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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들한 갈빗살과 쫄깃한 낙지의 ‘환상 궁합’
■남도밥상-영암 갈낙탕
1970년대 소값 폭락 속 생존위해 고안한 별미
갈비 우린 육수에 바다 내음과 감칠맛이 오롯이
아가미·전어·창젓에 제철나물까지 한상 푸짐

2020. 04.09. 18:34:26

호남 5대 명산으로 꼽히는 월출산은 굳세다. 너른 평야 위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오른 산, 구름 사이 가리어진 기암괴석은 절경 중 절경이다. 위로 곧게 뻗힌 힘찬 기운은 한폭의 수묵화에 고스란히 스며든다. 그렇게 영암은 기가 넘쳐흐른다. 영암 대표 먹거리인 세발낙지도 마찬가지. ‘더위에 쓰러진 소도 일으켜 세운다’는 세발낙지는 사시사철 힘찬 기운을 불어넣는 보양식으로 관광객들과 지역민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최상급으로 꼽힌 미암갯벌 낙지

영암을 잘 알지 못하는 타지 사람들은 낙지 하면 으레 목포와 무안을 떠올린다. 하지만, 본디 낙지 하면 영암이다. 과거 영암 학산면 독천리와 미암면 일대 영산강 하구는 ‘미암갯벌’로 불렸다. 미암갯벌은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희귀 생명자원의 보고이며, 그곳에서 자란 낙지는 전국 최상으로 꼽혔다. 간척지 사업으로 드넓은 미암갯벌은 논으로 변했고, 방파제로 막혔다. 더 이상 바닷물이 유입되지 않으면서 영암에서 낙지를 볼 수 없게 됐지만 낙지요리의 참맛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은 여전히 영암을 찾는다.

과거 5~6개의 음식점이 운영되어 오다 2000년대 초 음식점들이 늘었다. ‘독천 낙지음식 명소거리’에는 현재 독천식당, 해남식당, 제일식당 등 15개의 낙지전문점이 옛 명성을 지키고 있다.



◇생존의 기로서 끓여낸 메뉴

영암은 산과 강, 바다가 잘 어우러진 지형 탓에 식재료가 풍부했다. 낙지의 거리가 형성된 독천에는 우시장이 있어 낙지 못지않게 한우도 유명했다. 이를 활용한 음식이 ‘갈낙탕’이다. 지금이야 전국 어디서든 맛볼 수 있는 갈낙탕이지만 그 탄생 비화는 삶 그 자체다. 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소값이 폭락하자 그 파장은 인근 식당 영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당시 생존의 기로에 선 한 상인이 따로 팔던 낙지탕과 갈비탕을 하나로 끓여 팔아보는 걸 고안했고, 손님의 반응은 뜨거웠다. 입소문이 나면서 인근 상인들까지도 갈낙탕을 팔기 시작했다. 이후 목포와 무안 등 전남 서부 일대에서도 갈낙탕을 파는 상인들이 생겨났고, 이제는 전국 어디서는 맛볼 수 있는 음식이 됐다.



◇첫맛은 개운, 끝맛은 담백

갈비를 우려낸 육수가 기본 베이스인 갈낙탕의 첫맛은 개운하다. 중간쯤엔 바다 내음에 시원하고 감칠맛이 느껴진다. 끝맛은 담백하게 마무리된다. 갈낙탕은 낙지와 한우 갈빗살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별미다. 야들야들한 갈빗살과 부드럽고 쫄깃한 낙지를 한입에 넣고 씹으면 찰싹하고 떨어지는 궁합에 놀라게 된다. 어찌 보면 갈낙탕 한 그릇에 독천의 모든 것이 담겼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식당마다 차이가 있지만 갈낙탕과 함께 나오는 반찬도 푸지다. 아가미젓, 전어젓, 창젓, 세하(새우)젓 등 각종 젓갈과 제철 나물 등 그 수가 20여가지에 달한다. 어디에 먼저 손을 댈지 망설이는 순간 한 그릇이 금세 비어진다. 갈낙탕 이외도 낙지호롱구이와 낙지탕탕이, 낙지초무침은 갈낙탕과는 또 다른 맛을 구현해 낸다. 참기름과 깨소금이 어우러진 낙지 탕탕이와 육회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육낙의 식감은 생생하고 당차다. /이나라·영암=최복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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