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록의 정치, 김영록의 리더십
데스크칼럼

김영록의 정치, 김영록의 리더십

도민 염원 국립의대 설립 물꼬
이해와 조정·전략의 결실 주목

정근산 부국장 겸 정치부장
물꼬를 텄고, 마중물을 부었다. 전남도민의 30여년 숙원인 국립 의과대학 설립을 둔 얘기다.

짧게 보더라도 한 달여 남짓 남은 2024년 내내 전남의 최대 화두로 오르내렸던 국립의대 신설 작업은 전남의 ‘유이’한 국립 4년제 종합대학인 목포대와 순천대가 통합에 전격 합의하면서 급물살을 타게됐다. 지역사회가 그토록 기다리던 목포대 송하철, 순천대 이병운 총장의 합의안은 김영록 전남지사가 통합 합의의 마지노선으로 정한 지난 15일(정부추천 국립의대 1차 공모 마감일) 밤늦게 성사됐다. ‘급물살에서 원점, 잠정타결서 재협의’ 등 막판까지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고비를 넘었다.

이를 두고 목포가 지역구로 ‘목포의대’ 설립에 사활을 건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먼 길을 돌아 여기까지 왔다”며 양 대학의 합의를 존중한다고 했다.

그렇다. 먼 길을 돌아왔다.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전남 국립의대는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의 민생토론회 공개 약속과 곧바로 이어진 한덕수 총리의 의료개혁 대국민 담화를 통해 다시 힘을 얻었다. 이 과정에서 공모를 통한 단일 의대냐, 통합 의대냐 등을 둔 거센 공방이 오갔고, 동·서부권 지역사회와 정치권의 첨예한 대립도 이어졌지만, 결국엔 진일보한 결과물을 얻었다.

양 대학의 통합 합의에 대해 박지원 의원은 SNS에 “국립목포대와 순천대 총장, 교수, 학생들의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전남도민과 김영록 지사의 승리다”고 했다.

그렇다. 한마음 한뜻으로 의대를 염원하고, 양 대학의 전향적 결단을 촉구한 도민의 승리다. 그리고 그 중심엔 김영록 지사가 있다는 데 토를 달 이는 많지 않다. 민생토론회에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대통령의 깜짝 의대설립 약속을 이끌어 냈던 김 지사는 그동안 통합형 의대를 위해 캐나다서부터 용산 대통령실, 국회, 정부부처 등 각계에 발품을 팔았다. 지역 내 의료 체계 완결성 구축, 도민의 건강권과 생명권이란 대전제를 바탕으로 한 시의적절한 전략으로 중앙부처와 정치권, 대학, 지역사회의 공감대를 넓혔다. 때론 머리를 숙이고 읍소했다. ‘급이 다른’ 지역 인사 등의 도발과 힐난, 비난을 감내하면서도 앞장서 이끌었던 과감한 정책 전환은 단연 돋보였다. 타깃을 정한 이후 흔들림 없이 밀어붙이는 뚝심에 더해 물밑으론 끊임없는 조율과 소통으로 ‘작품을 만들어 내는’ 특유의 리더십을 보였다.

김 지사는 통합 합의안을 이끌어 낸 직후 “극적으로 합의를 이뤄낸 양 대학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공을 돌렸다. 그러면서 “지방소멸 위기극복과 대학의 미래 발전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전남 국립의대는 첨예하게 대립했던 목포대와 순천대의 통합이란 최대 난제를 해결, 통합의대를 단일안으로 밀고 갈 수 있는 확고한 명분을 쌓았다. 의료 사각지대 해소와 전남 동·서부권 상생을 필두로, 대학교육의 질과 경쟁력을 동시에 높여 지역발전의 주춧돌을 쌓는 등 여러 긍정적 효과도 적지않다. 학령인구 감소 등에 대비한 4년제 대학간 통합의 신호탄으로도 의미가 남다르다. 아직 구성원들의 합의와 통합의대 정원 배정 등 중차대한 과제가 많지만 확실히 길을 열었다.

그리고 도민들의 숙원이자 지역 최대 현안 해결의 물꼬를 트고, 마중물을 부은 김영록 지사의 리더십을 전국이 주목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김 지사가 도정의 키를 잡은 지난 6년여간이 그랬다. 앞장서 물꼬를 트고 마중물을 부으며, 비판은 오롯이 감내한 그 리더십을 통해 파고들을 헤쳐왔고 미래를 닦았다.

마침 호남은 힘겨워하고 정국은 어수선하다. 호남은 지금 정치, 경제 등 어느 것 하나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다. 위기를 딛고 미래를 열 리더의 부재다. 대통령은 물론 여야 정치 지도자의 행보 역시 위태롭다. 책임은 실종됐고 갈등만 부추기는 정치의 부재다. 이해와 조정, 분배 등등 정치의 본질을 꿰뚫고 그 흔한 친인척과 측근의 구설수 없는 자기관리를 더해 작품을 만들어 내는 김영록의 리더십은 그래서 더 주목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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