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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지각 있는 어른들이나 교사들은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자는 의미를 되새기며 '감사 나눔' 활동을 곳곳에서 전개했다. 부모와 자녀가 서로 감사 편지 전하기, 조손(祖孫)이 함께하는 활동, 사제동행 마라톤 등 다양한 놀이를 경험하게 했다. 노는 것이 제일 좋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어린이날만큼은 마음껏 울려 퍼지고, 특별한 추억도 만들었을 것이다.
황금연휴가 끝나자마자 잠깐의 활동을 경험한 우리 아이들은 여전히 등에 가방을 메고 학원으로 내몰린다. 좋은 성적을 거두어 원하는 대학을 가고, 안정적으로 미래를 준비하려면 어려서부터 학습에 조금도 뒤처지지 않게 하는 것이 부모들의 공통된 마음이다. 우리나라의 교육제도와 경쟁구조 때문에 학습력을 높여야 하고, 표준 안에 들게 하는 것이 목표이자 가치가 된 지도 오래다.
학원 열풍의 연령이 갈수록 낮아져 '4세 고시'라 불리는 입학 전쟁까지 생겨났다. 강남의 유명 영어유치원에 입학하기 위한 경쟁은 '7세 고시'를 넘어 이제는 만 3세부터 입학시험을 보는 추세다. 입학 테스트부터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테스트를 보기 위해 다른 '서브 학원'에 다니는 경우도 많을 정도이다. 강남이 우리나라 교육의 방향을 선도하니 머지않아 지방에서도 유아 영어 입시 바람이 불 것은 불 보듯 훤하다. 이렇게 최고의 길로만 이끌려질 때 아이들이 그것을 다 해내지 못한다면 실패와 패배감에 눌려 자기 주도적 삶을 살아갈 수는 있을까?
아이가 자라 자립하고 스스로의 삶을 꾸리기 위해 많은 덕목이 필요하다. 그중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을 이끌고 관리하는 가치와 정서이며 이것은 어려서부터 길러져야 한다. 실패나 어려움에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인 회복 탄력성은 자신을 지탱하게 하는 주춧돌이나 다름없다. 어릴 때부터 작은 실패들을 경험하며 '넘어져도 괜찮아, 다시 일어나면 돼'라는 마음을 배워야 한다. 이는 앞으로 마주할 더 큰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는 단단한 마음의 근육을 길러주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능력은 노력과 학습을 통해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 성장형 사고방식이 있어야 한다. 아직 배우는 과정이며, 다음에는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도전하며 개선하려는 의지가 끊임없이 마음 안에 동력으로 작용해야 한다. 더불어 자신을 성장시키는 데는 긍정적인 태도와 자기 연민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긍정적인 면을 찾으려는 마음가짐만 있다면 얼마든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러한 요소들이 고루 길러진다면 원하는 일을 이루지 못했을 때 자신을 위로하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다시 도전할 용기를 얻는다.
그림책 '실패왕'(지은이 한걸음, 계수나무, 2023)에서 포포는 다른 친구들과 전혀 다른 행동을 한다. 모두 개구리가 기본적으로 해야 할 기능을 익히기 위해 연습을 할 때 포포는 혼자 다른 동물 흉내 내기에 열심이다. 원숭이처럼 매달리는 연습, 홍학처럼 외다리로 서는 연습, 독수리처럼 나는 연습을 하다 떨어지고, 넘어지고, 추락하기도 한다. 결국 엄마에게 이끌려 다른 개구리처럼 연습을 하는 날, 모두 파리 잡는 것을 실패하지만 포포는 그동안 다른 동물들을 따라하던 실력으로 보란 듯이 파리를 잡는다. 포포의 행동이 무모해 보이지만 포포가 선택한 방법은 획일화된 학습 패턴이 아니다. 실패를 통해 자신을 탐색하고, 자기연민과 자기효능감을 키워나가는 시간이다.
'갈매기의 꿈'(리처드 바크, 나무옆의자, 1970)의 리빙스턴도 오늘 아침 빵 부스러기를 먹는 것에 머무는 종족들과 다르게 행동했다.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고 종족에서 추방당해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비행연습을 했다. 직하할 때 배가 파열될 것 같은 고통을 견뎌내며 결국 자기가 목표로 두었던 높은 비행을 이뤄낸다. 조나단이 여기까지 오는 동안 스승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 스승은 단지 나는 기술뿐 아니라 삶의 철학과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운 조나단은 자신과 비슷한 상황의 다른 갈매기 플레처를 만나 이끌어준다. 가르침을 다 받은 풀레처 역시 조나단의 스승과 조나단이 그랬듯이 또 다른 갈매기의 안내자가 될 것이다.
삶은 단순히 이론과 지식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삶 속에서 작은 경험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체득된다. 포포나 리빙스턴처럼 극복하기 어려운 일에 부닥쳐도 자신을 돌아보며 올바른 방향을 찾기 위해 깊이 성찰하고, 끈기와 인내로 이겨낼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 밤늦게 귀가할 때까지 다람쥐 쳇바퀴 돌듯 책과 씨름하는 일상의 되풀이는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키우는 것에 한계가 있다. 어른들은 마음껏 놀 때 제일 신난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귀를 기울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