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 떡집은 노부부가 모찌만 만들어 판매하는 곳이다. 국내산 찹쌀에 국내산 팥을 듬뿍 넣어 맛이 일품이다. 보통의 모찌는 너무 달아 먹기 거북한데 이 집은 그렇지 않다. 지인들에게 선물하기에도 좋아 자주 들른 곳인데 돌아보니 근래에는 뜸했던 것 같다. 사실 떡집 안주인은 오늘뿐 아니라 가끔 전화를 걸어 왔다. 오메 내가 오늘 떡을 너무 많이 해서 남게 생겼네. 어제 예약했던 사람이 갑자기 취소했네. 어이 와서 떡 좀 가져가소 라고 하소연 조로 말하면 나는 멀리 있지 않은 이상 못이긴 척 간다. 떡을 먹고 싶어서가 아니라 인정상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두 박스 정도 사와야겠다 싶어 가면, 여지없이 한두 박스 더 갖고 오게 된다. 새벽부터 떡을 만드느라 지친 얼굴로 깎아 줄 테니 더 가져가라고 내밀면 어쩔 도리가 없다.
떡 얘기를 하다 보니 지금 한창 피어 있는 이팝나무가 떠오른다. 가로수로도 많이 심어져 있는 이팝나무. 바람에 흩날리어 떨어진 꽃을 보면 길쭉길쭉한 모양이 꼭 쌀밥과 닮아있다. 흰쌀밥과 닮은 꽃을 가진 이팝나무 꽃에 얽힌 이야기도 있다. 옛날 가난한 집에서 시아버지의 제삿날이 돌아왔다. 며느리는 시아버지의 제사를 모시기 위해 그동안 아껴뒀던 흰쌀로 밥을 지었다. 그리고 제삿밥을 뜨기 전 잘 익었나 알아보기 위해 몇 알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때마침 그 장면을 시어머니가 보았다. 이를 본 시어머니는 감히 시아버지 젯밥에 손댔다며 크게 호통쳤고 며느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고되고 배고픈 시집살이에 억울하게 누명까지 쓴 며느리는 그날 밤 나무에 목을 매고 죽고 말았다. 몇 년 후 며느리의 무덤에서 한 그루의 나무가 자랐다. 그 나무에서 꽃이 피었는데 꼭 흰 쌀밥과 같았다는 이야기다. 이팝은 이밥을 뜻하는 함경도의 사투리라고 한다. 이팝나무를 쌀밥나무라고 부르기도 한 이유다. 배고픈 시절 쌀밥처럼 생긴 이팝나무의 꽃을 보고 배고픔을 달랬을 이들을 생각하니 땅에 하얗게 떨어져 있는 이팝나무 꽃이 달리 보였다.
문득 이팝나무의 유래를 요즘 초등학생 아니 대학생들에게 말한다면 그들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했다. 프랑스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뭐가 문제인가 라고 했듯 흰쌀밥이 없으면 무엇을 먹겠다고 할까. 아마 빵이 아닐까 싶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나만 보더라도 빵으로 식사를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 오죽하면 빵지순례니 뭐니 하며 맛집으로 소문난 빵집은 줄을 서야 살 수 있는 것이 요즘 실태이다. 떡이 맛집이라고 소문나 줄을 서서 사는 경우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오죽했음 이팝나무 꽃으로 배고픔을 달랬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쌀 소비량이 적어 문제가 될 줄이야. 그 정도가 얼마나 심각하면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해 아침밥 먹는 장면을 인증샷으로 올리게 하고, 최종 승자에게는 금 다섯 돈을 주겠다는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는 곳도 있다. 말로야 궁극적으로는 국민 건강을 위해 아침 식사를 장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쌀 소비량을 늘리기 위한 궁여지책이 아닌가. 떡도 쌀로 만든 것이니 떡을 가끔 사 먹는 나로서는 일정 부분 쌀 소비를 감당하고 있다고 봐도 될까. 지난주부터 빵을 줄이기 위해 빵집을 지나치고 있다. 되도록 빵집으로 가려는 발길을 돌려 떡집으로 갈 생각이다.
그동안 단골들한테는 내일까지 서비스할 테니까 꼭 와 잉. 몇 개 할랑가. 네 그럼 세 박스 할게요. 아따 다섯 박스 하소. 내일이 마지막이라니까. 내일 모찌 사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