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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비상계엄령 선포는 내란죄에 해당한다. 내란죄에 대한 징벌의 첫 번째 단계는 대통령 직위의 박탈이다. 그가 자진해서 사퇴하면 좋고, 버티면 탄핵 절차를 밟아 강제로 대통령 직위에서 물러나게 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징벌은 사법적 처벌이다. 설령 그가 자진해서 물러난다고 해도 내란죄가 자동으로 면죄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가 국회의 결정을 받아들여 계엄령을 조기에 해제했다는 점 등이 정상 참작의 사유가 될 수는 있겠지만, 그것도 국민적 공감을 요구하는 사항이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 탄핵 과정을 보면 탄핵 절차의 형식적 주체는 국회와 헌법재판소였지만 실질적인 주체는 국민이었다. 국민이 거리로 나와 국회를 압박하고 헌법재판소를 압박한 것이 탄핵을 가능하게 만든 가장 큰 배경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가 될 것 같다. 윤석열이 자진해서 사퇴할 때까지 혹은 국회가 탄핵안을 통과시키고 헌법재판소가 최종 결정을 내릴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거리의 함성을 계속 전달해야 한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질서 있는 퇴진을 주장하면서 탄핵보다는 임기 단축 퇴진이 국가적으로 더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논리적으로 크게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맥락에서 볼 때 그들의 역사 인식은 너무 안이하다. 이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7일 밤 국회에서 김건희 특별법을 부결시키고 탄핵안을 투표가 아니라 회의장 불참 형태로 무산시킨 행위에서 잘 드러난다. 국민적 분노가 폭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이 보인 행태는 한마디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런 수준의 인식을 가진 집단들이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어떤 수준의 대통령 후보를 배출했는지는 상상하고도 남는다. 보수 진영 출신 대통령들의 말로가 모두 비극적으로 끝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 보수와 진보는 정치권의 양축을 이루고 있다. 보수가 잘 돼야 진보도 더 건강해질 수 있다. 보수 진영 내에 이번 계엄령과 관련하여 양심적 모습을 보인 세력이 있다면 그들에 대해서는 격려를 보내야 한다. 그들이 보수 진영 내에서 소수 세력으로서 겪게 될 고충과 어려움을 십분 이해해 줄 필요도 있다. 그들이 탄핵 국면에서 보수 성향의 지지자들에 의해 배신자가 아니라 보수를 진정으로 재건하려는 세력이라는 평가를 받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합리적 보수가 보수의 중심 자리를 차지하고 이를 통해 보수와 진보가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대한민국 정치가 정상화될 수 있다.
탄핵에 의해서든, 임기 단축을 통한 자진 사퇴든 간에 늦어도 내년 봄쯤에는 대통령 선거를 해야 한다. 그래야 '안개 정국'을 조기에 해소하고 대외신인도의 추락을 멈추게 할 수 있다. 여야와 국회는 내년 봄 선거를 목표로 향후 정치 일정에 신속히 합의해야 한다. 여야 모두 국가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국민이 엄동설한에 거리로 나가는 수고를 덜 수 있도록 정치력을 발휘해주기 바란다.
또 하나 윤석열 퇴진 운동이 윤석열 한 개인의 퇴출 행위로 그쳐서는 안 된다. 단순히 대통령과 집권당 바꾸는 수준에 불과했던 2016-17년 박근혜 탄핵 이후의 정치사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우리 정치문화로 볼 때 윤석열 같은 대통령은 또다시 선출될 수 있다. 설령 윤석열 같은 사람이 대통령에 선출되더라도 이번처럼 나라 전체가 흔들리고 위기에 처하는 상황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이번 기회에 개헌을 통해 대통령 권력을 분산하는 조처가 취해져야 한다. 전화위복이라는 말처럼 이번 기회를 사회 대개혁과 7공화국 시대를 여는 단초로 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