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자들은 손피켓, 대형 현수막, 깃발 등을 흔들며 행진을 이어갔고 참사의 아픔을 겪은 12·29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 등도 함께 하며 조속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했다. 또한 행진에는 어린 아이부터 타 지역 시민, 외국인들도 참여해 5·18 정신의 전국화와 세계화를 다짐했다.
● 5·18 사적지 걸으며 아픔 공유
지난 17일 오후 3시 30분께 민주평화대행진에 참가한 1만 5,000여명의 시민들은 전남대학교 정문, 광주고, 북동성당, 광주역, 조선대 등 5곳에서 각각 출발해 금남로로 향했다. 민주평화대행진은 1980년 5월 민주주의를 외치며 금남로를 향해 행진했던 ‘민족민주화대성회’를 재현한 행사이다. 참여 단체는 광주시·시교육청·5개구청·광주시의회·오월단체·조선대·전남대·민주노총·시민사회단체 등 100여곳이 참석했다.
이날 전남대 정문에 모인 전남대 교직원과 교수, 학생, 전국민주동우회 회원 등 300여명은 광주역~시외버스 공용터미널 옛 터~금남로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전남대 정문은 5·18 민주화운동 최초 발원지이자 5·18 사적지 1호로, 계엄군과 전남대 학생들이 최초로 충돌하며 광주민중항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역사적 현장이다.
참가자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 광주 출정가 등 민중가요를 제창하며 오월 정신 계승을 다짐했다. 특히 ‘5·18 정신을 되새기며, 지역과 함께 미래로!’라고 적힌 현수막과 피켓, 깃발 등을 흔들며 힘차게 걸어나갔고, 상가 상인들도 도로변으로 나와 행렬에 손인사를 건넸다.
5·18 사적지 2호인 광주역에 도착하자 행진 참가자들은 계엄군의 무자비한 진압에 분노하며 민주주의를 위해 산화한 오월 영령들의 넋을 기렸다.
광주역은 5·18 당시 계엄군이 비무장 상태의 시민들을 향해 발포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곳이다. 5월 21일 오전 광주역 광장에서 시신 2구가 발견됐고, 이 사건은 5·18민주화운동이 절정으로 치닫는 계기가 됐다.
행진단은 이어 계엄군의 과잉 진압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 구 시외버스 터미널(사적지 3호)로 향하며 당시 계엄군의 무차별적 폭행으로 희생된 시민들의 아픔을 떠올렸다.
민주평화대행진의 종착점인 금남로에 도착한 행진단은 타종소리와 함께 흘러나오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민족민주화대성회가 열리는 행사장으로 이동했다.
사적지 4호인 금남로는 5·18 당시 광주시민들이 계엄군에 맞서 치열하게 저항했던 항쟁의 거리로 민주주의와 인권을 상징하는 장소다.
이들은 전야제 행사를 관람하며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오월 정신이 헌법 전문에 수록되길 간절히 염원했다.
이근배 전남대 총장은 “전남대 정문은 계엄군의 진입과 강제 휴교령에 맞서 학생들이 처음으로 거리로 나섰던 항쟁의 시발점이었다”며 “그 발걸음은 시민의 외침으로 번졌고 금남로에서 뜨겁게 불타올랐으며,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지평을 새로 여는 도화선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다시 걷는 이 길은 단지 과거를 기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날의 정신을 오늘의 책임으로 되새기고자 하는 실천이다”며 “5·18의 시작점인 전남대는 오월 정신을 계승해야 할 책무가 있으며, 한 걸음 한 걸음이 과거의 외침과 오늘의 다짐을 잇는 다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신승환 전남대 총학생회장은 “민주평화대행진에 전남대 학생 150여명이 참여했다”면서 “민주평화대행진 행사를 통해 오월 사적지를 따라 걸으면서 당시 광주시민들의 아픔을 공유했고, 5·18 정신이 헌법 전문에 수록돼야 한다는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고 전했다.
김재관 전남대 교수평의회 회장은 “45년전 민주화의 염원을 담아 이 자리에 섰다”며 “전남대 교수·학생·직원·민주동우회는 내란을 종식시키고 광주정신을 바탕으로 사회 대개혁을 실현해 민주 해방 세상을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 참사 유족들 ‘안전한 사회 연대’ 다짐
광주 최초의 성당인 북동성당에서는 참사 유가족들과 시민사회단체 등 1,000여명이 참여해 민주주의와 평화를 염원하며 민주평화대행진을 시작했다.
광주시 기념물 제25호로 지정된 북동성당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위대와 시민들이 피신하고 계엄군의 진입을 막아낸 장소이다.
민주평화대행진에 참여한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은 ‘진상규명이 우선이다. 특검을 실시하라’,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투명한정보공개!’ 등 피켓을 들고 철저한 사고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행진을 이어갔다.
노란색 점퍼를 입은 4·16 세월호참사 유가족과 보라색 점퍼를 입은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들도 행진에 동참해 안전한 사회를 위한 연대를 다짐했다. 이들은 광주역에서 출발한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전남대에서 출발한 민주평화대행진 참가자들과 합류해 금남공원으로 향했다.
김종기 4·16세월호참사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45년 전 군부 반란 세력이 총칼로 민주주의를 짓밟을 때 온몸으로 맞서 싸워 지켜냈던 것이 바로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이 땅의 민주주의다”며 “진실된 민주주의를 지켜낸 5·18 정신으로 오늘날 광장에서 응원봉 연대의 빛의 혁명으로 또다시 소중한 민주주의를 지켜냈다”고 강조했다.
이정민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45년 전 전두환 신군부가 민주주의를 유린하며 광주의 거리를 피로 물들였던 그 기억을 국민들은 여전히 마음 깊이 간직하고 있다”며 “그 누구도 꺾을 수 없었던 오월 영령들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무너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유현수 12·29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은 “철저한 진상규명 없이 보상으로 회유하는 제주항공의 행태에 분노한다”며 “세월호·이태원 참사 유족, 광주와 함께 국가 폭력의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 학생 5·18 플래시몹 눈길
민주평화대행진에는 광주교육 가족 800여명이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올해 행진에는 초·중·고 학생, 학부모, 학생의회 대표 550여명과 본청·직속기관 250여명이 참가했으며, 지난해(500여명)보다 1.5배 이상 늘었다.
이날 참가자들은 광주고 운동장에 집결해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학생 5·18 플래시몹 공연 등이 어우러진 출정식을 가졌다.
특히 학생 5·18 플래시몹은 지난 3월 글로벌 리더 세계 한 바퀴 프로그램을 통해 독일에서 5·18의 가치를 알린 학생들이 선보여 큰 주목을 받았다. 이어 참가자들은 현수막을 선두에 두고 대열을 갖춰 광주고에서 금남공원까지 1.98㎞ 구간을 함께 걸었다.
도착지인 금남로에서 오월 풍물단의 ‘오월길맞이굿’ 관람을 시작으로 5·18 전야제를 함께 했다. 행진에 참여한 한 학부모는 “아이와 함께 5·18 역사의 현장을 걸으며 ‘광주정신’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정선 교육감은 “교육가족의 민주평화대행진 참여는 5·18 교육을 몸으로 체화하고, 광주정신을 세대를 넘어 전하는 실천의 출발점이다”며 “광주정신이 세계 보편의 가치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교육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환준·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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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대는 ‘5·18 정신을 되새기며, 지역과 함께 미래로!’라고 적힌 현수막과 피켓, 깃발 등을 흔들며 금남로까지 힘차게 걸어나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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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평화대행진에 초·중·고 학생, 학부모, 학생의회 대표 550여명과 본청·직속기관 250여명이 참가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며 출정식을 가졌다. 광주시교육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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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평화대행진에 초·중·고 학생, 학부모, 학생의회 대표 550여명과 본청·직속기관 250여명이 참가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며 출정식을 가졌다. 광주시교육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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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평화대행진에 참가한 1만 5,000여명의 시민들은 전남대학교 정문, 광주고, 북동성당, 광주역, 조선대 등 5곳에서 각각 출발해 금남로로 향했다. 전남대 제공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