 삼아 들리던 가게에 사람의 발길이 보이지 않는다며 B가 톡을 보내왔다. 여행이라도 하려면 이동을 할 수 있는 차량이 있어야 하는데 차를 빌리려면 돈이 있어야 하고 삶 자체가 돈이다.

고령화와 지능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핵 개인의 시대에 자신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셀프부양시대가 된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경제적인 자립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노인세대가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인 사람이 많지 않다.

24년 4월 20일에 진행되었던 국민연금 개혁 토론회에서 김수완 강남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이 40.4%라며 노인 10명 중 7명이 기초연금을 30만원 넘게 받아도 10명 중 4명이 여전히 빈곤하다."라고 지적하면서 노인빈곤율은 그만큼 개선이 안 되고 있다는 것을 제시하였다. 김 교수는 "이 시점에서 기초연금액의 가장 중요한 미션은 노인빈곤 해결"이라면서 빈곤한 분들에게 더 많이 드릴 수 있는 기초 연금 제도를 말했다.

A는 나이가 들어도 편하게 쉴 수 없는 자신의 환경을 탓하며 자격증 공부를 하러 책을 들고 길을 나선다. "어쩌것어 한 푼이라도 벌라면 공부를 해야제." A의 손에는 요양보호사 책이 들려 있다. "자격을 따서 뭐라도 해야제. 누가 나에게 돈을 주겠어. 아이고 늙으면 죽어야 하는데" 하고 하소연하면서 길을 나선다. A는 노후 준비가 되지 않았다. 먹고 살고 자식 키우다 보니 노후 생활을 준비하지 못한 것이다. A에게 생활비는 기초연금 35만원 정도다. 이돈으로는 한 달을 버티기는 힘들어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일터로 오늘도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다.

최근 기사에 의하면 노령연금이 100만원 정도다. '2023년 11월 기준으로 남성의 경우 노령연금 월평균 급여액은 75만 정도며, 노령연금을 받는 여성 수급자의 월평균 급여액은 39만 정도다.' 남성과 여성의 노령연금(수급 연령에 도달해 받는 일반적인 형태의 국민연금)의 월평균 급여액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출산과 양육으로 경력 단절을 경험하기 때문에 국민연금제도에서 소득수준별 격차와 더불어 성별 격차는 해결해야 할 주요 정책과제로 꼽힌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 최소 필요한 경비는 보장이 되어야 한다. 연금 이야기가 나오면서 생성된 단어가 연탄녀(연금 타는 여자)다. 나이가 들어 친구들과 만나면 '나 연탄녀인 것 알지." 가장 부러운 대상이 된 것이다. 경제력이 있다면 노후에도 자신을 위한 삶을 설계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적은 연금은 생계를 보장하는데도 부족하다. 연금공단에 퇴직금을 조회하면 60대 노후생활비 평균값이 나와 있다. 최소노후생활비 부부 기준 월 207만원으로 나와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부부의 연금을 합치더라도 100만원이 조금 넘어 기초 생활도 힘들다. 이에, 국민연금이 나오는 시기가 되더라도 일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그러므로 연금 이야기가 나오면 가장 부러운 대상은 연탄녀다. 노후에 노동력이 상실되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이 경제력이기 때문이다.

연금개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연탄녀보다 더 부러운 대상은 자신의 일터를 지키는 사람이다. K의 어머니는 89세에도 일주일에 두 번 직장을 나가신다. 그 직장은 시장이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텃밭에서 먹거리를 준비해 시장에 물건을 펼치신다. K의 어머니는 푼돈을 모아 아프리카에 수도를 만드는 일에 천만원을 기탁하였다. 나이가 들어 가장 부러운 대상이 경제력이 보장된 연탄녀다. 그러나 연탄녀보다 더 훌륭한 것은 나이가 들어도 건강, 일터, 그리고 타인을 위해 베풀 수 있는 기부다.

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시민대표단 숙의 토론회 결과를 4월 22일에 발표한다고 한다. 더 내고 더 받는 안과 더 내고 그대로 받는 두가지 개혁안에 대해 500인 투표 결과다. 500인이 전체의 의견을 제시할 수 없지만, 다양한 계층의 삶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연금 제도 시대적 상황과 변화를 위해 변화가 필요한 시기이다. 모두를 위한 연금개혁이 되어야 할 것으로 보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연탄녀가 되고 싶다. 그러나 더욱더 부러운 대상은 노년이 되어도 건강한 삶으로 자신의 일을 놓지 않는 삶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