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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블루(blue)’... 정부는 뭐하나
편집국 서미애 국장&부장

2020. 10.20. 17:41:31

“광주에서 아파트 전세 구하기가 정말 힘들어요”

코로나 때문에 삶이 팍팍해지고 생활이 크게 달라져 무기력증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코로나 블루(blue)’라고 한다. 최근 여기에 ‘부동산 블루’까지 가세했다. 정부의 약발 없는 부동산 대책 때문이다.

직장인들의 단골 대화 주제는 부동산이다. 광주에서 대기업에 다니는 정 부장은 요즘 들어 아내에게 원망을 자주 듣는다. 살고 있던 광주시 서구 화정동 H아파트를 너무 일찍 팔았기 때문이다. 분양 당시 2억 원대였던 것이 3억 원대로 오르자 ‘매도 타이밍’으로 여기고 팔았다. 그런데 이 아파트는 현재 5억 원대를 훌쩍 넘어섰고 전셋값도 천정부지로 올랐다. 전세로 살고 있는 지금, 자신의 재테크가 한심하게 여겨져 가슴이 답답하다. 정 부장 마음을 더 무겁게 하는 것은 후배들의 ‘재테크 무용담’이다. 한 후배는 동구의 한 아파트에 투자해 2억 원을 벌었다고 자랑해 기분이 언짢다.



광주 전셋값 천정부지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개정된 임대차 보호법이 시행 이후 광주지역 전세 시장이 극심한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가격이 폭등하면서 세입자들의 비명이 커지고,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갈등도 분출하고 있다.

전월세 세입자들의 우울감은 더 크다. 정부가 7월 말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을 시행했지만 이미 전세대란은 시작됐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이 조사한 올해 10월 둘째 주 전국 아파트 가격동향을 보면 전셋값은 1주일 전에 비해 0.16% 올랐다.

광주 아파트 전셋값도 0.04% 올라 18주 연속 상승했다. 광주 전셋값은 9월 들어 0.04%에서 0.06%의 주간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치솟는 전셋값도 문제지만 아예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씨가 마르는 품귀 현상은 더더욱 문제다. 전세 시장 최대 성수기로 불리는 가을 이사철과 맞물려 ‘귀하신 몸’이 돼 전세를 구하려는 서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다.

여기에다 무주택자들은 “집값이 내릴 것”이라는 정부 당국자의 말만 믿고 기다렸다가 뒤통수를 맞았다. 30대의 배신감은 더 심하다. 30대 ‘영끌’ 매수가 달리 나온 게 아니다. 그들이 왜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사는지 이 정부는 모른 체하고 있다. 30대는 가점제로 점수가 낮아 청약이 잘 안 된다. 서민들은 담보대출이 어렵고 집값이 가파르게 올라 내 집 마련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내 집 한 채 갖는 게 소원인 이들에게 “임대주택 늘려줄 테니 여기서 살라”고 한다. 내 집 마련은 ‘이생망(이번 생애는 망했다)’이라는 한탄이 나온다.



=전세불안 대책 마련 시급

최근 전세 시장의 불안 요인은 복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전반적인 집값 상승이 우선 원인으로 꼽힌다. 가을 이사철 성수기 계약 시기와 맞물려 그동안 오른 집값이 전셋값에 반영됐을 개연성이 크다. 기준금리 대폭 인하도 영향을 줬을 것이다. 금리가 낮아지면 똑같은 전세보증금이라도 집주인에게는 손해고, 세입자는 그만큼 이득이 되는 구조다. 이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전셋값도 덩달아 오르게 된다.

여기에다 정부가 성급하게 개정안을 밀어붙이다 보니 모호한 법 조항이 많아 임대인과 임차인 간 충돌도 잦아졌다. 법 해석을 놓고 의견이 분분해지자 정부는 해설집까지 내놓았지만, 혼란은 더 심해지고 있다.

‘부동산 세금은 오르는데 소득은 줄고, 내 집 마련은 어려운데 청약은 안되고, 전셋값은 치솟는데 전셋집은 씨가 마르고…’ 이러니 우울증에 빠질 수밖에 없다. 씁쓸하다. 현 정부가 끝날 때까지도 ‘부동산 블루’는 계속될 것 같다.

국토교통부는 뒤늦게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땜질 처방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법정 소송이 벌어지고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해 위로금을 주는 등 시장은 난장판이다. 졸속 입법이 빚은 자승자박이다. 국민의 ‘부동산 블루’ 지수만 더 높아질 뿐이다.

정부도 문제점을 충분히 알고 대책 마련에 고민하는 것 같다. 하지만, 공급 물량 부족에서 빚어진 전세 시장 불안을 잠재울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임대주택 공급으로 전세 물량을 늘리려 해도 당장은 어렵다. 대책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절박한 서민들의 고통을 이해한다면 시장이 회복될 때까지 방치할 수는 없다. 예정된 공급 물량이 조금 더 빨리 공급될 수 있도록 조건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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