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매일 기자수첩=권동현 기자]순천시의회의 권위가 바닥에 떨어지고 있다. 권력분립과 절차를 중시하는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마저 무시하는 순천시의 독단적 ‘의회 패싱’이 극에 달한 탓이다.

최근 해고 절차상의 부당함을 호소했던 순천만국가정원 44명의 노동자가 복직했다. 코로나19로 인해 10명을 감축해 81명으로 운영하려 했던 애초 계획이 121명으로 오히려 늘어났다. 예산도 15억 원 정도 늘어날 전망이다.

원칙적으로 순천시는 수정된 인력 계획을 의회에 제출하고 인력변동에 따른 예산을 승인받은 후 복직을 통고했어야 했다. 하지만 허석 순천시장이 입회자로 서명까지 한 협의 과정에서 가장 기본적인 ‘의회 예산 승인’ 절차는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결정됐다. ‘의회 패싱’ 결과 증원된 인원의 임금이 본예산에 잡혀 있지 않은 이유로 당분간 급여를 지급하지 못할 수도 있다.

지난해 12월 순천시가 50% 가까운 지분을 가지고 있는 가든마켓 민간위탁 동의안 처리를 놓고는 전직 고위 공무원이 국회의원과 시의원을 협박하는 문자를 보내 순천시의회를 능욕하기도 했다. 순천시가 먼저 결정하거나 집행한 이후 순천시의회의 승인을 요구한 경우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시정에서 어떤 경우에도 절차는 지켜져야 하고 물리적인 폭력이 동원돼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도가 집행부의 권한이 강하고 지방의회의 역할이 약한 기형적인 제도라고는 하나 순천시의 ‘의회 패싱’은 도를 넘었다.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 중 하나가 권력분립이다. 절대권력의 횡포와 인권유린을 충분히 경험했던 근대의 시민들은 권력을 최대한 나누고자 했다. 중앙 권력을 삼권으로 나누는 것도 불안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로 다시 한번 수직적 권력분립을 꾀한다. 지방정부 또한 의결기관과 집행기관으로 나눴다.

권력이 집중되면 부패하기 마련이고 시민은 통치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수레의 양 바퀴처럼 견제하는 세력이 있어야 균형을 잡을 수 있다. 순천시가 순천시의회를 또 다른 한 축으로 존중하고 협의하며 순천시의 발전을 꾀하는 동반자적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