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옥도, 작약 꽃으로 물들다
기자수첩

신안 옥도, 작약 꽃으로 물들다

이주열 제2사회부 신안국장

하의도 북동쪽 끝자락 작은 섬 옥도가 들썩거렸다.

‘요정이 머무는 치유의 꽃 정원’ 옥도에서 처음으로 열린 작약 꽃 축제에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섬 곳곳 22.6㏊에서 바람에 일렁이는 작약 꽃은 압권이었다.

전국 최대 규모 작약 군락지답다. 하늘을 이고 바다를 머금으며 피어오른 작약 꽃에 매료될 만하다.

선착장에서 축제장까지 가는 걸음도 지루하지 않다. 작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야트막한 담 너머로 섬마을의 집들을 기웃거릴 수 있어서다.

눈길 머무는 곳마다 황금작약과 도화비설, 대부귀, 바젤라 등 약 28만 본의 작약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척박한 땅을 너, 나 없이 나서서 일군 결과물로, 주민들의 자랑거리다. 감탕나무 430주는 관람객들의 땀을 식힐 수 있도록 그늘을 내주었다.

축제 첫날, 작약 꽃이 상징하는 ‘다시 피어나는 사랑’을 뜻하는 이벤트가 열렸다. 섬에서 오랜 세월 함께해 온 두 부부를 위한 리마인드 웨딩을 담아냈다.

소원 바람개비 만들기, 화관 만들기, 작약 부케 제작·판매 등 관광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형 프로그램도 눈길을 끌었다.

축제 기간 동안 제공한 배려도 돋보였다. 퍼플섬의 반월도 큰골 선착장과 옥도선착장 간 여객선을 운항하고 전동카트 등을 활용해 관람객들에게 이동 편의를 제공했다.

일제시대 군사 시설이 산재하고 근대기상업무 발상지로서 가치도 높다. 1904년 당시 일본군함들이 무리지어 놀자리마을 바다에 몰려들었다. 실제로 옥도가 일본 해군기지였음을 보여주는 유물들은 곳곳에 현존하고 있다. 선착장에서 약 300~400m 정도 떨어진 곳에 러일전쟁 다시 일본 해군이 사용한 큰 우물도 그대로다.

산에서 흘러 내려온 지하수를 항아리에 담아 조그마한 관을 통해 이용한 목욕탕의 형태도 남아있다. 일본 해군기지로 사용되면서 기상관측소가 설치되기도 했다.

물과 돌, 낙지는 단연 으뜸이라고 주민들은 입을 모은다. 인근 신의면까지 12㎞에 걸쳐 펼쳐진 갯벌은 천혜의 어장이다.

옥도를 주변으로 하의도와 신의도, 안좌도, 장병도, 우목도, 반월도, 장산도가 둘러쌓았다. 울창한 상록활엽수림 군락지의 기운은 상서롭다.

당산제를 지내던 터는 한낮 더위에도 서늘하다. 100년 된 팽나무를 중심으로 동백나무, 붉가시나무, 구실잣밤나무, 후박나무, 생달나무 등이 빼곡하다.

작약 꽃 정원을 둘러 본 후 옥도 마을을 돌아볼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뛰어난 자연 경관과 환경은 주민들의 자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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