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문학의 자존심 지속되길
기자수첩

K문학의 자존심 지속되길

이나라 문화체육부 차장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소식에 대한민국이 들썩이던 10월이다. 책 속에서 독자들과 만나며 조용히 글을 쓰고 싶다는 한강 작가의 바람과는 반대로 세상은 한강 작가로 채워졌다.

광주·전남 지자체는 한강 특수를 톡톡히 노렸다. 한 지자체에서는 한강작가와 아버지 한승원 작가 이름을 내건 문학관을 개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한강부녀 문학관(가칭), 한승원 생가 등을 한데 묶어 노벨문학관 벨트를 조성한다는 구상을 내놓은 곳도 있었다.

국민도 한강 앓이를 했다. 한강 작가의 책은 100만 부를 돌파했고, 품귀현상을 맞았다. 파주의 인쇄업체는 한강 작가의 책을 인쇄하느라 때 아닌 특수를 맞아 흥겹다. 주식 시장도 도서 테마주에 집중했다.

한강에 대한 힘은 그야말로 컸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은 OECD국가 중 독서량이 많지 않은 대한민국. 성인 1인당 1년 독서량이 0.5권이 채 안 되는 나라의 국민 마음을 훔쳤다.

한강 작가 신드롬이 국민들을 책 읽는 사람으로 바꿔 놓았다는 점에 반가우면서도 두렵기도 하다. 열기가 금방 오르다 식어버린 양은냄비 처럼 돼 버릴까 하는 우려에서다. 대중의 책 소비에 대한 관심은 한강 작가 책 소비에만 집중된다. 그 이상의 문학에 대한 관심과 다양한 작가들의 책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한강 작가 수상으로 문학지원의 열악성에 대한 민낯도 드러났다. 한국 문학의 번역·출간을 지원해오고 있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올해 정부 예산은 전년 대비 14%(사업비 기준) 삭감된 상태다. 번역출판 지원 사업 예산 역시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다가 올해 약 2억 원 오른 20억 원이다. 2024년도 출판산업 지원 예산도 429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45억 원 줄었다. 그나마 문화체육관광부가 제2의 한강을 만들겠다며 부랴부랴 2025년 번역 지원 예산을 늘리고 사업 점검에 나섰다. 이러한 관심들이 일시적에 머무르지 않았으면 한다.

대중들의 식지 않은 책 읽기에 대한 관심과 정부의 아낌없는 지원이 적절히 어우러져야 한다. 그것이 말 뿐만이 아닌 K문학의 자존심을 지키고 발전 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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