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매광장> 정신승리
전매광장

<전매광장> 정신승리

최총명 상담학박사, 허그맘허그인심리상담센터 광주무등점 원장
신념 사고 바꾸는 자기합리화
자신에 대한 불안 야기

심리학에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라는 개념이 있다. 페스팅거(L. Festinger)의 인지부조화 이론과 그의 실험(Festinger & Carlsmith, 1959)에 근거 한 것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사람의 인지(신념)와 행동은 일치하게 되는데 어느 상황에서 인지와 행동이 달라지는 순간 어느 한쪽으로 맞추려고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보면 다음과 같다.

어떤 사람이 다이어트를 하려고 마음을 먹고 식습관을 건강하게 고치고 적게 먹겠다고 생각하였다고 하자. 마음먹은 대로 잘 지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회식으로 폭식을 해버렸다거나 과자나 군것질을 해버렸다고 하자. 그럼 내가 처음에 생각했던 인지('건강한 식단을 하면서 다이어트를 해야지')와 나의 행동('폭식과 군것질')이 불일치하게 되면서 불안해지게 된다. 그럼 인간은 3가지 방법으로 이 불안을 해소하고자 하는데 우선 가장 건강한 방법으로 나를 바꾸려고 한다. 다시 건강한 방법으로 식사를 해보자고 자신을 통제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환경을 바꾸려고 한다. 회식에 참여하지 않으려고 하거나, 과자나 군것질거리를 사지 않고 그 근처에도 가지 않으려고 함으로써 외부 세계를 바꾸어 자신의 신념과 행동을 일치하게 유지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생각을 바꾸어 버리는 것이다. '어차피 나는 다이어트를 하려고 하는 건 아니었어. 나는 먹는 것으로는 안 돼. 잘 먹으면서 운동이나 해볼까' 등으로 자신의 신념과 사고를 바꾸어 버리는 것이며 이것을 우리는 '자기합리화'라고 하고 은어로 '정신승리'라고 부른다.

이번 윤석열 탄핵 후 4월 11일 자신의 사저로 돌아가는 길에 만난 주민에게 '다 이기고 돌아왔으니 걱정 말라', '어차피 3년 하나 5년 하나'라고 웃으며 말했다고 한 점이 언론과 주변인들을 통해 보도되었다. 이 보도는 보고 필자는 '정신승리'의 실험이 떠올랐다.

위 심리학 이론을 보면 윤의 이야기가 틀리지 않았다. 5년 임기를 반만 마치고 쫓겨났으니 애들 말로 얼마나 '쪽팔렸'을까? 자신이 국민에 의해 주어졌던 통수권자의 지위를 박탈당한 것에 대한 인지 부조화 과정이 있었고 이것이 불안을 일으키며 '내가 길게 할 건 아니었어. 시간은 중요하지 않아. 내가 그만둘 거였으니까 난 이긴 거야'라고 생각을 바꾸며 자신을 위로하는 과정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추정한다.

만약 그가 이렇게 '정신승리'를 하고 있다면 앞으로 재판과정이 참으로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선고 과정을 보더라도 끊임없는 자기 논리의 부정과 억지스러움을 보지 않았는가. 이 과정을 국민들이 얼마나 더 지켜봐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

박근혜에 이어 윤석열을 대통령 후보로 선출해서 당선시킨 정당 '국민의 힘'도 '정신승리'가 아닐까 한다. 이번 탄핵선고 과정을 보면서 그 정당 역시 '우리가 애초에 추구하려고 했던 것이 이랬던 것이 아니다.' 등의 자기 부정을 통하여 윤의 결론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교정하려고 하는 것이다. 만약 이 정당이 박의 상황을 통찰력 있게 분석하고 반성하고 노력하였다면 인지 부조화 과정 중 첫 번째와 두 번째 방법을 사용하여 이런 상황을 다시 반복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정신승리'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앞서 말했다시피 정신승리는 자신에 대한 근본적인 불안을 야기하고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지하는 과정이 동반되기 때문에 고통스러움을 야기한다.

박이든 윤이든, 국민의 힘이든, 혹은 그들을 지지했던(하는) 국민이든 이번에는 '정신승리'하지 않고 이 상황을 목도 해야 할 것이다. 이들의 정신승리로 인하여 많은 국민들의 정신이 피폐해져 갈 뿐만 아니라 희망 고문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뜻한 봄이 왔다. 우리의 정신에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에도 시민 정신에도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봄이 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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