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빌딩 탄흔·피해자 증언 많은데…‘카더라’ 의혹 선동 - 전남매일
전일빌딩 탄흔·피해자 증언 많은데…‘카더라’ 의혹 선동
사회

전일빌딩 탄흔·피해자 증언 많은데…‘카더라’ 의혹 선동

■ 80년 5월 그날의 진실 되짚는다…<4> 헬기 사격·성폭행
조사위 ‘기관총 사격’ 규명 결정
시위 진압 작전 10건 성폭력 발생
“역사 왜곡·폄훼 시대착오적 시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 10층에 마련된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헬기 사격을 재구성한 조형물. 전남매일 DB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의 핵심 과제인 헬기 기총소사, 계엄군 성폭행 등이 국가차원의 진상조사에서 명백히 밝혀졌지만 80년 5월의 진실을 왜곡하고 은폐하기 위한 시도가 여전히 무분별하게 확산하고 있다.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의 무력 진압과 국가폭력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한 것으로, 일부 극우단체에선 조사 부실 등 음모론을 제기하며 5·18 실체적 진실을 덮으려는 움직임을 멈추지 않고 있다.

14일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의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5·18 당시 헬기사격에 대한 최초의 문제제기는 1989년 2월 3일 광주MBC가 방영한 ‘어머니의 노래’라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고 조비오 신부가 증언한 헬기사격 목격담이었다.

조 신부는 1989년 2월 22일 제13대 국회에 설치된 ‘5·18광주민주화운동 진상조사특별위원회’에 출석해 헬기사격을 목격한 사실에 대해 증언했으며 본인의 저서 ‘사제의 증언(1994)’과 1995년 검찰 조사에서 동일한 내용을 일관되게 증언했다.

헬기사격 사건이 다시 논란의 쟁점 대상이 된 것은 2016년 광주 금남로에 위치한 전일빌딩의 전면적인 재보수 과정에서 확인된 10층의 탄흔이 발견된 데 따른 것이다.

전일빌딩은 5·18 당시 전남일보와 전일방송이 자리한 곳이며 5월 27일 ‘광주재진입작전’ 당시 계엄군이 점령한 주요 건물이기도 했다.

조 신부를 비롯한 목격자들이 제기한 헬기사격 일자인 21일 외에 최종진압작전이 실행됐던 27일이 새롭게 헬기사격 실행 일자로 대두됐다는 점에서 헬기사격 사건에 관한 사회적 관심과 논쟁을 다시금 촉발시켰다.

국과수는 전일빌딩 외벽에서 흔적 35개를 확인했으며 전일빌딩 10층에 위치한 전일방송 내부의 기둥, 천장 텍스타일, 바닥 등지에서 최소 150개의 탄흔을 식별했다.

광주지법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면서 5월 21일 무장한 500MD 헬기의 광주천에 대한 사격과 5월 27일 UH-1H 헬기에 의한 전일빌딩을 향한 사격이 있었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조사위도 지난 4년여간 진상조사 활동을 통해 ‘전일빌딩 헬기 기관총 사격’ 진위여부를 확인했고 그간의 조사 성과를 바탕으로 2023년 12월 16일 제110차 전원위원회에서 5대 3으로 ‘진상규명’ 결정됐다.

하지만 보수 성향의 온라인 매체인 스카이데일리는 지난해 5월 “전일빌딩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헬기 사격 피해자나 증거가 없다며 관련 의혹을 ‘일방적인 주장’으로 폄훼했다.

또한 전일빌딩 탄흔이 헬기 기관총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일부 위원의 주장을 근거로 제시했고 탄피 등 관련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헬기 사격 자체를 부정하는 주장을 펼쳤다.

5·18 당시 계엄군에 의해 자행된 성폭행 의혹도 사실로 밝혀졌다.

조사위는 2018년 출범한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의 자료를 인계받아 심층 검토 후 직권조사를 개시했다.

총 52건의 성폭력 피해 의혹 사건을 확보하고 이 중 피해자의 동의를 얻은 19건에 대해 심층 조사를 진행한 결과 16건을 ‘진상규명’ 결정했다.

계엄군의 성폭력은 ‘도심 시위 진압 작전’, ‘외곽 봉쇄 작전’, ‘광주 재진입 작전’, ‘연행·구금·조사 과정’ 등 다양한 상황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도심 시위 진압 작전 과정에서 10건의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어린 학생들을 포함한 여성 시민들이 강제 추행, 강간 등 피해를 입었다.

스카이데일리는 이러한 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증거 조사도 않고 ‘계엄군 성폭행범’ 결론”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 삼았고 조사 과정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계엄군을 악의 집단으로 매도하고 성폭력 가해자로 단정지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명자 (사)여성인권지원센터 이사장은 “조사위 조사 결과와 법원의 판결, 국과수 분석까지 헬기 기총소사는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진실이다”며 “명백한 사실을 부정하려 드는 것은 5·18의 아픔을 겪은 광주 시민들을 두 번 울리는 행위이며 역사를 왜곡하려는 시대착오적인 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계엄군의 성폭행을 왜곡하는 극우세력은 오랜 시간 동안 고통 속에 침묵했던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증언을 무시하며 또 다른 상처를 주는 무책임한 행위다”며 “5·18의 완전한 진실 규명은 아직 끝나지 않은 우리의 과제로,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명예를 회복하는 데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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