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전남도청 계엄군 집단발포 직전 영상 45년만 첫 공개
사회

옛 전남도청 계엄군 집단발포 직전 영상 45년만 첫 공개

기록관, 문재성씨 영상기록물 기증
시신 2구 실은 손수레 등 장면 담겨
실종·희생자 규명 실질 단서 기대
계엄군 측 진술·진위 등 교차검증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집단발포 직전 상황을 촬영한 민간인의 영상이 45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옛 전남도청 앞 집단발포 전후의 정황을 시간 순서에 따라 구체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중요한 시각 자료로, 5·18 진상규명의 핵심적인 증거로 활용될 전망이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27일 기록관에서 시사회를 열어 5·18 당시 광주의 모습을 촬영한 문제성씨의 영상기록물을 공개했다.

약 6분 분량의 8㎜ 필름 영상에는 도청 앞 집단발포 직전 시기인 5월 21일 오전 10시부터 정오 무렵까지 금남로에서 벌어진 시위대와 시민들의 모습, 계엄군과 대치, 상공을 선회하는 헬리콥터와 군용 수송기(C-123) 등이 담겼다.

또 5월 21일 화재가 난 광주MBC 방송국의 모습과 5월 23일 이후로 추정되는 태극기가 걸린 충장로 일대 및 시민들의 일상 장면도 포함됐다.

당시 충장로 1가에 직장을 둔 25세 청년 문제성씨는 금남로 카톨릭센터(현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앞 아치 구조물 위에서 고정된 구도로 촬영했는데, 시위대 중심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현장의 분위기를 사실적으로 포착했다.

대부분의 기존 영상은 도청 앞에서 시위대를 바라보는 계엄군의 시선에서 제작된 반면 이 영상은 시민 내부에서 바라본 장면을 담아냈다.

특히 시신 2구를 실은 손수레, 시민들이 몰고 온 장갑차, 군용 헬기와 수송기의 상공 비행, 가두방송, 시민들의 환호, 버스를 정리하는 장면 등은 당시 광주의 다층적 상황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귀중한 단서들이다.

최루탄 연기 속에서도 시신을 지키며 버텨낸 시민들, 부서진 차량을 스스로 정돈하며 돌파구를 마련한 장면 등은 당시 시민들의 분노와 결의, 자발적 연대를 강하게 증언하고 있다.

영상에는 계엄군에게 실탄이 분배됐을 것으로 보이는 시점, 장갑차에 캘리버50 기관총이 장착됐을 것으로 보이는 시각, 군용 헬기의 상공 배치와 계엄군 도열 등 당시 군 작전의 흐름을 유추할 수 있는 장면들이 담겨 있다.

또한 영상 속에는 당시 구용상 광주시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시민들을 설득하려다 야유를 받고 내려오는 장면, 아세아자동차에서 시민들이 몰고 온 장갑차 등장, 최루탄 투척으로 무너지는 시위대 대열, 이를 피해 후진하는 장갑차, 시신 손수레를 끝까지 지키려는 시민들의 모습 등이 기록돼 있다.

기록관 측은 이번에 공개된 영상이 타임라인이 명확히 유지된 상태로 현장을 보여주고 있어 계엄군 측 진술의 진위나 영상 조작 의혹을 교차검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영상 속 인물의 신원 확인 가능성과 시신 수습 장면은 실종자·희생자 규명에 실질적 단서가 될 것으로 봤다.

문제성씨는 “5월 18일부터 20일까지 계엄군이 광주시민들에게 무차별 폭행을 가하는 모습을 보고 집회 현장에 나가지 않을 수 없었다”며 “회사에서 포상으로 받은 영사기와 구입한 캐논 카메라를 들고 겁도 없이 금남로에서 광주시민들의 항쟁을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버지의 유품 정리를 하던 중 80년 5월 광주를 촬영한 필름을 발견해 기록관에 기증하게 됐다”면서 “더 중요한 장면을 많이 촬영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김호균 기록관장은 “이 영상은 5·18의 진실과 정신을 후대에 전하는 살아 있는 증언”이라며 “당시 시민이 촬영한 현존 유일한 영상으로서 5·18 진실규명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는 귀중한 기록물이다”고 강조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청년의 눈으로 바라본 340초 분량의 영상에는 5월21일 계엄군의 집단발포 직전 광주시민 공동체 모습 등이 담겼다”며 “이는 오월의 진실을 찾는 소중한 조각으로, 오월을 함께해준 모든 이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기록관은 디지털 복원과 해제 작업을 거쳐 이 영상을 일반에 공개하고 향후 교육, 전시, 연구, 홍보 등 다방면에 걸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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