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개나리, 벚꽃, 진달래, 목련, 라일락 등 온천지는 새 생명을 앞다투어 흐드러지게 피어내고 메마른 세상에 생명을 불어넣듯 거리거리는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런데 우리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은 메마른 세상을 향해 삭발 투쟁으로 국민의힘이라는 대 야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야당 대표 이준석은 너그러움이나 인간미는 찾아볼 수 없이 갈라치기를 해가며 사과하라는 전장연에게 ‘사과 안 한다. 뭐에 대해 사과하라는 건지 명시적으로 요구하라’며 페이스북에서 볼멘소리를 했다. 아무 힘없는 장애인들은 삭발시위로 국민에게 호소하며 사회적 합의점을 찾고자 생존권 투쟁을 위해 이 잔인한 달 4월에도 계속되고 있다.

지하철 투쟁에서 많은 사람들이 욕하며 말한다. ‘돈이 어디 있다구 요구하냐’고. 대한민국은 돈 많은 나라다. 그 돈을 어디에 쓰냐는 선택의 문제이지 결코 돈이 없는 나라는 아니다. 기나긴 투쟁 역사에서 지하철 엘리베이터, 저상버스, 특별교통수단 등 많은 변화를 만들어왔다. 그러한 변화가 단지 장애인만을 위한 변화인지 묻고 싶다. 2022년 아직도 대중교통에서 교통약자는 대중에서 제외되어 있다. 이것이 우리가 투쟁을 멈출 수 없는 아주 간단한 이유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맘 편히 이동을 못하니 대한민국에 책임을 물을 것이다. 이것은 헌법이 나에게 부여한 나의 정당한 권리이고, 이 땅에 태어났으니 대한민국의 의무인 것이다. 나도 국민이다. 맘 편히 이동하게 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맘 편히 이동해서 교육도 받고 직업도 갖고 그래야 우리도 평범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비문명적 사회가 문제인지 비문명적 시위를 하는 우리가 문제인지 묻고 싶다. 비문명적 사회가 문제라면 문명적인 사회가 될 때까지 투쟁할 것이며 비문명적 시위가 문제라면 우리 동지들, 배제된 사람들이 모두 문명인이 될 때까지 가열차게 투쟁할 것이다.’ 전장연 시위 내용 중 일부다.

보건복지부 장애인실태조사 2020년 기준 우리나라 등록장애인 262만3,000여명의 37.6%는 최종학력이 초등학교 이하(무학 포함)이다. 교육기본법 제8조에는 ‘모든 국민’이 6년의 초등교육과 3년의 중등교육을 받을 권리를 갖는다고 되어 있지만 장애인 3명 중 1명은 이를 보장받지 못한 셈이다.

필자는 현재 장애인시설에 근무하고 있다. 학력 수준뿐만 아니라만 아니라 교육수준 또한 한글을 모르는 사람, 숫자를 10까지 셀 수 없는 사람도 많다. 그 이유는 전장연 시위 내용의 일부처럼 이동을 못하니 교육도 받을 수 없고, 교육을 못 받으니 직업도 가질 수 없어 평범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증거이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고 4월은 장애인의 달이다. 4월을 장애인의 달로 정한 이유는 따뜻한 봄 햇살과 함께 나뭇가지에 새순이 돋아나고, 그 새순은 연노랑에서 연초록으로 성장하며 만물이 소생과 함께 장애인의 재활 의지를 부각시키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토머스 스턴스 엘리엇(T Stearris Eliot)은 1922년 서사시 ‘황무지’에서 4월을 고목이나 싹이 틀 것 같지 않은 나무에서 새싹이 돋고 꽃이 피고 메말랐던 들판이 초록 동산으로 물들어가는 것에 역설적 표현으로 ‘잔인한 계절’로 묘사하였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의 4월!

자연의 이치는 21세기 이전의 시대와 변함없이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깨우고 있지만, 장애인들은 삭발로 생존권의 투쟁을 하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시설에서 사회복지 실습을 한 실습생의 이야기가 가슴을 파고든다. ‘장애인과 같이 120시간을 함께하며 우리 일반인과 똑같다는 것을 알았어요. 제가 왜 편견을 갖고 있었는지 미안해 졌습니다.’

그렇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똑같다. 우리 모두는 그리고 우리 사회는 장애인에게도 비장애인이 누리는 혜택을 똑같이 누릴 권리를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