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배제' 국민의힘의 자가당착 - 전남매일
'호남 배제' 국민의힘의 자가당착
기자수첩

'호남 배제' 국민의힘의 자가당착

길용현 정치부 차장

“우린 여러분의 사랑을 갈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께 정말 잘하고 싶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5일 광주 동구 충장로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 말이다.

한 위원장은 “우리 국민의힘은 광주 5·18 민주화항쟁 정신을 존중하고 이어받겠다는 확실하고 선명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며 “저희가 더 열심히 하고 광주 시민의 삶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한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에 대한 진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 18일 국민의힘 비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비래대표 호남 몫 당선권에 광주·전남 출신 인사가 사실상 배제되면서 호남을 끌어안겠다던 국민의힘 서진 정책 진정성에 의문부호가 붙었기 때문이다.

앞서 국민의미래는 호남 민심을 공략하기 위해 직전 총선 정당득표율 15% 미만 지역(광주, 전북, 전남) 출신 인사를 당선 안정권(20위 이내)에 25% 규모로 우선 추천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당선권 비례대표 후보 순위 20위 내에 최소 5명의 호남 출신 인사를 전진 배치할것으로 전망됐지만 당선 안정권 내 호남 출신 인사는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8번)과 강선영 전 육군 항공작전사령관(5번)이 전부다.

여수 출신으로 여성 최초 육군소장 출신인 강 전 사령관은 인재 영입 케이스이며 순천이 고향인 인 위원장은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로 활동했고, 서울 서대문갑 지역구 출마가 거론되는 등 호남 지역 인사로 보기 어렵다.

이같은 결정에 국민의힘 광주시당 주요 당직자들과 당원들은 상경 집회를 열고 “호남을 배제한 비례 공천으로 국민의미래는 미래가 없다”고 22대 총선 선거운동 보이콧을 시사했다.

황무지를 개간해 옥토를 만들려면 많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장기적 계획을 세워 씨앗을 뿌리고 가꾸어야 수확이라는 결과를 내듯 국민의힘도 광주·전남에서 진정성 있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줘야 지역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힘은 16년 만에 광주 모든 지역구에 총선 후보자를 공천하며 호남 정치를 바꾸는 민심의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5·18정신 헌법전문 수록’, ‘호남 발전’ 등 광주시민들에게 호소했던 외침이 총선을 위한 정치 쇼에 그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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