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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매너 약한 도시의 출구

2023. 01.30. 13:49:45

<열린세상>매너 약한 도시의 출구
정진탄 뉴미디어본부장 겸 논설위원


광주가 무뚝뚝한 도시가 아니라고 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버스, 택시, 지하철, KTX 등을 이용할 때 솔직히 매너가 좋지 못한 승객을 자주 보게 된다. 자신의 짐이나 가방으로 타인의 몸을 툭툭 쳐놓고선 아무렇지도 않게 있는 여성 또는 남성, 옆 승객의 옷자락을 깔고 앉아선 미안하다는 표정이 없는 아저씨·아줌마, 휴대폰 통화를 장시간 하거나 큰 소리로 대화하는 승객이 흔하다.

대중음식점을 들어가서도 주인이 욕쟁이할머니처럼 거칠게 손님이 앉을 자리를 임의적으로 정리해버리고선 메뉴를 강요하다시피 한다. 유명 백화점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바 없는데, 고급 남성복 매장 통로를 거닐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점원이 매장 안으로 들어오라는 강한 눈빛과 제스처를 보여 당황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것은 세련된 고객 응대가 아니라 도를 넘어선 호객행위라고 하는 게 맞을 듯하다. 또 고객의 위아래를 훑어보는 행동은 진열상품을 살 만한 수준이 되는지 가늠하는 것 같아 불쾌감을 상승시킨다.

지역사회 경제적 흐름 관건

사례를 열거하자면 이뿐이겠는가. 한 업체 관계자는 민원 때문에 행정기관을 방문, 담당자를 찾는데 공무원의 무뚝뚝하고 냉담한 반응에 놀랐다고 한다. 다른 광역지자체도 종종 드나들지만 왠지 광주 행정서비스가 쌀쌀하게 느껴졌단다. 지역 언론사의 독자서비스도 좋다고 할 수 없다. 지면이 세련되지 못하고 기사 또한 독자의 입장에서 편하게 읽을 수 있게 쓰는 스타일이 아니라고 해야 한다.

무뚝뚝하게 해도 대충 통용되는 도시, 다소 매너 없고 거칠게 해도 전라도식 정으로 느끼고 패스해 주는 도시. 이런 모나고 모진 도시를 원활하고 기름진 도시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적으로 지역사회 밑바닥에 돈이 돌아야 한다. 가정이든, 조직이든, 국가든 돈 흐름이 막힘없다면 너그럽고 불만이 줄어들게 돼 있다. 곳간에서 인심 나온다고 시민 표정이나 모습도 좀 더 세련되고 방긋방긋해질 것이다. 돈의 순환을 원활히 할 자는 의당 기업일 테고, 기업을 어떻게 유치하고 정착시켜야 하는지 지역사회의 고민이 깊어져야 한다. 혹시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업종, 업체를 쫓아버리는 우를 범하고 있지 않은지 살필 일이다.

광주에는 획기적인 사업이 잇따라 진행되고 있다. 전국 대도시엔 다 있으면서 호남에만 없는 복합쇼핑몰이 한개도 아니고 두개가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문화·레저시설이 대대적으로 조성될 예정이서 ‘꿀잼도시’로서의 면모가 기대된다. 꿀잼의 농도가 높아지면 훗날 소비·향락의 도시로 변모하는 날이 올지 모르겠다. 뭐 그렇게까지 갈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격세지감이다. 수십 년 전 광주엔 변변한 기업체가 없을 정도로 산업화에 뒤처져 소비의 도시란 불명예가 붙어 다니곤 했었다.

광주는 경제적 기반이 튼튼해지면 풍요로우면서 정의로운 곳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 근현대사 과정에서 정치적 서비스가 매우 뛰어난 곳이었다. 하시라도 구국의 결단을 할 수 있는 곳이 광주다. 하지만 앞으로 정치적 서비스가 예전 같지는 않으리라. 민심과 표심은 물적 기반이 대폭 확산하면 그에 조응하는 의식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광역도시 기반의 물적 토대의 구축을 저지하려는, 씨도 안 먹히는 생각일랑 하는지 모르는데 하루빨리 접고 광역도시의 인프라를 촉구하는 게 맞다.

이런 점에서 광주를 텃밭으로 여기는 더불어민주당은 어서 깨어나기를 바란다. 지역발전의 그랜드플랜을 제시해 지역민의 선택을 기다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처럼 표심이 급강할 위험이 있다. 선거제도 개혁이 보태지면 정치적 서비스가 양태를 달리할 수 있고 민심의 프리즘도 매우 다채로워질 것이다. 사실 먼 미래에는 독점 정당이 없어질 것이며 지역구도 정치가 바뀔 것으로 본다. 이 같은 미래를 앞당기는 힘을 민주당 또는 국민의힘이 주도적으로 보여주면 어떻겠는가. 기대 난망인가.

시민의식 동반 상승 기대

요는 지역민의 모진 마음을 풀어줄 비책은 경제적 풍요이고, 이를 구현해내는 기업이나 정당, 행정기관이 지역민의 예쁨을 받을 것이다. 그때쯤이면 지역민의 매너와 서비스가 몰라보게 신장돼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아따!’ 하는 방언 대신에 ‘어머, 그래요!’란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체될 것이며, ‘알랑가 몰라’, ‘그랑마잉’, ‘씨알데 없이’, ‘그래서 쓴당가’와 같은 투박한 사투리마저 귀에 부들부들하게 들릴 수 있다. 지역 내 경제적 흐름이 원활하고, 살기 좋아지면 불어처럼 안 들리라는 법이 있는가. 지금도 벌써 불어 음성이 섞이는 듯한데 말이다.

광주가 서비스 좋고 세련된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풍요, 즉 돈이 필수이긴 하나 이것만으론 2% 부족하다. 시민의식의 자발적인 상승이 뒤따라야 한다. 남을 위한 배려, 공감서비스는 분명 경제적인 풍요를 타고 오는 게 맞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다 되는 것은 아니므로 자가훈련이 좀 필요하다. 광주여, 광주인이여, 잘 되어보자. 글로벌 비즈니스 도시로 한번 잘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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