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이 준 교훈
데스크칼럼

코로나 팬데믹이 준 교훈

데스크칼럼/이연수(경제부장)

마카오에서 시작해 전 세계를 뒤덮은 감염병이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는 내용의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 영화 ‘컨테이젼(2011)’은 코로나19를 예측한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아무 것도 만지지 마라, 누구도 만나지 마라’라는 영화 포스터 문구가 섬뜩하다.

일상생활의 접촉을 통해 이루어진 전염이 빠르게 퍼져가고, 마스크를 단단히 쓰고 다니는 영화 속 인물들은 모이기를 두려워한다. 2020년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를 공식적인 팬데믹으로 선포하며 이 영화같은 일들이 실제로 일어났다. 전 세계 이동이 자유로운 시대에 갑자기 많은 것이 통제되기 시작한 것이다.

#시간과 관계의 효율적 운용

코로나19 초기엔 감염자를 중심으로 접촉한 이들의 모든 동선이 낱낱이 공개됐다. 인권 침해가 우려될 정도로 사생활 정보가 노출됐고, 환자 동선에 포함된 식당이나 공공시설 등은 문을 닫아야 했다. 불운하게 같은 시간, 해당 공간에 있었던 사람들은 스스로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전 국민은 매일 수시로 안전안내문자를 받았고, 코로나 통보를 받으면 홀로 격리돼 일주일을 버텨야 했다. 사회의 보호와 개인의 인권은 충돌했다. 다시 돌이켜보니 끔찍한 일이다.

그러나 3년 2개월만의 ‘엔데믹’ 선언으로 삶의 풍경이 다시 바뀌었다. 인크루트가 최근 성인 남녀 83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성인 10명 중 8명은 올 여름 휴가를 계획하고 있으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43.5%가 해외여행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동일한 조사에서 국내여행 56.3%, 해외여행 23.6%를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2배 가량 증가한 수치다. 마스크 착용 등 코로나19 관련 규제가 완화되며 그간 억눌렸던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회복된 일상을 보며 우린 지난 3년간 코로나19에서 과연 무엇을 배웠을까 돌이켜 보게 된다.

사회적 삶이 묶였던 시간들. 비대면 온라인이라는 공간 속 가능했던 좁은 반경의 세상에서 우리는 내면의 여행을 얼마나 했을까. 자기자신을 만나는 시간으로 과연 활용했던가.

출근시간 유연화와 재택근무 확대는 지금까지 일해왔던 방식을 바꿔놓았다. 화상회의와 화상교육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운용 가능하게 해 긍정적으로 부각됐다. 불필요한 모임, 회식이나 워크숍은 자제돼 개인의 시간 활용도를 높이는 점에서 바람직했다. 위생습관에서도 경각심을 갖게돼 위생수칙 준수로 코로나19 이외의 질병에 걸려 병원을 찾는 일이 줄었다. 개인의 시간과 공간을 보장받았고, 강요된 집단문화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던 점도 살면서 불필요했던 것들을 덜어준 계기가 됐다.

반면, 학교와 직장이 문을 닫고, 격리라는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우울감과 불안, 외로움 등 정신적·정서적인 건강은 악화됐다. 은둔형 외톨이를 양산하고, 유아기 아동들의 언어발달·사회성 장애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다.

무인매장이 증가하며 일자리 부족은 더욱 심화됐다. 마이너스 경제성장 속 사회 많은 부분에서 일자리가 줄며 청년층은 더 불행해졌다. 많은 청년층이 자녀를 갖는 것을 보류하고 있다. 1분기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81명으로 또다시 역대 최저치다.

#되살아난 일상, 삶의 대전환을

코로나시대 인간에 대한 불신이 커지며 가치와 행동도 변화하는 모습이다. 3년여간 길들여진 개인성은 인간의 접촉에 대한 피곤함도 깨닫게 했다.

미국의 저명한 뇌신경학자인 올리버 색스의 많은 역작 중 ‘깨어남(1973)’이란 책이 있다. 100년 전, 세계를 휩쓴 스페인독감 후유증으로 ‘기면성뇌염’에 걸려 수십년간 얼어붙어 시체나 다름없는 상태로 살아온 사람들이 어느 날 폭발적으로 깨어나고 눈부시게 되살아난 변화를 기록한 책이다.

‘깨어남’ 이후 찾아오는 기쁨과 시련의 시간, 이후 이어지는 적응의 과정에서 색스는 ‘인간 관계의 질’을 중요 인자로 강조한다. ‘견고한 관계는 재난에서 우리를 구해낼 생명줄이요, 망망한 고해에 뜬 북극성이자 나침반’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접촉이 야기한 코로나 3년의 시간이었지만 일상회복의 에너지를 더욱 탄탄하게 할 매개 역시 인간이다. 눈부시게 되살아난 일상이 긍정적 변화로 우리 삶에 대전환을 가져왔으면 한다. 새로운 지혜와 해결책을 찾아가는 경험을 통해 자아를 성장시키고 주변을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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