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매광장> 시대의 참 스승, 톨스토이와 김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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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매광장> 시대의 참 스승, 톨스토이와 김대중

심명자 대한독서문화예술협회 이사장
병든 사회 대물림 없어야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 중요

최근 MBC 방송에서 인천의 한 산골 마을의 경사를 전했다. 두 아이가 20년 만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것을 축하하기 위해 마을 어르신들과 부모들이 함께 마을 회관에서 잔치를 했다.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서 나눠 먹으며 두 아이를 축복해주었다. 두 아이가 입학한 학교는 저출산 문제로 인해 학생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었다. 교직원들은 두 아이의 입학식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이 보도가 반갑기도 하지만 걱정과 씁쓸함이 앞선다.

1980년대에 문을 연 한 초등학교는 300명 정도의 학생들이 있었다. 40여 년이 흐른 지금 10여 명도 되지 않아 인근 초등학교에 통합되면서 폐교 조치를 했다. 심지어 전남의 초등학교에 신입생이 없어서 입학식도 하지 못한 학교가 32곳이나 된다. 올해까지 전국에 문을 닫은 학교가 3,955곳에 이른다. 2023년 22곳, 2024년에 33곳, 2025년엔 49개교이며 지난해보다 48.5%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1970년대, 대도시나 농어촌 학교들 대부분 과밀학급으로 저학년들은 2부제를 실시했고, 학교 운동장은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아이들로 북적였다. 학교에 아이들 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은 오래 가지 못했다. 박정희 정권 때 '둘만 낳아 잘 키우자'는 캠페인은 지금 인구절벽 현상으로 치닫고, 2040년대에는 인구 소멸 1위 국으로 등극할 거라는 예측이 쏟아진다.

다자녀 시대의 문을 닫고, 두 자녀나 외동이로 태어난 아이들이 지금 30대 후반이 되었다. 이들은 자신의 성취에 대한 압박을 느끼고, 자녀를 양육하는 것이 본인의 목표를 방해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자녀를 양육하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출산을 꺼리는 경향으로 나타났다. 가족 구성이나 출산에 대한 개인의 결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출산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저하하고 있다. 아이를 낳더라도 경쟁 구도의 형태가 사회의 질서처럼 굳어져 있으니 부모들은 공부 잘하는 자녀가 되길 원한다. 병든 사회의 대물림 현상이다.

이러한 현실은 박정희 정부의 권력 유지를 위한 경쟁 구도 국정 운영의 산물로 진단한다. 경쟁 구도는 1등 지상주의로 이어지고, 사회가 개인의 성과를 극대화하며, 최고만 추구하는 가치관을 강조한다. 성적이 높아 명문대를 졸업하고 사회 지배층이 되는 구조는 파시스트를 양성하는 셈이다. 이들 중에는 자신의 권력과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민중의 염원을 저버리는 일을 거리낌 없이 행한다.

인간존중이 배제된 급진적 산업화와 남북의 대치를 무기로 사용하는 유신헌법은 극단적 이데올로기로 변신하여 개인의 자유보다 국가나 집단의 이익이 우선시 됐다. 이른바 후기 파시즘이라는 암세포를 박정희 정부가 뿌려놓아 지금 우리와 후손들이 불안한 시대를 살고 있다.

어느 시대나 권력자는 존재했다. 전근대 사회의 귀족들은 노비나 농노를 사람으로 여기지 않았으며, 상품으로 사고팔았다. 신분으로 구축된 권력은 19C에 러시아 귀족들의 타락한 삶으로 발현되고, 빈곤자나 농노는 비참하게 살아야 했다. 실존주의 문학가이자 귀족 출신 톨스토이 역시 방탕한 생활을 했다. 그는 신약성서를 통독하고, 참회록을 집필하며 진정한 지도자로 거듭났다. 삶의 후반부에 사회적 불평등과 농노제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면서 자신의 영지인 '야스나야 폴리야'에서 농민들에게 토지를 나누어주었다. 그는 농민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자신의 재산을 기부하고, 농민들의 삶을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를 실천했다.

철학자인 톨스토이가 이를 행할 수 있었던 것은 물질적 소유보다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중시했기 때문이다. 그는 농민들이 자신의 땅을 소유함으로써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믿었다. 톨스토이의 이러한 행동은 당시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그의 사상은 후에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었다. 그는 끝까지 자신의 권력을 버리고, 농민들의 권리를 옹호했으며, 사회적 불평등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의 신념을 따르기 위해 그는 가족을 떠나 곳곳을 누비며 낮은 자의 처지를 개선하려고 했으며 마침내 러시아의 아스타포보 기차역에서 조용히 사망했다. 그의 행함은 '부활'의 주인공 '네흘류도프'에게로 이입이 돼서 소설 속에 구현했다.

이 시대의 참 스승 김대중 대통령 역시 모든 인간이 존엄하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사회의 약자와 소외된 계층에 관심을 기울였으며, 이들을 위한 정책을 추진했다. 그의 이러한 시선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중시하는 철학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모든 계층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포용적 사회를 지향했다. 그는 '낮은 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이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권력에 눈이 멀어 국민을 도구화해서 인구절벽을 만들고, 학교가 줄어들게 했으며, 각종 어려움을 겪게 한 권력자들에게 묻고 싶다. 살아서 그렇게도 거머쥐려 했던 권력과 돈을 죽어서도 쥐고 있는지. 너무나 불안하고 암울한 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단비 같은 방향을 제시할 톨스토이나 김대중 같은 스승이 간절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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