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FC에게 광주축구전용구장 첫승은 묵은 과제였다. 지난해 7월 25일 수원전부터 광주축구전용구장을 홈그라운드로 사용한 광주는 지난해 7경기에서 3무4패를 했고 올해도 두 차례의 홈경기에서 패하면서 총 9경기 동안 승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0번째 경기에서 드디어 역사적인 첫승을 기록했다. 지난 4일 인천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한 2-1 역전승, 짜릿한 득점의 주인공은 광주 유스 출신 루키 엄지성(19)과 3년차 이희균(23)이었다.

김호영 광주FC 감독의 지략이 제대로 발휘된 경기였다. 김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 엄지성을 선발로 출장시켰고, 이희균과 정현우(21)를 교체투입시키는 등 어린 선수들을 중용했다.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엄지성과 이희균이 각각 데뷔골을 터트리며 짜릿한 역전드라마를 만들었다.

김 감독은 인천과의 경기가 끝난 뒤 “체구는 작아도 기술이 있다. 공을 찰 줄 아는 선수들”이라며 어린 선수들을 투입한 이유를 밝혔다.

김 감독은 “그동안 체력적인 부분이 약해서 적극적으로 기용하지 못했지만 지속적으로 훈련을 해왔고 연습경기를 통해 선수들의 가능성을 봤다”면서 “인천전은 어린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들어가면서 경기가 풀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기회가 왔을 때 기회를 살린 이희균, 정현우, 엄지성에게 감사하다”고 칭찬했다.

엄지성은 0-1로 뒤져있던 전반 46분 동점골을 터트렸다. 엄원상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U22카드로 선발 출전, 7경기만에 데뷔골을 기록했다.

엄지성은 “기회를 주신 김호영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좋은 형들과 좋은 경기를 하고 이길 수 있게 돼서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데뷔골에 대해서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첫 선발이어서 기회가 많았다. 그래서 그만큼 더 간절하기도 했고, 기회가 왔을 때 최대한 집중해서 골을 넣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엄지성의 골은 VAR판독을 거쳤는데 그 시간에 대해서는 “(이)희균이 형이 골이라고 해줘서 안심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엄지성은 김학범 감독의 부름을 받아 대표팀 훈련을 다녀왔고, 이 기간 세 차례의 연습경기에서 모두 골을 넣었다. 이어진 소속팀에서의 경기에서도 골 맛을 보게 된 그는 “대표팀에서 형들이 도와주셔서 자신 있게 플레이했고 계속 골도 넣었다”며 “잘하는 형들이랑 해서 재밌게 하다 왔다”고 말했다.

도쿄올림픽에 대한 질문에는 “제 위치에서 열심히 하고, 잘하고 있으면 언젠가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후반 48분 역전골의 주인공 이희균은 이날 경기 MOM(맨오브더매치)으로 선정됐다.

이희균은 프로 3년차다. 데뷔하던 해인 2019년 16경기 2도움을 기록했고 지난해는 2경기밖에 뛰지 못하면서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만큼 그는 올해 간절했다고 털어놨다.

이희균은 “지난겨울부터 힘든 시간이 많았는데 감독님과 코칭스태프가 믿고 써주셔서 좋은 경기력과 첫 승까지 나올 수 있었다”면서 “이제까지 살면서 생일 다음으로 제일 좋은 날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추가시간 3분이 거의 끝날 즈음 터진 극장골은 준비된 시나리오였다. 그는 “펠리페와 (송)승민이형이 제공권이 좋은 선수들이니 감독님이 준비하라고 하셨던 생각이 나서 박스 앞으로 갔는데 바로 앞에 떨어졌다”면서 “욕심을 내서 골까지 연결했다. 발만 맞추자는 생각이었는데 잘 들어갔다”고 돌아봤다.

광주 유스 출신으로 연령별 대표팀도 오갔던 이희균은 기대만큼 포텐을 터트리지 못했다.

그는 “주변에서 엄원상과 비교하기도 했고, 제 스스로도 능력을 못 보여줘 힘들었다”며 “작년에는 경기도 많이 못 뛰어서 방황도 하고, 축구가 내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올해도 광주에 못 있을 상황이 되기도 했는데 감독님이 기다려주셨다. 그만큼 동계훈련에서 간절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날은 이희균의 시즌 첫 출전이었다. 제주전에서는 교체투입을 준비했지만 실제 경기에 나서지는 못했다.

그는 “대기하다가 빠졌는데 그때가 더 긴장됐던 것 같다. 감독님이 생각이 있으셨을 것이라 생각하고 준비했다”며 “그래서인지 인천전은 긴장이 안됐다. 자신 있게 하라고 해주신 게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희균은 “오늘 경기로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하지만 자만심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잘 컨트롤하면서 경기력을 유지하고 싶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