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제45주년을 맞아 광주 도심 곳곳에서 오월 정신의 가치를 공유하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산화한 오월 영령들을 기리는 행사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신군부 독재에 항거해 일어난 5·18 역사는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등 민주주의 위기 때마다 민주주의 수호와 저항의 상징적 역할을 해온 만큼 올해 기념행사는 민주·인권·평화의 가치를 세대·지역을 넘어 나누는 화합의 장이 될 전망이다. 특히 탄핵 정국을 계기로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역사왜곡 근절, 신군부 잔재 청산을 염원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민주화 성지 ‘금남로’에서 뜨겁게 울려 퍼질 것으로 보인다.



● 전야제 최대 규모 인파 운집

45주년 5·18민주화운동의 기념행사인 ‘전야제’가 오는 17일 광주 금남로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는 11년 만에 토요일에 열리는 데다 제21대 대통령 선거 기간과 맞물리면서 대규모 인파가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야행사 ‘오월 광주, 민주주의 대축제’는 △모든이들의 광주! △승리의 오월! △새로운 세계의 빛! 등 3부로 구성돼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금남로에서 새로운 세계를 전망하는 민주주의 대축제로 꾸며진다.

지난해에는 민주평화대행진이 끝난 뒤 집결했던 전일빌딩 245 앞 금남로에 65㎝ 단상의 낮은 무대 3개를 설치했지만, 올해는 금남로공원 앞 금남로4가역 교차로에 4면 무대와 4면 객석을 통해 연원으로 집결하는 의미를 담았다.

또한 무대의 높이를 낮게 설치해 4면의 대중들이 서로를 볼 수 있게 하며, 4면을 이용한 다양하고 역동적인 연출로 민주주의 대축제의 열기를 고양할 예정이다.

전야제 당일에는 시민난장, 민주평화대행진, 오월풍물굿 대동한마당, 심야행사 등이 열린다.

오전 11시 독립로~금남로 일대에서 열리는 시민난장은 1980년 5월 광주의 저항 정신과 12·3 내란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를 다양한 형태로 표현한다. 시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홍보, 전시, 먹거리,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오후 4시 30분부터 전남대 정문에서 금남로까지 이어지는 ‘민주평화대행진’이 펼쳐진다.

이 행진은 1980년 5월 민주화운동의 시발점이 된 전남대 정문에서 출발해 항쟁의 마지막 무대였던 금남로까지 도보로 이어지는 대형 행사로, 1만여명의 시민이 공동체적 연대를 통해 오월정신을 되새길 예정이다.

‘민주평화대행진’에는 5·18 유족들을 비롯한 제주 4·3, 부마항쟁, 일제강점기 피해자, 4·16 세월호 참사, 10·29 이태원 참사, 12·29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도 행진에 참여할 예정이다. 또한 공연 이후 오후 9시부터 풍물단과 함께하는 ‘대동한마당’이 열린다.

특히 2014년 이후 11년 만에 전야제가 주말인 토요일에 진행됨에 따라 행사위는 올해 전야제를 1박 2일로 운영할 계획이다.

광주를 찾을 방문객들에게 더욱 많은 프로그램을 즐기고 느낄수 있도록 18일 오전 2시까지 전야제 행사를 진행하며, 광주시와 5·18기념재단은 금남로 인근 중앙초등학교에 1,000~1,200명이 숙박할 수 있는 텐트 500동을 설치한다.



● 대통령·총리 공석…정치권 호남 공략

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오는 18일 오전 10시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개최된다.

기념식에는 5·18민주유공자 및 유족, 정부인사, 각계대표와 학생 등 3,000여명이 참석해 5·18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되새길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1997년 국가기념일 지정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 궐위 상태에서 열린다.

국무총리도 공석인 만큼 정부 기념사보다는 대선 후보들이 5·18과 관련해 어떠한 메시지를 던질 지 주목받고 있다.

앞서 12·3 비상계엄으로 파면된 윤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2021년 7월 국립 5·18 민주묘지를 방문해 5·18 정신 헌법 전문수록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3년 연속 5·18 기념식에 참석했으나 5·18 정신 헌법전문 수록에 대해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명문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과정에서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가 위헌적 조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 만큼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통해 역사 왜곡·폄훼를 근절해야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은 5·18 기념식에서 본격적인 표심 공략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조기 대선을 앞둔 시점인 만큼 여야 정치권이 대거 집결해 호남 민심을 비롯한 전국적 지지층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되며, 5·18 헌법 수록을 비롯한 신군부 비자금 환수 등 주요 쟁점에 대한 입장 표명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념식 행사 당일에는 국립5·18민주묘지와 5·18민주광장 등 주요 행사장을 중심으로 특별 교통대책이 시행된다.

광주시는 국립5·18민주묘지를 경유하는 518번 시내버스를 30회 증회 운행해 행사 참여 시민들의 교통편의를 높일 예정이다.

국립5·18민주묘지 인근도로의 교통 혼잡을 방지하기 위해 오전 7시부터 11시까지 청옥삼거리에서 수곡·태령삼거리 구간의 교통이 통제되며, 금남로 일대 도로도 차량이 전면 통제된다.

주차권을 발급받지 못한 참석자는 임시주차장으로 운영되는 광주동초등학교와 효령노인복지타운에 주차한 후 셔틀버스를 이용해 5·18 기념식장으로 이동할 수 있다.

5·18 기념식이 끝난 후 5·18민주광장에 설치된 특설무대에서 민주대성회가 오후 2시에 열린다.

이번 민주대성회는 1980년 5월 23일~26일 옛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진행된 ‘민주수호범시민궐기대회’를 재현하며 각계각층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2025 광주인권상 시상식’은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개최되며, 광주 시민과 함께하는 ‘오월 광주, 민주주의 대축제’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올해 시상식 주제는 ‘다시 만난 오월, 다시 만든 세상’이다. 개회사와 역대 수상자 소개 영상 상영을 시작으로 광주인권상 본상 시상 및 수상자 소감 발표, 특별공연, 특별상 시상 및 수상자 소감 발표 순으로 이어진다.

원순석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국가보훈부에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아닌 우원식 국회의장이 정부 기념사를 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며 “다만 이 대행과 우 의장이 차례대로 기념사를 할 것으로 보이며, 광주에 방문하는 대선 후보들은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과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 세력이 부정축재한 비자금 환수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한다”고 말했다. 최환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